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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대상연구 공개? “자율성 침해 소지”박인숙 의원 개정안에 보건당국ㆍ의료계 모두 부정적 입장
최미라 기자 | 승인2018.04.16 6:2

국회에서 모든 인간대상연구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지만, 보건당국과 의료계 모두 과도한 규제로 연구의 자율성 침해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부터 인간대상연구 온라인 등록시스템인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를 구축해 연구 계획 및 결과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등록 사항이 아니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연구자가 연구결과 중 유의미한 결과만 선별적으로 발표하거나 일부 연구결과를 은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연구수행과정과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등록·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인간대상연구를 실시했으나 미미한 효과 등을 이유로 학술지에 게재되지 못한 경우에도 그 결과를 문헌고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당 연구를 등록해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모든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연구자가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는 한편, 이를 일반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의료계, 국회 전문위원실 등 모두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임상시험의 경우 국제적으로도 연구결과에 대한 등록 및 공개 의무가 강조되고 있으나, 모든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어 “현재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해 인간대상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관리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복지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라며, “연구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 개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인간대상연구 중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ㆍ확보 등을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현재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에 따라 식약처장에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임상시험계획서, 이상반응, 시험결과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으므로, 이는 등록 및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역시 “모든 인간대상연구가 아니라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우선 제한적으로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나, 법률을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또한, 현재 연구내용의 변경 및 종료결과 보고 등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해 관리되고 있는데, 이를 연구자가 다시 보건복지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도 “모든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연구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외국의 경우에도 등록 및 공개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지적하고, “다만, FDA와 같은 국가기관이나 저명한 학술지에서 등록이 된 연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에 의해 자발적으로 등록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인간대상연구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그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경우 인적ㆍ행정적 부담 및 불필요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면서, “인간대상연구의 명확한 정의와 연구계획을 등록해야 하는 인간대상연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인간대상연구의 투명성 및 신뢰성, 윤리성 등을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인간대상연구는 임상연구에 비해 그 범위가 넓으며, 인간대상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이미 법령에서 기관윤리위원회 사전심의, 연구대상자 동의절차, 연구내용에 대한 기록ㆍ보관 등의 통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개정안과 같이 모든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연구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점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임상연구(시험) 등록ㆍ공개 관련 국제 동향

한편,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인간대상연구의 윤리적 수행이 강조됨에 따라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윤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임상시험의 경우에는 연구결과에 대한 등록 및 공개 의무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의사회(WMA)는 모든 임상시험의 연구자는 첫 번째 연구대상자를 모집하기 전에 반드시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시스템에 그 내용을 등록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도 임상시험 결과를 회원 학술지에 발표하고자 하는 경우 ‘ICMJE’에서 인정하는 등록시스템에 결과를 먼저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는 ‘임상시험’ 또는 국가의 연구비 지원을 받는 일부 ‘임상연구’에 대해 연구정보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과 같이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이 아닌 모든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그 등록 및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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