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의료과실로 인한 악결과에 대해 피고(의료인 측)는 민ㆍ형사상으로 책임 여부를 다퉈야 한다.

민사상으로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형사상으로는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기소가 문제된다.

민사, 형사 모두 우선 의료과실의 존재가 입증돼야 의료인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민사책임에 있어 의료과실이 인정돼야 하며, 형사책임에 있어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과실유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입증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민사ㆍ형사상 정도를 달리 보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법원은 민사상 과실에 대해서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 따라’ 점차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환자가 일련의 의료행위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있는 행위만 입증하면 된다.’ (대법원 93다52402, 94다57701)라고 하여 과실 자체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며, 더 나아가 의료상 과실과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추정하면서 오히려 의료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의료인이 입증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법원 94다57701)

반면 형사상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실)으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검사가 의사의 주의의무위반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입증해야 하며, 입증책임의 완화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란 1~2%의 무죄가능성도 없는 엄격한 정도를 의미한다.)

즉 민ㆍ형사상 과실의 입증책임 정도를 달리 보고 있으며, 동일 사안에 대해 민ㆍ형사상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2014년 대법원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이루어진 하악지 시상골분할절단술에 의한 양측 악관절 성형술 시행 중 프리어가 부러졌으나 3cm 길이의 파편을 찾지 아니하고 거즈로 압박지혈을 하는 과정에서 프리어가 뇌심부까지 밀려들어가 환자가 뇌출혈 및 뇌부종이 발생한 사례에서, ①민사사건에서는 의사가 프리어에 과도한 힘을 준 과실이 인정됐는데도(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96951) ②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프리어에 과도한 힘을 줬다는 과실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13도14079)

사실조회나 진료기록감정에 의하더라도 프리어는 10~15kg 의 하중까지 견딜 수 있고, 수술 중 의사의 과도한 힘으로 인해 부러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이 사건 수술 2일 전에도 의사가 프리어를 정상적으로 사용했으며 프리어 파절이 수술 중 과도한 힘 때문이라는 직접 증거가 전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과실입증책임의 정도를 달리함에 따라 민ㆍ형사상 다른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동일 사안에 대해 민ㆍ형사상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외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검찰에서는 의료과실의 입증 어려움을 이유로 의료과오로 인한 형사소송에 있어서도 검사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민사상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검사의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형사소송에 있어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는 법률전문가이고, 민사절차와 달리 압수ㆍ수색을 통해 진료기록부 등 자료 확보도 용이하므로 손해배상소송에서와 달리 입증책임을 완화해줄 이유가 없다.

의료의 전문성을 이유로 검사의 입증책임을 완화한다면 다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입증책임과도 형평에 맞지 않으며, 의료 외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 건설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서까지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동일사안이라 하더라도 민ㆍ형사상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고, 형사상 입증책임은 완화하지 않으려는 대법원의 태도는 몹시 타당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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