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후보등록 마감 후 33일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제40대 의사협회장 선거가 오늘(23일) 막을 내린다.

우편투표와 전자투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전자투표 결과를 먼저 확인하기 때문에 당선자가 개표 시작과 동시에 가려질 수도 있다.

총 선거권자 4만 4,012명 중 우편투표 선거인수는 1,291명에 불과한 반면, 전자투표 선거인수는 4만 2,721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전자투표인수가 전체 선거인수의 97%에 이르기 때문에 1위와 2위 격차가 200~300여표만 차이나도 우편투표에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표를 불과 몇 시간 남겨 둔 23일 오후 현재 각 후보들은 어떤 마음일까? 후보들은 모두 자신의 당선을 기대하지만 선거운동 기간동안 부족한 부분이 떠올라 후회와 아쉬움도 교차하고 있지 않을까? 후보들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 봤다.

기호 1번 추무진, 기호 2번 기동훈, 기호 3번 최대집, 기호 4번 임수흠, 기호 5번 김숙희, 기호 6번 이용민(좌로부터)
기호 1번 추무진, 기호 2번 기동훈, 기호 3번 최대집, 기호 4번 임수흠, 기호 5번 김숙희, 기호 6번 이용민(좌로부터)

▲임수흠 “다른 후보는 어음, 우리는 현금”
임수흠 후보는 당선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임 후보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투표가 시작되고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회원들의 지지 소식을 들었다. 예상을 넘어선 뜨거운 지지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임 후보는 “섣부른 낙관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당선을 확신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려오는 뜨거운 지지 목소리가 확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낡아빠진 건강보험제도를 의료계 주도로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해 왔다.

임 후보는 핵심공약으로 건강보험 부담요율을 12%로 인상하고 공공재원 부담률을 독일ㆍ일본 수준인 80%로 올려 ‘적정부담’을 통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원을 마련하고, 필수의료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 ‘적정보장’을 이루는 동시에 OECD 평균의 기본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인상’을 이루어 냄으로써 건강보험 제도의 3저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임수흠 케어를 제시했다.

임케어로 회원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을 설득해 문케어를 대체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자신감에는 캠프에 접수된 선거권자 3,800여명의 명단에 있다. 임 캠프는 6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지지를 표명한 선거권자로부터 이름과 병원명, 연락처를 받아 왔다. 선거 마지막날인 23일에도 명단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임 캠프에서는 다른 후보는 어음, 우리는 현금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또, 3년 전 38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66표차로 낙선할 당시 지방에서 약세였던 점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그가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다. 그는 경상권과 전라권에서 상당한 득표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그가 3년 전 패배를 잊게 할 역전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최대집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모든 후보가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고 내세웠다는 점이다.

각 후보들은 강력한 투쟁, 투쟁과 협상 병행, 국민 설득 등을 방법론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중 최대집 후보는 강력한 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는 후보다.

최 후보는 지금은 전시이고, 자신이야말로 정부와의 전쟁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최 후보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막지 못하면 의료계는 향후 20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면서 “대정부 투쟁 경험이 풍부하고 냉철한 현실주의자인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최 후보는 발언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의사들의 진료의 자유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앞에서 싸우겠다고 약속해 왔다.

최 후보는 타 후보를 압도하는 표밭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부산 등 경남권, 경기, 대전 등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공의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된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선거 중반 이후 최대집 후보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는 평가가 각 후보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바람이 불어 예상과 다른 당선자가 나온다면 최 후보일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반면, 이 같은 평가가 나온다는 건, 선거권자들이 그를 당선권으로 분류하는 걸 꺼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그는 “감옥도 가본 사람이 가야 한다. 투쟁도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과연 의사들은 최 후보를 대정부 투쟁의 앞줄에 세울 것인가?

▲김숙희 “집토끼 많은 우리가 이긴다”
김숙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가장 많이 언급된 후보다.

‘지역’, ‘출신학교’, ‘과’가 영향을 많이 끼치는 의협회장 선거에선 김 후보는 세마리 토끼를 잡고 시작했다.

일단 김 후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사회는 선거인수가 1만 313명으로 다 지역의사회를 압도한다. 선거인수가 두번째로 많은 경기도의사회(6,096명)보다 무려 4,200여명이 많다.

지역의사회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를 주진 않겠지만 지역 행사나 학회에서 타 후보보다 자주 마주친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어, 김 후보는 응집력 강하기로 소문난 고려의대 출신이고, 압도적으로 많은 의사수를 배출한 연세의대에서 지지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초반부터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수흠 후보와 추무진 후보, 최대집 후보는 모두 서울의대 출신으로 겹치고, 이용민 후보는 경희의대, 기동훈 후보는 중앙의대 출신이므로 김 후보의 출신은 확실한 강점이다.

김 후보가 산부인과 전문의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2016년 건강보험통계 기준으로 산부인과는 5,591명으로, 다른 후보가 속한 소아과(5,430명), 이비인후과(3,635명), 응급의학과(1,384명)보다 많다.

또, 김 후보가 유일한 여성 후보인 것도 힘을 받는 요소다. 타 후보들은 여성이라고 모두 여성을 뽑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 후보가 여성 선거권자 사이에서 1위를 한다는 예측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크레인에 올라가면 어느 후보가 더 주목받겠는가.”라는 그의 질문도 회원들 사이에 화제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이성적인 여성 회장이 투쟁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회원이 많다. 

다른 후보보다 반 발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 후보가 결승선에도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을까?

▲추무진 “선거 경험 무시하다 큰 코 다친다”
추무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인기 없는 후보다.

다른 후보 캠프에서 추무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고, 현장에서 회원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불리는 경우도 적다.

하지만 추 후보가 쉬운 상대는 아니다.

추 후보는 현직 회장이자 재선 회장이다. 이미 전국 규모의 선거를 두차례 경험했고, 이번이 세번째다. 다른 후보들보다 선거 경험이 풍부하다.

추 후보의 선거 경험은 이미 토론회에서도 부각됐다. 타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알리는데 집중할 때 추 후보는 지역별 맞춤형 발언을 하거나, 당일 언론보도 내용을 소개하는 유연함을 보였다.

지난 대구시의사회 토론회에서 첫 인사말을 하면서 경북대병원 의사들이 기내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한 하루 전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대구시의사들의 헌신을 치하한 점이 단적인 예다.

또, 그를 공격하려던 질문을 간단히 받아치고, 자신이 일관되게 강조한 ‘성과’를 반복해서 발언해 차곡차곡 득점했다.

특히, 중요 현안은 모든 회원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겠다는 회원총회와 회원투표를 공약으로 앞세운 것도 돋보인다. 6명의 후보 중 회원총회와 회원투표를 약속한 후보는 추 후보가 유일하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이 있지만 다른 후보들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약만 제시한 건 아니다.

추 후보는 상대적으로 대학 및 종합병원과, 내과에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선거에서도 5명의 후보중 3~4위권으로 분류되던 추 후보는 마지막에 웃는 승리자가 됐다.

이번에도 그의 선거 경험과 현직 프리미엄이 폭발력을 보여줄까?

▲이용민 “온라인서 우리 모르면 간첩”
이용민 후보는 3년 전 선거에서 4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전자투표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우편투표가 우선 적용됐으나 올해는 전자투표가 우선 적용된다. 선거권자 4만 4,012명 중 사전에 우편투표를 신청한 1,291명 외에 무려 4만 2,721명이 전자투표 대상이다.

이용민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잘 아는 듯 하다. 이 후보는 가장 활발히 온라인을 활용해 자신을 홍보해 왔다.

현장에서는 이용민 후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홍보메시지가 자주 날라온다는 이야기가 선거기간 내내 전해졌다.

물론, 올해 전자투표 대상자에는 원래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층이 많이 편입돼 3년 전만큼 이 후보가 전자투표에서 강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캠프에는 의원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평소 의사포털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 교환을 자유롭게 해왔기 때문에 온라인 활용에 강점이 있다.

또, 이들은 6년 전 37대 회장 선거에서 조직적으로 선거를 경험해 본 인사들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강력한 투쟁’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협상’을 내세웠다. 자신의 경험과 경륜으로 두마리 토끼 사냥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온라인서 강세를 보여 온 그가 전자투표가 우선 적용된 이번 선거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

▲기동훈 “개혁과 변화를 원하십니까?”
기동훈 후보는 젊은 후보다. 2003년 33대 회장 선거에서 주신구 후보가 36세로 도전한 지 15년 만에 나온 30대 후보다.

기 후보는 그의 젊은 나이를 앞세워 개혁과 변화를 원하면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한다. 열정과 패기로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단지 자신이 젊다는 이유 만으로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지는 않는다.

기 후보는 공보의협의회 회장과, 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부회장, 회장을 거쳤고, 의사협회 37대, 39대 정책이사를 맡으면서 중앙 무대도 경험했다.

최근엔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아 비대위의 홍보를 진두지휘했다.

공보의회장 시절엔 과거 집행부에서 회계 문제가 발생했던 점을 반영해, 회계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는 투명한 회계를 바탕으로 10%였던 회비납부율을 75%로 끌어올렸다.

기 후보의 공약 중에는 회장선거 투표권을 모든 회원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회비납부를 전제로 투표권을 주는 규정이 바람직하지 않고, 이로 인해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는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기 후보는 또, 대의원회도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봉직의사를 위해서도 대의원을 배정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장에서는 그가 선거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는 점과, 경험을 내세운 선거 운동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험 보다는 젊은 패기를 좀 더 내세워 선거운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의사사회에서 그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

한편, 23일 오후 1시 20분 현재 전자투표 대상자 4만 2,721명 중 1만 9,399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45.41%를 기록중이다.

우편투표(826표; 22일 집계)를 더할 경우, 선거권자 4만 4,012명 중 2만 225명이 투표해 투표율 45.95%를 기록중이다.

최종 투표율은 48%~49%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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