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가 오늘(20일) 예정됐던 정기총회까지 무산될 정도로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 상비약 품목확대와 마약류관리통합시스템 도입 등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중앙회와 산하지부, 집행부와 대의원회 사이의 갈등으로 반목하고 있어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한약사회는 집행부(회장 조찬휘), 의장단(의장 문재빈), 윤리위원회(위원장 신성숙),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종환) 등이 얽히고설킨 분란으로 중요한 일정인 총회를 열지 못할 지경이 됐다.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지난 13일 대의원회 의장단이 요청한 제64회 정기 대의원총회 공고를 거부했다. 대한약사회 정관 제45조에 따르면, 대의원총회 개최 7일 전인 이날까지 총회 소집 공고를 내야 하는데, 문재빈 의장의 거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 윤리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시약사회장 후보자 매수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문재빈 의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에게 대의원 자격이 상실됐다고 통보했다. 대한약사회 임원 및 대의원 선출규정 제15조1항에 따라 징계처분을 받은 회원은 회무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 의장 측은 “후보들을 불러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은 관례였는데, 이제 와서 이를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서울시약사회 상임이사 14명은 지난 9일 대한약사회 회장실을 항의 방문해 “회원이 뽑은 당연직 회장의 대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면서, “조찬휘 집행부가 대의원 선출규정을 제멋대로 해석해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상임위원장 일동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지난 선거에서 후보매수를 해 당선됐다면 스스로 반성하고 겸허하게 자숙하는 게 마땅하지만 지부 임원들까지 동원해 존중돼야 할 약사회 절차를 무시하고 약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편의점 상비약 품목확대 등 약사 직능을 훼손하려는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약사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려는 서울시약사회의 도가 지나친 행동은 유감스러운 수준이다.”라며, “약사회 혼란이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약사회 정관과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처분을 수용하고 자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대한약사회를 사랑하는 대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들 대의원들은 “조찬휘 집행부가 총회의장과 대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약사회의 기본 절차를 무너뜨리고 총회와 대의원을 무시하는 명백한 월권행위다.”라며, “총회는 전체 회원의 민의를 모으는 약사회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며, 총회의장은 전체 대의원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리위원회는 징계 여부에 대한 심의만 가능할 뿐 어떠한 결정 권한도 없다. 총회의장과 대의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 오로지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찬휘 집행부가 징계를 남용해 칼날을 휘두른다면 견제기구인 대의원총회마저 무력화시키고 제멋대로 약사회무를 농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지난 13일 전국 지부장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열린 (긴급)제2차 지부장회의에서는 총회의장의 직무 지속에 대한 적절성 여부와 총회 개최 일정 및 장소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으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집행부와 의장단 간 합의가 이뤄진 이후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지부장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약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대한약사회 내분은 지난해 7월 문 의장이 조 회장의 불신임안 상정을 주도하면서 촉발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정족수 부족으로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자리를 보존한 조 회장 측이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약사회는 문 의장의 대의원 자격 상실로 인한 의장직 유고에 따라 대의원총회 업무를 대행하게 될 부의장이 포함된 의장단과 협의를 거쳐 총회 일정 전반에 관한 사항을 추후 결정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의장단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편, 대한약사회 내분이 계속되자 일선 약사들의 반발도 커지는 상황이다.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이사장 백승준)은 지난 16일 조합원들의 이름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대한약사회 사태에 일침을 가했다.

협동조합은 “지금은 편의점약 품목확대, 한약사의 약사사칭, 의약품 일련번호 족쇄 등 산적한 현안으로 약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시기다.”라며, “이럴 때 단합은 고사하고 이전투구로 약사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대한약사회 집행부와 의장단, 시, 도약사회는 즉각 모든 고소 고발과 자격박탈을 취하하고 약사회무를 정상화하라.”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약사회(회장 전웅철)는 지난 17일 열린 초도이사회에서 대한약사회의 회무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관악구약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일반 회원은 대한약사회의 진영 논리에 의한 소모적인 논쟁을 원치 않는다.”라며, “대립과 갈등에서 빚어지는 쟁점은 또다른 쟁점을 만들어 끝없는 진흙탕 싸움이 계속 되는데 이것 또한 회원을 외면하는 행위이니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무산된 대한약사회 대의원 총회를 빠른 시일에 개최해 산적한 약사회 현안을 해결하라.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민생 회무에 매진하라.”면서, “대한약사회의 대외 신임도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대한약사회 위상을 정상화 시키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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