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변호사
김동희 변호사

<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얼마 전 익산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만취자의 무차별 폭행으로 의사가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CCTV 영상이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되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아동학대사건, 성범죄사건, 집단폭행 사건 등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는 국민의 공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처벌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황급히 내놓는다.

이번 응급실 폭행사태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 사태 이후 대동소이한 내용의 처벌강화 법안이 7월 20일 기준으로 2건 발의됐다.

각 발의안은 응급의료를 방해한 경우에 벌금형을 없애거나(박인숙의원 대표발의안) 여기에 더해 징역형을 10년으로 높이는(윤종필의원 대표발의안)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발의안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응급의료법의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

즉 법정형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응보적 차원에서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고, 형량을 높이면 그 결과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반박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응보적 차원에서 법정형 강화가 필요할 경우 가해자의 행위태양이나 피해 결과에 따른 형량 세분화가 필요한데도 세분화가 없이 형량만 올렸다.

우리 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업무, 예를 들어 경찰관의 공무집행이나 버스운전사의 운전업무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호하고 그 업무를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방해할 경우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주취자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가해자가 술에 취했다고 해도 형을 감경해주지 않는다.

공무집행방해죄, 운전자폭행죄, 응급의료 중인 의료인 폭행죄에 대해 각 법정형을 비교한 표를 보자.

기본적으로는 응급의료 중인 의료인 폭행에 대한 형이 가장 높다. 그러므로 단순 폭행에 대한 형량의 가중이 과연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볼 문제다.

공무집행방해죄는 형법 제136조에서 규정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흉기를 들고 상해까지 가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운전자 폭행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0에서 규정하며 그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그 폭행으로 운전자가 상해를 입으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응급실의 의사를 폭행한 경우에 적용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 제1호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6월 폭력사범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내부지침으로 도입했다. 폭력범죄 재범 방지를 위한 지침으로, 대체로 두 번째 폭력 사건까지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구형하지만 세 번째에 이르면 구속하고 징역형을 구형한다.

이 지침은 당연히 응급실 의료인 폭행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단순 폭행사건에 대해서는 방해된 업무를 불구하고 폭행의 정도에 따라 거의 유사한 정도의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그런데 응급실의 의료인 폭행에 대해서는 다른 죄와 달리 가해자가 흉기를 사용하거나, 폭행의 결과 피해자가 상해나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경우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상해를 입더라도 형법을 따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취자의 폭력행사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응급의료법에 처벌 규정을 세분화해 상해나 사망 결과 발생시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별도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재범방지라는 개정안의 도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는 응급의료의 중요성과 함께 가중처벌 규정의 도입 사실에 대해 국민에 적극적으로 주지시키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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