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를 통해서 ‘나’를 판단한다. 이것은 성형에 대한 욕구를 갖게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가끔 서구인들을 보면 그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에 부츠를 신고, 해가 비치면 어디서든 일광욕을 즐긴다. 멋을 아는 것 같지만 그 멋이 다른 사람을 의식한 데서 시작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서구인은 뭔가를 선택할 때 오로지 내 주관과 가치에 따라 판단하며,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이에 근거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내 주관, 내 가치에 따라 중요한 뭔가를 선택할 때 불안을 느낀다. 내 주관에만 국한해서 중요한 것을 결정코자 할 때 상당한 용기와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상대방에게 비춰지는 나를 통해서 나를 판단하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성형에 대한 욕구를 발달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러한 우리의 특성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예뻐지고 싶고, 여러 사람들 중에서 눈에 띄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것이 서구인이라고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성형이 선택된다면, 성형으로 인해 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면 그것은 전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단지 ‘나’에 대한 판단이 서구와 다르다는 점, 이 점이 우리로 하여금 성형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한 계기가 되었음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성형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다양한 시술경험을 가능하게 했고, 이것이 성형의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성형외과 의술의 발달은 얼마나 다양한 시술사례에 경험했느냐에 의존한다. 얼마나 수술경험이 풍부하냐에 따라 그 결과가 더욱더 향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 개인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크게 작용하지만, 임상경험이 부족한 곳에서 놀라운 성형의술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심하고 정교한 성격의 의사도 다양한 시술경험이 없다면 좋은 수술 결과를 내기 어렵다. 성형의술은 책을 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 년 동안 한국에는 다양한 시술경험, 표준적인 사례들이 정립되었고, 성형의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성형의술을 한국의사들이 넘어섰다. 이것은 많은 성형수요, 많은 임상사례들이 가능하게 한 결과이다.

우리는 체형교정보다는 정교한 얼굴 성형을 원한다. 서구인은 가슴, 지방흡입 등 체형 교정을 위해 성형수술을 선택한다. 이에 반해 우리가 원하는 성형은 체형교정보다는 얼굴성형이다. 얼굴은 정교하게 수술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부위이고, 1~2mm의 차이가 얼굴의 분위기를 다르게 하기에, 의사는 몇 mm의 차이로 보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이목구비를 중심으로 한 얼굴성형에 대한 수요가 정교한 성형의술을 발전하도록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작은 눈을 큰 눈으로, 큰 눈을 보다 시원한 눈매로, 낮은 코를 높은 코로, 주름, 평면적인 얼굴을 지방으로 교정하는 등, 얼굴에서만 이루어지는 성형도 셀 수 없으리만치 많다. 이목구비 성형에 대한 수요, 많은 시술사례는 정교한 성형의술의 발전을 더욱 촉진시켰다.

우리의 피부와 서구의 피부는 체질적으로 다르다. 이 점 역시 성형의술 발전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체질적인 특성도 우리의 성형의술을 발달시킨 계기가 되었다. 백인은 수술 시 출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박리 시 출혈이 잘 생기지 않는 점은 수술을 참 수월하게 만든다.

동양인의 피부는 백인, 흑인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동양인의 까다로운 피부에 백인에게 수술하듯 수술한다면, 결과는 엉망이 되고 만다. 까다로운 동양인 피부의 특징도 보다 정교한 봉합술을 발전시키게 한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성형의술은 이상의 문화적인 배경, 체질적인 특성 등으로 인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우리의 의술을 양질의 서비스와 결합시켜 더욱 빛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의술이 단지 한국인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외국인들에게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며, 우리의 의술에 대해 자부심을 더 높이 가져야 할 때이다.

쉬즈성형외과 김경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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