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갑질 횡포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자신을 보건복지부 관련 기관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공무원의 갑질 횡포 고발과 갑질 공무원들에 대한 마땅하고 명확한 징계 조치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업무진행 과정에서 느낀 복지부의 무리한 요구를 자세히 폭로했다.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진행 중인 이 청원에는 현재 1,200여 명이 동의했는데, 동의자들도 복지부의 산하기관 길들이기에 대한 지적을 주로 내놨다.

청원인은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어 우리 기관을 새로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기관의 특성과 사업 내용, 그간의 진행 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관련 업무 담당자가 변경됨에 따라 오게 된 복지부 사무관과 주무관이 기관 내부의 기본적인 오프라인 회의까지 간섭을 하려고 하고, 회의자료도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요구를 해왔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이전 담당자는 기관 내부 전문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했기 때문에 내부 회의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한 적이 없었고,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보고하고 유선상이나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함께 논의를 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의 진행 방법과 기관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으나, 주무관은 이야기를 몇 마디 듣지도 않고 본인의 비논리적인 주장만을 언성 높이며 이야기했다.”라며, “본인들이 상위기관이기 때문에 회의자료도 모두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청원인은 “얼마 전 사무관이 알려주지도 않은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복지부에 직접 와서 (회의자료에 대해) 보고하고 설명하라’고 명령했다.”면서, “합의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본인이 궁금하고 간섭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가뜩이나 인력도 부족하고 바쁜 시기에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내려가서 설명을 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기관 운영진은 겨우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며 국민 보건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상위기관이라고 해서 우리 말 안 들으면 다른 곳에 업무를 맡기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검열하고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이 공무원의 올바른 행태인가.”라고 일침했다.

청원인은 거듭 “하위기관에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요청하는 것들은 설렁설렁 넘어가고 해결해주지도 않으면서 업무만 방해하는 것이 상위기관의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해도 되는 일인가. 파시즘처럼 상위의 권력자, 지배자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하위기관 소속 직원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권위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인 가치관과 행태를 고칠 수 있도록,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공무원으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마땅한 징계를 내리고 교육 시켜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청원 내용에 동의한 사람들도 유사한 경험을 많이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A 네티즌은 “업무의 성격 및 구조상 산하기관으로 명명돼 있지만, 엄연히 다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협력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부하직원으로 인식하는 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예정에 없던 미팅을 지나치게 수시로 진행하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때까지 담당자가 퇴근할수 없도록 위력을 가하는 관행, 개인메신저로 산하기관을 초대하는 단톡방을 만들어 밤낮 관계 없이 업무를 지시하는 관행 등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B 네티즌도 “공무원 한 두사람의 문제도 아니고, 그 특정 공무원을 미워해서도 아니다. 제발 쓸데없는 업무 절차를 없애는 부처의 일터문화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라며,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어렵겠지만, 회의자료나 발표자료 등을 일일이 사전 검열해서 수정하는 일, 이를 위해 자기 위주로 산하기관을 쉽게 오라가라고 시키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 네티즌은 “어떨 땐 30분도 안되는 보고를 하러 복지부로 들어오라고 하거나, 자신들이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밤 10시까지 복지부에서 대기하라는 말도 안되는 갑질이 이어진다.”면서 “하위기관에 가야 할 예산을 복지부에 묵혀 놓고 몇 달간 내려주지 않아 직원들의 월급도 못 줄뻔 한 적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D 네티즌은 “전문가집단 회의를 하자고 해서 힘들게 조찬 약속을 잡아 놨는데, 전날 저녁에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라며, “예의없고 안하무인인 업무형태에 진절머리가 난다.”라고 꼬집었다.

E 네티즌은 “산하기관 길들이기다. 복지부 사무관, 주무관이 산하기관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연구자들은 아닌데 본인들은 맞다고 한다.”라고 비판했고, F 네티즌도 “업무 파악 전혀 안 되면서 지시만 하는 거 정말 바꿔야 한다.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업무 떠넘기기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G 네티즌은 “주무부처 업무 담당자는 생각도 없이 산하기관 담당자에게 본인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현실이다. 기한을 넉넉히 주며 양해를 구해도 불만인데, 밍기적거리다 제출기한이 임박한 오후 5시에 메일로 보내고 전화해서 오늘까지 달라고 요구한다.”면서, “산하 공공기관 직원은 고유업무가 없나? 일정에 맞춰 업무하는데 주무부처 갑질로 요청 업무 먼저 처리하다 보면 정작 고유업무는 뒤늦게 처리하느라 야근하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성과계획서와 실적서까지 대신 써달라는 요구도 목격했다면서, 공공기관은 주무부처의 업무 파트너이지 주무부처의 심부름꾼이나 노예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H 네티즌도 “사무관이 자신의 할 일을 미루는건 이제 사무관의 덕목인 것 같다. 그럴려고 행시본 것 같아 말하지 않겠다.”라며, “그것보다 업무시간 외, 주말도 상관 없는 업무지시와 카톡, 유선전화 가릴 것 없는 5분 대기조, 껄끄러운 일은 휴대전화로 전하는 센스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부모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한사랑을 받은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고 무한사랑에 부담스러워 출근하기가 싫을 정도이다.”라고 비꼬았다.

I 네티즌 역시 “정부부처 공무원이 작성해야 할 보고자료를 대신 작성할 것을 요구하거나 업무시간 외 자료작성을 요구하거나,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회의의 실무준비를 떠넘기거나 카톡방을 이용한 업무지시와 자료요구 등 다양하다.”라며, “가뜩이나 일할 인력도 부족한데 파견까지 보내달라며 공식 협조공문을 보낸다. 국회 자료에 파견받은 인력이 많아질까봐 비공식적이고 편법으로 대놓고 요청한다. 이런 갑질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업무와 관계도 없이 산하기관을 이용해 외유성 해외출장을 가기도 한다는 폭로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J 네티즌은 “해외출장시 복지부 공무원이 돌아가면서 외유성으로 같이 간다. 한 번은 서기관이 회의 중 낮잠 좀 자야겠다고 하니 주무관이 호텔을 예약하라고 하더라.”면서, “호텔비는 누가 주나? 사비로 호텔방을 잡아줬다. 공무원이 무슨 왕인가.”라고 비판했다.

K 네티즌도 “복지부는 해외에 가고 싶으면 해외출장 건수를 만들라고 지시하고, 정작 출장은 업무와 상관 없는 사람이 간다.”면서, “본인들 워크샵하는데 방을 잡아라, 비용을 내라고 한다. 산하기관 직원은 중앙부처 공무원의 갑질을 당하려고 공부하고 취업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이처럼 청원인 뿐 아니라 동의자들까지 작심한 듯 복지부의 갑질 행태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 만큼, 향후 복지부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