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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태로 내모는 현행법 국회도 우려입법조사처, 국감 정책자료 통해 낙태죄 규제완화 필요성 역설
최미라 기자 | 승인2018.08.10 6:6

현행법의 강력한 낙태 규제가 위험한 방법으로 낙태를 하도록 내모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18 국정감사 정책자료’의 법무부 소관 주요이슈로 ‘낙태죄에 대한 개선방안’을 꼽으며,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낙태죄 규제완화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계, 여성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지난 2061년 10월 17일 ‘성과 재생산 포럼’이 개최한 낙태죄 폐지 촉구 기자회견(‘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

‘형법’은 태아의 발달단계와 무관하게 낙태행위를 전면적ㆍ일률적으로 금지 및 처벌하되, ‘모자보건법’에 일정한 위법성조각사유를 둬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간 인공임신중절 건수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ㆍ고려대학교의 2005년 발간 보고서에서는 2005년 34만 2,433건으로 추정했고, 보건복지부ㆍ연세대학교의 2011년 발간 보고서에서는 2009년 16만 7,568건, 2010년 10만 8,679건으로 추정했다.

2016년 1심 형사판결 현황을 보면, 낙태죄 접수건수는 24건, 이 중 집행유예가 13건, 선고유예가 7건, 유기징역이 2건, 재산형이 2건이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음성적으로 많은 인공임신중절이 행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죄로 기소돼 처벌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낙태에 대한 현행의 형법 규정이 거의 사문화돼 낙태의 근절을 통한 태아의 생명보호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형법상 금지는 계속되는데 실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형법의 권위가 실추되고 형법에 대한 수범자들의 신뢰가 상실돼 소극적ㆍ적극적 일반예방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현행법상 낙태는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되기에 상담제도 등의 마련은 물론 낙태 관련 규정의 정비도 부족할 뿐 아니라 비의료기관 혹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적 환경에서 음성화된 시술이 만연되고 있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꼬집었다.

이처럼 임부의 건강ㆍ생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결국 강력한 낙태 규제가 위험한 방법으로 낙태를 하도록 내모는 형국이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태아생명 보호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 규제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낙태 관련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이고 실효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를 고려해 우리도 낙태죄 규제완화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법이론적으로는 낙태 규제의 완화가 태아생명이라는 법익 보호를 약화시키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무법지대에 방치된 낙태 영역을 적절한 제도적 관리 하에 둬 낙태 예방을 도모함으로써 태아생명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임신 12주의 범위 내에서는 임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행의 ‘적응방식(일정한 적응사유가 있을 때 허용하는 방식)’에 일정기간 내에서 전면적 허용을 인정하는 ‘기한방식’을 도입해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아울러 ‘모자보건법’ 상 적응사유를 살펴보면 우생학적ㆍ윤리적ㆍ의학적 적응만 인정되고 사회적ㆍ경제적 적응은 제외되는데, 낙태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ㆍ경제적 적응을 적응사유로 추가해 낙태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외에도 “낙태 관련 법제 정비를 통해 병원이나 의사 등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마련해 충분한 전문적 처치를 받음으로써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태아생명의 실질적 보호를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서 낙태 전 상담제도의 활성화를 제안할 수 있다.”면서, “상담절차를 거치면서 임부는 심사숙고할 기회를 갖게 되므로 상담제도는 태아생명의 보호에 기여할 수 있고,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되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국 민정수석이 답변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낙태죄 폐지와 많은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는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을 우리나라도 합법으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낙태죄 찬반 진영이 각각 내세우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 둘 다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임신중절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 실태조사를 재개하고, 사회적ㆍ법적 논의결과에 따라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면서, 청소년 피임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시범적으로 전문상담을 실시해 막막한 당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그 동안 꾸준히 낙태죄에 대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인공임신중절 여성과 시술 의료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현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은 물론, 태아의 생명권도 보호하려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피임실천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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