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1일 강원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강원대병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의료연대본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간호사 성희롱ㆍ갑질, 허술한 감염관리, 강요된 의사 업무 이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강원대병원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강원대병원은 국민의 세금이 수 백억원 들어간 강원지역 제 1의 공공병원인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강원대병원과 정부부처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이날 만난 택시 기사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HIV 양성환자에 대한 혈액검사 없이 수술이 강행됐다니 이제 강대병원을 불안해서 어떻게 가겠습니까? 그 즈음해서 수술을 했던 임산부가 혹시 감염이 되지 않았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현 본부장은 “강원도 최고의 공공병원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이지만, 그냥 또 지나가는 일로 치부하는 것도 충격이다.”라며, 이미 지난 7월 노동부, 교육부, 복지부, 인권위원회가 태움이나 성폭력이 더 이상 병원에 존재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정부부처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오종원 강원대병원분회장은 20년 이상 강원대병원에 다녔던 노동자로서, 성희롱과 의사들의 갑질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고 무성의하게 일관하는 병원의 모습을 규탄했다.

오 분회장은 “2008년에 지금과 같은 문제로 대자보가 붙었고, 그때도 병원은 ‘이제는 개선해 나가겠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병원을 믿고 기대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아직도 똑같은 부서에서는 똑같은 고충을 얘기한다.”라며, “사람이 바뀌었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강원대병원 심장내과 H교수의 갑질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오 분회장은 “단 한 명의 갑질 교수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교육부, 강원대병원이 다수의 의료진이 문제가 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또한 오 분회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양심고발을 한 간호사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PA간호사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PA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강요하는 문제는 전국적으로 만연한 사실이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성희롱ㆍ성추행 피해자들과 양심적인 간호사들의 고백을 처벌로 넘어가려 한다면 더 이상의 내부고발자를 막고 조직적 은폐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인탁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위원장 역시 “강원도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많이 이용해 왔던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인 갑질과 성폭력, 더 나아가서 목숨까지 방치하는 잘못된 관행이 이어져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정용욱 대한전공의협의회 정보통신이사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복지부의 ‘우리나라에 PA제도 없음’ 입장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PA 간호사는 현실임을 주장했다.

정 이사는 “PA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된 적도 없는 직군으로 PA라는 이름 자체가 간호사, 혹은 간호사 자격증이 없는 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직군이라는 인상을 주어 불법행위를 보다 편리하게 지시하고, 환자를 속이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데 대해 전공의협의회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전에, 지금 기피과의 전문의들이 왜 병원에서 소신을 지키며 배운일을 하고 있지 못한지에 대해, 병원 내의 의사인력이 어떻게 하면 늘어날 지에 대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 상담센터장은 “촛불로 대통령도 바뀌었는데, 불의를 불의라고 말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희롱ㆍ성추행을 당한 간호사에 대한 보호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우리 환자의 생명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추행하는 의사가 누군지, 수술도구를 집어던지는 의사의 이름을 밝히라.”면서, 환자의 안전과 생명, 또한 병원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이제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의 춘천 여성 민우회 정윤경 상임대표, 춘천여성회 지은희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성희롱ㆍ폭언ㆍ갑질ㆍ허술한 감염관리ㆍ부당한 의사 업무 대체가 이뤄지고 있는 강원대병원은 오늘 이 순간부터 변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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