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원협회가 최근 제약회사를 초대해 의료정책연구소 설립 설명회를 개최한 데 대해 관심이 뜨겁다.

그중 전의총이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 송년회에 식대를 후원하는 제약회사를 압박한 것을 빗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나현 서울시의사회장이 지인과의 송년 모임을 모 제약회사 본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가졌다는 이유로 전의총이 나 회장을 고발한 것과도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전의총이 의료정책연구소 설립에 제약사의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나 기존 의사 단체가 제약사의 후원을 받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과연 그럴까? 전의총과 의원협회가 제약회사와 손잡고 의료정책연구소를 세우고 공동 연구에 나서는 것과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가 송년행사를 하면서 제약회사에게 식대 등 행사비를 후원받은 것은 성격이 다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기 위한 장기플랜을 내세웠지만 송년 행사 후원은 소모성 행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현 회장의 경우 지인과의 송년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회 모임인 것처럼 안내 표지판을 내걸었고, 모임 비용도 언론에서 취재가 시작된 이후 처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의사 단체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정책연구소로는 의사협회의 의료정책연구소와 병원협회의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이 학회나 토론회 등에서 근거자료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소속 단체를 의식해서다. 반면 보건사회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자료는 자주 인용된다.

개원가에서는 좀더 실효성 있는 정책연구소를 희망하고 있다. 과거부터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협회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의료정책연구소 설립 계획을 공개한 전의총은 의료계와 제약계가 공동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약계의 일방적인 후원의 형태를 띄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감시하고, 의료계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제약계와도 상생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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