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의 정책 수혜 여부 뿐만 아니라 정책 수혜자 집단 간의 차이와 정책 수혜의 정도 등 제반 여건을 다각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9일 발간한 자료에서 이정택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가입이 대체로 의료이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도덕적 해이의 정도는 건강보험의 정책 수혜를 받는 집단 내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보장성 정도 혹은 정책 수혜의 규모 등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건강보험과 의료이용 간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건강보험의 가입이 외래 및 입원 서비스 이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Card et al.(2008)’은 65세 이후 노인에게 제공하는 ‘메디케어(Medicare)’로 인해 65세 이전보다 이후에 외래 및 입원 이용이 증가했음을 보고하고 있으며, ‘Dafny and Gruber(2005)’는 메디케이드 자격 요건의 확대로 인해 입원이 증가함을 보였다.

메디케이드란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보조 제도다. 2008년 기준으로 4,900만명에게 의료 혜택을 주고 있으나, 연방정부와 주정부 예산에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메디케이드 비용을 보험회사에 매달 일정 금액씩 제공하고 보험회사는 보험을 제공한다.

‘Finkelstein et al.(2012)’은 오레건 주의 메디케이드 확대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이용이 증가했으며, 의료서비스 이용 확대는 주민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Chen et al.(2007)’은 대만의 국민건강보험의 도입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보장성 확대로 외래 및 입원 이용이 저소득 집단에서 크게 증가함을 보였다.

이정택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가입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구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에게 건강보험을 무작위(randomization)로 할당하는 실험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료이용을 구분할 수 있어야 건강보험 가입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무작위 할당 실험방식은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건강보험을 무작위로 할당하는 실험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는 1970년대 중반 미국 랜드(RAND) 연구소가 약 6,000명의 표본에 건강보험을 할당해 건강보험의 가입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다.

2008년 오레곤 주는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약 9만명의 신청자 중 1만명에게 메디케이드를 제공했고, 이를 이용해 ‘Finkelstein et al.(2012)’은 건강보험의 가입과 의료이용 간의 관계를 살펴봤다.

건강보험을 무작위로 할당하는 실험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안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 변화로 인한 개인의 건강보험 보장 변화를 이용하는 ‘준실험적(quasi-experiment)’ 방식을 이용했다.

메디케어가 65세 이후 제공되는 것을 이용해 65세 전후의 의료서비스 수요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 메디케이드 자격 요건 확대라는 외생적인 정책 변화를 이용해 정책 변화 전후의 정책 수혜자와 비수혜자의 의료이용 차이를 살펴봤다.

2006년 메사추세츠 주의 건강보험개혁법과 2014년 연방차원의 건강보험 개혁 법인 오바마케어의 건강보험 의무가입 정책을 이용해 가입자와 비가입자의 의료이용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무작위 할당 실험방식이나 준실험적 방식을 이용해 건강보험의 가입이 외래 및 입원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과는 달리, 건강보험의 가입이 응급실(ER) 이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결과에 차이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건강보험 가입자이든 미가입자이든 상관없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미가입자는 응급실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6년 메사추세츠주 건강보험 개혁을 이용해 건강보험과 응급실 이용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은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로 인해 응급실 사용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또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했다.

‘Taubman et al.(2014)’은 오레건주 메디케이드 실험에서 건강보험을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응급실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했다.

선행연구들의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Kowalski(2018)’는 건강보험 정책 변화로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한 집단들의 특성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응급실 이용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추첨을 통해 메디케이드를 제공 받는 집단은 Never taker, Always taker, Complier 그룹으로 구분됐다.

‘Never taker’ 그룹은 당첨과 상관없이 당첨 전후 모두 메디케이드를 가입 신청하지 않는 그룹이고, ‘Always taker’ 그룹은 당첨과 상관없이 당첨 전후 모두 가입을 신청하는 그룹임이다. ‘Complier’ 그룹은 당첨 전에는 가입을 신청하지 않고, 당첨 후에 가입을 신청하는 그룹이다.

‘Kowalski(2018. 5)’는 Complier 그룹과 비교해 Always taker 그룹은 평균적으로 응급실 이용이 많으며, Never taker 그룹은 평균적으로 응급실 이용이 적음을 주장했다.

메디케이드와 같은 건강보험의 가입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는 정책 수혜를 받는 집단 내에서도 차이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Taubman et al.(2014)’의 결과는 정책 시행 이전에는 메디케이드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시행 이후 가입할 그룹(complier)에만 해당되는 결과로, 메디케이드 가입으로 인한 응급실 이용 증대 효과를 과대 추정할 수 있다.

메사추세츠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조치를 이용해 건강보험과 응급실 이용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는 Complier, Always taker, Never taker 그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고려한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로 오히려 응급실 이용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들은 Never taker 그룹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도덕적 해이의 정도는 건강보험의 정책 수혜를 받는 집단 내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 험의 보장성 정도 혹은 정책 수혜의 규모 등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 영향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설명했다.

오레건 주는 메디케이드만을 확대한 반면, 메사추세츠 주의 건강보험 개혁은 메디케이드를 포함한 모든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정책이었다.

오레건 주의 메디케이드 확대는 그 정책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반면, 메사추세츠 주는 주 차원의 전반적인 건강보험 확대 정책인 점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건강보험이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의 정책 수혜 여부 뿐만 아니라 정책 수혜자 집단 간의 차이와 정책 수혜의 정도 등 제반 여건을 다각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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