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수술을 위해 병원을 선택할 때 성형 비용은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최근 성형 비용이 병원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서 병원의 비용이 공개되고 있기에 동일한 수술이 병원마다 비용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지 않다.

하지만 각 병원에서 비용을 책정하는 방법이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일직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술 방법의 차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숙련도 차이, 병원 운영 지침 등에 차이가 있는데 말이다. 가장 보편적인 쌍꺼풀 수술만을 두고 보아도 수술방법, 집도 의사의 임상경험, 숙련도에서 모두 차이가 난다.

주사제를 이용한 시술은 더욱 그러하다. 보톡스와 필러를 예로 들어 보자. 주사제의 종류는 다양하고, 시술 비용은 주입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얼마나 주입되는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비용 만을 두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보톡스 A타입만을 두고 보아도 이러한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A타입의 보톡스 주사제로 네 가지 종류가 유통되고 있는데 이 주사제들이 병원에 입고될 때의 가격 차이는 적지 않다.

시술 효과 또한 차이가 적지 않다. 동일한 주사제라도 주입량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필러도 마찬가지이다. 주사제의 종류가 다양하고 주입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또 병원의 시술방법이 다르므로 비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액면 상에 드러난 비용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못 된다.

그런데 최근 경기 불황 탓인지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비전문의들이 너무 많이 하는 탓인지, ‘이상한 성형 비용’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병원을 내방하는 수술고객들의 말에 의하면 책정될 수 없는 비용이 거론된다. 가능하지 않은 비용들이다.

실제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 주사제가 병원에 입고되는 가격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 낮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의사가 시술하겠다고 약속한 주사제가 아니거나 혹은 상당히 희석된 제품일 수 있다.

병원도 경영이고, 손익분기점이 있는데 이익을 남기지 않고 시술을 한다고 믿어버리기에는 아무래도 말이 되지 않는다. 병원이 성형수술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타적인 마음으로 비용을 대폭 하향 조정한다 해도, 이렇게 이타적인 병원이 많다는 것도 강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요즘은 의사로서 가져야 할 ‘덕’을 자주 생각한다. 나를 찾는 분들에게 신의를 지키는 것, 수술 방법을 선택할 때 수술 받는 분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 내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 등이다.

이것은 내가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사기꾼이 되고, 상도를 지키지 못하는 파렴치한이 되기에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기본적인 요소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덕을 지키지 못하는 의사가 과연 그의 앞에 있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고객에게 신의를 지킬까? 비용이 병원선택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가격으로 경쟁하는 곳, 자신의 병원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겸손하지 못한’ 의사, 포털이나 성형카페에 가짜 후기 글을 도배하는 병원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수술집도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인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쉬즈성형외과 김경호 원장(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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