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보존기간과 폐기 등과 관련된 규정 개정을 두고 국회ㆍ정부와 의료계가 상반된 의견을 내놔 주목된다.

앞서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최근 발의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배아생성의료기관이 배아의 보존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동의권자(난자ㆍ정자 기증자 및 그 배우자)에게 보존기간 연장에 대해 사전 안내하도록 하고, 보존기간이 끝난 배아를 폐기하기 전에 동의권자에게 폐기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다.

마약류통합관리 업무흐름도
마약류통합관리 업무흐름도

최근 저출산 문제가 초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중이며, 관련 예산도 집중적으로 편성되고 있다. 특히 난임부부에 대한 의료지원 차원에서 국내의 많은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 대상자 및 그 배우자로서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정자 또는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생성한 뒤 이를 임신과 출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종배 의원은 “하지만 생성한 배아를 보존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동의권자와 의료기관 간 사전 안내 및 폐기 의사 확인이 원활하지 않아 소중한 배아가 폐기되기도 한다.”면서,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5년 배아생성의료기관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16개 기관에서 보존기간이 경과된 배아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해 보존기간 5년이 경과한 배아는 폐기하고, 동의연한(5년 미만)이 지난 경우에는 조속히 연장동의를 구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배아생성의료기관을 통해 약 3,000여 쌍의 난임부부들에게 배아 폐기 통보가 이뤄졌고, 일부는 당초 보존기간을 5년 미만으로 설정했더라도 최대 5년까지는 별도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보존기간이 갱신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가 폐기 통보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히 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동의권자에게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동의권자의 의사 확인방법 등의 사항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배아 보존기간 연장 사전안내와 배아 폐기 의사확인 절차를 중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배아생성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초래하며, 모든 동의권자에게 폐기 의사 확인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라며,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도 “배아가 충분히 활용되기 못하고 폐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나, 개정안과 같이 배아생성의료기관(병원) 측에 확인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안 제25조제3항 단서에 따라 배아 폐기에 대한 의사를 확인했을 때 동의권자가 폐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어떤 방식으로 조치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안 제25조제3항 단서와 같이 동의권자에게 배아의 폐기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 후, 동의권자가 폐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계속 보관할 수 있도록 보존기간의 예외적 연장사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 제25조제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21조의 규정도 함께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안 제25조제3항 단서와 같이 보존기간이 종료된 배아의 폐기에 대해 동의권자에게 폐기의사를 새로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배아의 보존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정한 법 제25조제1항의 취지와 상충되므로 불필요한 규정이다.”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마약류통합관리 업무흐름도
마약류통합관리 업무흐름도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배아 폐기와 관련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동의권자의 의사확인 및 안내를 의무화함으로써 배아의 처리에 대한 동의권자의 알 권리, 자기결정권 등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현행 법령은 동의권자가 배아를 생성할 때 배아 보존기간을 5년 미만(예를 들면 3년)으로 정한 경우, 추후에 보존기간을 최대 5년까지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당초 보존기간 만료 전에 보존기간 연장 의사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배아생성의료기관이 보존기간이 만료된 배아를 폐기할 때에도 동의권자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 현장에서 대부분의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폐기할 때 전화나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동의권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폐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는 하나, 법령상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개정안 제25조제3항 단서는 보존기간이 경과한 배아를 폐기할 때 동의권자에게 ‘폐기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에서 정한 최대 보존기간(5년)이 지난 후에도 동의권자가 폐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석 전문위원은 “개정안은 배아의 보존기간이 만료되기 전과 배아의 보존기간이 만료돼 배아를 폐기하기 전에 모두 사전안내 또는 의사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절차가 중복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초 보존기간을 3년으로 정한 배아의 경우,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보존기간인 3년이 만료되기 전에 동의권자에게 기간연장을 안내하고, 동의권자가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배아를 폐기하기 전에 또다시 폐기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개정안의 내용을 ‘배아생성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배아의 보존기간 만료일로부터 일정기간 이전에 동의권자에게 배아의 보존기간, 보존기간 만료 이후 폐기계획, 보존기간 연장이 가능한 경우 연장방법 등의 사항을 알리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도 배아 생성 및 보관 등 현황(단위: 개, 2016년 12월 31일 기준)
2016년도 배아 생성 및 보관 등 현황(단위: 개, 2016년 12월 31일 기준)

한편, 배아의 생성 및 보관 등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에 배아생성의료기관(149개소)은 총 33만 4,687개의 배아를 생성해 10만 9,216개를 임신에 이용했으며, 이식에 부적합하거나 동의권자가 폐기를 원하는 15만 6,713개는 폐기하고 6만 8,205개는 동결보관했다.

2016년 이전에 생성돼 임신이용, 폐기, 연구제공되지 않고 2016년으로 이월된 배아 수는 총 22만 6,228개이다.

2016년에는 이 중 1만 9,456개가 임신에 이용되고 6만 5,530개가 해동 후 이식에 부적합하거나 보존기간 경과로 폐기됐으며, 나머지 14만 1,242개는 동결보관되고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