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와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가 의약분업이 거론된 신문광고를 두고 충돌하는 모양새다.

소청과의사회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하며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사 직능을 폄훼하고 모독했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소청과의사회는 약사회의 반발에 재반박 성명을 내며, 약사회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의약분업 폐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소청과의사회 일간지 광고
소청과의사회 일간지 광고

앞서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17일과 18일 일간지에 게재한 신문광고를 통해 김기식 전 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김 전 원장이 설립한 참여연대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참여연대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이 리베이트 받아먹으려고 국민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의약분업을 반대한다”고 호도했다면서,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오늘, 결국 복지부 의약분업 주무과장이 전국적인 약국 체인을 세워 큰 돈을 벌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의사들은 도둑놈들이라고 몰아 부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소청과의사회는 “하루 세 번, 식후 30분에 드세요”라고 부실하기 그지없는 ‘이른바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들에게 한 해에 몇 천억원 씩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소중한 돈을 펑펑 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처방전이 많이 나오는 요지의 약국 권리금이 수 억원씩 한다며, 당초에 자신들이 주장했던 국민건강은 오간데 없고 오히려 국민 불편만 더 하게 한 의약분업 사태의 주모자이기도 하다고 김기식 전 원장을 몰아붙였다.

그러자 약사회는 소청과의사회가 약사직능을 폄훼하고 모독했다고 반발하며, 의약분업 최대 수혜자는 의사라고 꼬집었다.

약사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김기식 전 원장의 개인적 문제를 갖고 참여연대를 해체하라는 황당함은 차치하고라도, 사태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약사 직능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작태는 분노를 넘어, 그들의 일천한 사고방식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특히 의약분업으로 병의원은 국내 의약품시장 전체에서 90%가 넘을 처방의약품 시장의 처방권을 움켜쥐게 됐으며, 처방권이 곧 의약품 소비권이니 의사들은 엄청난 독점적 권한을 손에 넣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권한을 바탕으로 병의원(의사)은 의약품공급업체(제약 및 도매) 및 약국(약사)에 갑의 위치에 서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야기된 불법 리베이트는 사회문제화됐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또, 보건의료인 임금을 비교해 보면 의사가 약사보다 2.16배, 간호사보다는 4.33배 많이 받고 있으며, 의사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4.6배,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8.7배 더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의약분업 제도의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가증스럽다고 일침했다.

약사회는 “결론적으로 병ㆍ의원(의사)은 의약분업의 최대 수혜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약사의 복약지도료를 운운하며 약사직능을 매도하고 폄훼하는 것은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이기주의의 극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소청과의사회에 “쓸데없이 다른 직능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폄훼하는 작태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 추가부담 없이 부실한 3분 진료의 관행을 개선해 나가라.”고 경고했다.

약사회의 이 같은 성명에 소청과의사회는 오히려 “환영한다”면서, 약사회도 반기지 않는 의약분업제도 폐기를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소청과의사회는 다음 날인 20일 성명을 내고, “약사회의 성명에 의하면 의약분업제도는 일방적으로 의사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제도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이는데 전적으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약사들도 만족하지 못하고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의약분업 제도의 폐기를 논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간의 ‘의약분업 폐기 논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면서, 오는 25일까지 공식 답변을 해 달라고 전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약사회의 답변이 올 때까지 계속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약사회가 25일까지 답을 주지 않는다면 답변이 올 때까지 내용증명 우편을 계속 보내겠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약사회도 그렇게 의약분업이 싫다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약사회가 원하는걸 꼭 해야 한다.”라고 비꼬며, “약사회의 답이 오지 않으면 왜 답이 없냐고 또 신문광고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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