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한방난임치료 사업을 정부 주도로 시행하고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의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또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의ㆍ한협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내년 5월에 나오는 관련연구 결과를 본 후 국가지원사업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 주최, 대한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주장하며, 출산율 제고와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한방난임치료사업을 하고 급여화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나선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초저출산 국가 진입에 따라 정부가 난임치료 지원정책을 추진했으나 한방이 배제되는 등 미흡했다.”라며, “2006년 난임치료 지원정책인 보조생식술 지원사업이 도입됐으나, 난임치료 대상 및 지원범위에 대한 사항만 변경되는 등 새로운 정책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은경 기획이사는 이어 “난임치료를 위한 의료지원의 종류에는 체외수정과 인공수정으로 한정돼 난임부부들은 양방시술 후 한의의료를 별도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한방난임시술은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임신 전 배란불순의 개선, 임신과정에서의 착상률을 높이고 임신의 유지 및 안전한 출산까지 임신 전 과정에 있어서 산모와 태아를 건강하게 관리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방 난임치료 임신률은 20% 이상이며, 안전성은 임상화학자료 분석 결과 이상 없는 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기획이사는 난임극복 지원 확대를 위해 모자보건법 등 관계법령을 개정하고,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한약(첩약)을 급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자체 사업으로 진행되던 한방난임사업을 국가지원사업으로 진입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방난임치료는 예산범위 내에서 지원을 결정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상대적 박탈감 및 지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약(첩약)을 급여화할 경우 한방난임치료 이용률, 지원횟수에 따라 최소 148억원에서 1,983억원이, 지자체 사업을 국가지원사업으로 진입시킬 경우 최소 166억원에서 최대 2,21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기획이사는 “지자체별로 상이한 난임지원사업을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관리함으로써 보다 표준화된 한방난임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한방난임치료의 급여화로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라며, 국가지원사업화를 거듭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동일 대한한방부인과학회장(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은 의ㆍ한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일 회장은 “과거 지역 한방난임사업은 ▲적은 대상자 수와 표준 치료법 사용 부재 ▲적절한 한방치료 대상자 선정의 어려움 증가 ▲사업에 대한 총괄적 관리 부재 ▲대상 난임환자와 배우자의 연령 증가로 인한 사업별 편차 ▲보조생식술의 지원과 급여화로 인한 대상자 모집 곤란으로 치료 난망의 참여자 증가 등의 이유로 결과의 일반화가 어려웠다.”면서, “표준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표준사업과 대상자 선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가운데 지자체 난임사업의 유효성에 대한 재검토 압력이 계속 됐다. 지역 편차와 대상자 변화, 무처치 대조와 비교하는 근본적 논쟁 등이 제기된 것이다.”라며, “난임 예방과 생식건강증진을 위한 예방한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방 및 협진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또, 적절한 대상자 선정과 관리를 통한 치료 효율을 제고하고, ▲모범적인 사업 모형 개발과 적용 ▲분회+기초지자체 중심의 접근: 지원사업 종료에 따른 보건소 역할 축소 대안 모색 절실 ▲진료 한의사 및 사업담당 인력 교육 필요 등, 지자체 사업 관리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한방난임사업은 무처치 및 보조생식술 대비 유효성 논란이 있으나 단순 비교가 불가하고 임상적 의의가 있다.”라며, “급여화, 고령화 등 진료 환경 변화로 사업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교육 및 사전ㆍ사후관리를 포함해 표준사업 모형이 필요하다. 또, 모범 사례 중심 개선과 표준모형 개발, 전파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지역에서 직접 관련사업을 진행한 공무원도 의ㆍ한 협진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이진윤 익산시보건소 보건사업과장은 “성공적인 난임치료를 위해서는 한의사회의 통일된 기준과 의ㆍ한 협진 난임치료 모델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난임정책 매뉴얼을 보조생식술(인공ㆍ체외수정)과 한방난임치료사업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난임부부에게 한방과 양방 난임치료를 선택적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진윤 과장 역시 “정부 차원의 한방난임치료 시범사업(건강보험 적용)을 실시해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조준영 꽃마을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진료원장은 보조생식술과 한의치료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준영 진료원장은 “보조생식술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비용의 부담감이 있다. 또한 보조생식술 성공률의 한계가 있고, 최소한의 시술로 임신 성공을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보조생식술과 한의치료의 상호 보완을 주장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2013년 ‘PLOS ONE’에 발표된 1,721명을 대상으로 한 20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시험관아기 시술과 한약을 병행치료한 경우(시술 전, 시술 도중, 시술 이후) 단순 시험관아기 시술만 시행한 경우보다 임상적 임신성공률의 ‘odds ratio’를 약 2배 높였으며, 지속 임신율의 ‘odds ratio’도 1.9배 높였다.

또, 2015년 ‘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된 1,231명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차트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에 의하면, 시험관아기 시술과 침과 한약치료 등을 병행한 한방치료는 단독 시험관아기 시술보다 생아 출생(live birth)의 ‘odds ratio’를 2배 정도 높였다. 한약을 포함한 한의 복합치료가 침 치료만 받는 것에 비해서도 1.62배 정도 ‘odds ratio’를 높였다.

오세형 부산시한의사회장은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시행한 부산 한방난임치료사업 결과, 임신 성공률과 임신 유지율은 각각 ▲27%, 19%(2014년) ▲21.5%, 19.2%(2015년) ▲21.9%, 16.2%(2016년) ▲20.1%, 13.6%(2017년)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세형 회장은 “한약과 침을 사용한 한방난임치료사업 결과, AST, ALT, 크레아티닌, 혈색소 등 전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어 한약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또한 임신 여부를 불문하고 본 사업 대상자에서 월경통과 월경곤란증의 호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볼 때, 한방난임치료가 임신 성공 외에도 여성생식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제성 측면 역시 기대효용을 보면 한방난임이 인공수정보다는 낮지만, 체외수정보다는 높으며, 만족도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면서, 한방난임사업의 효과를 강조했다.

오 회장은 “한방난임사업은 성공률 20%, 거의 없는 부작용, 유익성(만족도) 91.5%, 기대효용상대값 0.8~1.3으로 나왔다. 이는 아주 높은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므로 향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한방치료를 통해 배우자의 정자 활동성을 증가시켜 개선한 임상사례가 있는 만큼, 부부가 동시에 한방난임치료를 받는다면 임신성공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정직역이 보건소장을 하는데 협조가 너무 안 된다면서, 의ㆍ한협진을 하는데 의료계의 반대로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고, 이를 방치하는 정부도 비판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양방이든 한방이든, 교육이든 상담이든 난임극복을 위한 환자중심 치료가 돼야 한다.”라며, “외국처럼 난임가정의 임신을 돕기 위해 시술비 지원, 난임휴가제, 건보 적용, 난임단체의 자조모임 지원 등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 내년에 나오는 관련 연구결과를 지켜본 후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전했다.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한의약정책과에서 2015년 6월부터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라며, “이 연구가 내년 5월에 끝난다. 그 결과를 검토해서 국가지원사업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손문금 과장은 또, “난임은 신체적 질환 뿐 아니라 가족의 환경, 사회환경, 정신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문제라는데 공감한다.”라며, “그 동안 정부가 신체적 시술 중심으로 지원했던게 사실인데, 올해부터 중앙과 권역 3곳에서 난임상담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손 과장은 “이미 중앙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에 개소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자 자조모임 지원 등은 상담센터를 통해 지역에서 어떻게 지원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난임치료가 지원되고 횟수가 갈수록 건보공단 통계를 추적하려고 한다며, 난임시술로 출생한 아이들이 합병증에 의해 입원이나 외래 치료비가 얼마나 드는지, 조산과 저체중아 비율 등의 통계를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난임시술 평균 연령을 보면 체외수정은 36세, 인공수정은 35세다. 그만큼 고위험임신이 많다는 얘기다.”라며, “난임시술을 통해 임신성공률, 출생아수 통계만 나오는데, 시술 횟수가 증가할수록 여성이 경험하는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경험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작업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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