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산업보건 패러다임을 ‘직업병 예방’에서 ‘근로자 건강증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단체보험에 가입해 있는 기업과 보험회사가 협력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건강생활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돼 눈길을 끈다.

보험연구원 오승연 연구위원과 안소영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고령화 리뷰’의 ‘직장인 건강증진정책 현황과 향후 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임금근로자에게서 발병빈도가 높은 질환은 근골격계질환과 뇌ㆍ심혈관질환이다. 산재보험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질병 중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 및 뇌ㆍ심혈관질환 등이 포함된 작업 관련성 질환이 약 77%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 일반건강진단 실시결과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유질환자 및 고혈압ㆍ당뇨의심 근로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직무 중 스트레스를 대부분 또는 항상 느끼는 근로자 비율이 남성 26.5%, 여성 2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구조가 제조업, 건설업 중심에서 제3차 산업인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한 결과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 야간근무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커지고 있다.

남성 근로자와 성인 남성의 건강행태 비교(단위: %)*자료: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근로자건강증진: 질병관리본부(2017), 2016 건강행태 및 만성질환 통계
남성 근로자와 성인 남성의 건강행태 비교(단위: %)*자료: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근로자건강증진: 질병관리본부(2017), 2016 건강행태 및 만성질환 통계

건강행태 측면에서 보면 남성 근로자는 성인 남성보다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근로자의 현재 흡연율과 고위험음주율이 성인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흡연율에서 남성 근로자와 성인 남성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음주율은 격차가 감소하다 2015년에 다시 벌어졌다.

정부의 직장인 건강증진 및 질병 예방 정책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인구집단 건강관리에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인구집단을 모성, 영유아, 노인, 근로자, 군인, 학교, 취약가정, 장애인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건강증진정책은 과거 중앙정부 주도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 특성 및 주민 수요에 맞는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의 기본 틀*자료: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의 기본 틀*자료: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는 뇌ㆍ심혈관질환자 수 감소와 정신건강 유지ㆍ증진을 목표로 삼고, 구체적 사업으로 사업장 건강증진 운동 활성화와 근로자 건강센터의 설치ㆍ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활성화 사업은 건강증진활동을 추진하는 자발적 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근로자 건강증진 사업목표(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단위: %)*자료: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근로자 건강증진 사업목표(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단위: %)*자료: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자율신청 사업장 및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업종(직종)에 대해 건강증진 관련 내ㆍ외부 전문가를 통한 작업 관련성 질환 예방 컨설팅, 교육, 기술정보 자료를 제공한다.

근로자 건강증진활동 추진의지가 있는 중ㆍ소규모 사업장(연합체)의 활동 실천에 소요비용 일부를 지원하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자 건강증진활동을 우수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의 신청에 의해 현장평가 및 심의를 거쳐 인증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사업장 건강문화 확산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5가지 활동(금연, 절주, 운동, 영양, 스트레스)을 선정하고 TV, 일간지, 전광판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관리 지원을 위해 근로자 건강센터를 운영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건강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이고 작업환경 및 개인질병 유해 요인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장소 등에 설치해 직업병 등 질병상담 및 직무 스트레스 상담, 건강진단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및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주무기관인 고용노동부는 ‘안심일터’ 사업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근거한 근로자  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된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업무상 질병 예방을 위한 근로자 건강보호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뇌ㆍ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작업 관련성 질환 예방을 위한 근로자 건강증진활동을 지원한다.

또, 직업병 감시체계 운영 및 근로자 건강모니터링 등을 통한 직업병 진단 예방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 사업장 대상 건강증진사업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건강도시사업’이 있다.

서울시는 건강도시사업을 통해 마을, 아파트,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건강리더로 육성해 자신이 속한 사업장에서 건강생활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도록 독려한다.

시범사업으로 사업장을 선정해 건강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재정지원을 통해 체력단련기구를 직접 사업장에 설치하거나, 기업 CEO와의 면담을 통해 사업장 내 건강증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업에 배치된 보건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현재 건강증진정책의 주요 단위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이며, 학교나 사업장의 경우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교와 직장보건의 경우 건강증진사업의 총괄부서가 학교는 교육부, 사업장은 고용노동부 관할 하에 있다.

보험연구원은 “건강증진사업의 인프라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 외에 정부 내 관계부처, 민간의료와 시민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건강사업은 작업환경 개선 및 그에 관련된 질병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대사증후군이나 만성질환 위험요인을 줄이는 건강생활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장 대상 건강증진 사업도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재원 마련이 어려워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형성과 이를 통한 민간부문의 건강증진사업 참여 확대가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은 “현재 민간기업의 건강증진사업 참여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수준이다. 건강증진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과 연계하는 정부의 인프라 확대 전략이 미흡하다.”라며,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도 공중보건의 목표 성취를 위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간부문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생명보험 개인별 가입률: 종목별(단위: 건, %)*자료: 보험연구원, 2017 보험소비자설문조사
생명보험 개인별 가입률: 종목별(단위: 건, %)*자료: 보험연구원, 2017 보험소비자설문조사

한편, 직장인은 보험의 주요한 수요계층으로, 건강 관련 종목인 질병보장, 실손, 사망보험에서 화이트칼라의 보험가입률이 높다.

민영건강보험은 다른 보험종목과 비교해서 사망사고율의 증가가 큰 편이며, 질병에 의한 보험사고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상해, 질병, 건강, 암)의 사망사고율 증가가 연금, 종신, 변액보험과 비교해서 큰 편이다. 민영건강보험의 담보별 사고발생 건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재해로 인한 사고 건수(사망과 입원 건수)는 감소한 반면, 암과 질병으로 인한 사고 건수는 증가했다.

보험종류별 사망사고율 변화(2010, 2016)*주: 담보별 사고발생 건수 변화율은 2010년 대비 2016년 증감률임*자료: 보험개발원, 생명보험 통계자료집 각 연도
보험종류별 사망사고율 변화(2010, 2016)*주: 담보별 사고발생 건수 변화율은 2010년 대비 2016년 증감률임*자료: 보험개발원, 생명보험 통계자료집 각 연도

근로자의 상해와 질병위험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체가 가입하는 직장인 단체보험에서도 질병담보의 손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해보험의 손해율은 FY2010년 64.7%에서 CY2015년 67.6%로 소폭 상승한 반면, 단체상해보험의 손해율은 2010년에는 52.8%였던 것이 2015년 86.2%로 30%p 이상 급격히 상승했다.

단체보험 중 가입규모가 가장 큰 공무원 단체상해보험의 2015년 손해율은 79.7%였는데, 위험담 보별 손해율을 보면 상해보다는 질병에 의한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종합의료실비(2,691.2%), 질병의료실비(99.3%), 상해의료실비(68.4%) 순이다.

민영건강보험 담보별 사고발생 건수 변화율(2010~2016)
민영건강보험 담보별 사고발생 건수 변화율(2010~2016)

보험연구원은 “건강리스크 증가에 대응해 직장인의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은 개인보험과 단체보험 모두에서 보험금 지급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종업원 후생복지의 하나인 직장인 단체보험은 기본적으로 상해로 인한 의료비와 사망을 보상했지만, 최근에는 질병위험과 실손의료비 보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연구원은 향후 과제로 산업보건의 패러다임을 ‘직업병 예방’에서 ‘근로자 건강증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통적으로 사업장 보건은 광물, 건설, 제조업 등 산업안전보건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서비스 업종의 증가, 근로자의 고령화 등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과 함께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근로자의 주요한 질병인 뇌ㆍ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행태 개선과 만성질 환관리 등 건강증진사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라며, “사무직, 서비스업과 감정노동의 증가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위험이 커가고 있어 스트레스를 줄이는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보험연구원은 또,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은 근로자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보다 적극적인 사업장 단위의 건강증진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종업원 후생복지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건강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문화를 확산시키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근로자의 건강증진은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업에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다른 인구집단보다 사업체 차원의 건강증진에 대한 동기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전했다.

보험연구원은 “현재 보험산업은 개인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생활서비스 제공하는 데만 머무르고 있으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생활서비스 제공에도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단체보험에 가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건강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단체보험에 가입해 있는 기업과 보험회사들 간의 직원 대상 건강생활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을 권장하고, 이를 지원할 다양한 방안 마련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재원마련이 용이한 대기업 및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그 대상을 확대시키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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