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당선자가 가려지는 제40대 의사협회장 선거에 추무진 현 회장이 출마했다. 추무진 후보는 지난 3년 동안 투쟁보다는 안정과 점진적 개혁을 내걸고 회무를 이끌어 왔다. 그는 지난 임기동안 이룩해 낸 성과를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가 이룬 성과와 현안에 대한 생각, 당선 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기호 1번 추무진 후보
기호 1번 추무진 후보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추무진 후보: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무진 후보: 과거 회장이 홀로 외부 공세를 막아내다가 힘에 겨우면 회원을 동원하는 것이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 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회원을 동원하지 않고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면서 규제기요틴, 원격의료를 막아냈습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수동적으로 저항만 하는 것이 그동안 의협의 모습이었으나 저는, 자율권 확보를 위한 전문가 평가제도 시범사업, 숙원사업이었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노력처럼 주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2년 전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 반대 의견도 많았는데 강행했죠? 최근 대구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의협회장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대부분 후보가 전문가 평가제 적용 범위와 시범사업 확대를 이야기하더군요.

추무진 후보: 지난 3년간 회원을 대신해 우리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뛰어 다녔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오직 회원만 보고,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뛰어왔습니다.

장영식 기자: 재출마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죠?

추무진 후보: 처음에 망설이고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다한 일이 많고 지난 3년의 공과 과에 대한 평가를 회원들로부터 직접 받고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현안 질문부터 할게요. 의료계에서 정부의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추무진 후보: 문재인 케어의 첫째 문제점은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명 없이 5년 이란 한시적 기간 내에서만 목표점을 설정했다는 것이고, 둘째 문제점은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 반발의 출발점도 이 두가지에서 시작됐습니다. 문케어가 지속 가능하려면 5년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요. 결국 의사들이 원하는 만큼 주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한다고 해도 5년 후 재정이 부족하면 결국 급여로 전환시킨 것을 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문케어에 대한 대안도 제시해 주세요.

추무진 후보: 저비용-저부담-저수가, 즉 3저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의사의 희생이 먼저 보상돼야 합니다. 저수가의 정상화와 쓰러져가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의원급 진찰료 30% 인상, 종별가산율 15% 인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실손보험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는 지난해 8월 9일 정부가 문케어를 발표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입니다. 9월 14일 단식 투쟁에 들어갔을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장영식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사망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추무진 후보: 다시 한번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사망자가 나온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단순히 의료인 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추무진 후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주사제의 경우 저용량, 소포장 단위 생산에서부터 분할사용이 안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국가에서 희귀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급과 생산을 지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한 환자안전 기준 강화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로 의료계가 혼란을 겪었습니다. 전달체계 개선은 그 동안 의료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죠? 당선되면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요?

추무진 후보: 전체 종별에서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라고 하면 많은 분이 강제적으로 환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을 먼저 떠올립니다. 특히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이동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나 현실적으로 환자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이동을 직접 제한하기가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 11월 중순 이후 전달체계 논의가 급하게 진행되면서 혼란을 초래한 부분은 사과를 드립니다. 회장에 다시 당선되면 시간을 두고 회원들의 뜻을 모으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한의사들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추무진 후보: 한의사와 의사의 학문적 체계는 완전히 다릅니다. 면허를 나눠 놓고 진단기기를 함께 쓰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진단기기는 치료를 전제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의사들도 진단기기를 쓸 때는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골절을 확인하려면 정형외과의사가 영상촬영을 합니다. 의과의료기기는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다가 오해를 사 곤란을 겪었죠?

추무진 후보: 지금처럼 이원화된 체계는 없애고 교육제도를 통합해 수용할 것만 수용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다만, 이미 배출된 기존 면허체계까지 손대는 것은 사회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것이므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2015년에 의료일원화를 추진했을 때 제안한 3대 원칙이 있습니다. 3대 원칙은 첫째 기존면허자는 현행대로 유지, 둘째, 한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및 교과과정 통합, 셋째 통합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별도의 통합면허 발급입니다.

장영식 기자: 당시 논란이 기억나네요. 일부 회원이 ‘추무진 회장이 기존 한의사가 일정 교육을 받으면 의사면허를 부여하려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었죠. 의협이 제시한 기본 원칙에 ‘기존 면허자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있는대도 말이죠. 얼마 전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한 회원이 언론에도 보도됐다며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답답하더라고요.

추무진 후보: 맞습니다. 기존 면허자의 면허는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것이 의협의 일관된 원칙이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계가 지역, 직역별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동의하나요?

추무진 후보: 지역별 분열양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직역간 이해가 갈리고 과별 이해가 맞서는 경우는 제법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서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다른 부분을 없앨 수는 없으니 소통하며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의사결정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회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추무진 후보: 39대 회장의 회무를 시작하기 전에 회비 납부율이 59%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회비 납부율을 6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회원들에게 더 가가가고, 회원들을 보호하고, 회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서비스를 개발해 보급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회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대한의학회 소속 대의원들의 총회 참석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배정된 대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추무진 후보: 대의원 배정은 대의원들이 정하는데 오늘과 같은 구조를 갖게 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석률이 저조한 것도 이유가 있겠지요? 대의원회 내부에서 이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논의했는지 되묻고 싶어요. 저조한 참석률을 불참시 참여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로 징계만 할 것이 아니라 대의원회 내부에서 소통하고 개선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장영식 기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교수나 봉직의를 위한 방안이 있나요?

추무진 후보: 교수들을 위해 지도전문의 연수평점을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임기동안 닥터 시니어스클럽을 활성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앞으로도 이를 통해 양질의 정년 후 일자리와 매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분들 중 전문의 자격을 가지지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복수 전공 임상 전문의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이 제도는 기초의학에 의사들이 많이 헌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도 할 것입니다.

봉직의들을 위해서는 일자리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한 병원에 근무하면서 체불임금, 면허도용 등 피해가 생길 때 협회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피해구제 사업을 시행하겠습니다.

특히 39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병원협회로부터 추천받은 상임이사를 임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병협과 정책적 공조를 이끌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향후 병협과 연계해 의ㆍ병원간 의뢰회송 수가 신설 등 의원-중소병원 상생 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군요. 선거가 종반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거운동을 하면서 많은 회원을 만났을텐데, 어떤 점을 느꼈나요?

추무진 후보: 회원들이 집행부가 해 온 일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회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면이 많았습니다. 의료전달체게, 의료일원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질문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회원들과의 소통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회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회원총회와 회원투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죠?

추무진 후보: 많은 분이 협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게 개혁입니까? 저는 개혁이나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후보의 공약보다 개혁적인 회원총회와 회원투표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정관을 정비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규정을 근거로 회원총회와 회원투표를 통해 민의로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 구조로 만들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이번 선거에서 성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죠?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추무진 후보: 수가협상에서 3년 연속 3%대 인상을 얻어냈습니다. 2016년 3.0%, 2017년 3.1%, 2018년 3.1% 등 3년 간 재정소요액은 8,000억원이 넘습니다. 0.1%가 90억원 가량입니다. 0.1%를 더 얻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고 정부와 씨름을 합니다. 직접 협상에 나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노인외래 본인부담 정액제를 개선했습니다. 2001년 이후 상한 구간의 변경이 없어서 초진 진찰료만으로도 정액구간을 넘게 돼 진료비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노인복지 차원에서 2017년 11월 1일 건정심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의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이용시 본인부담금액을 완화했습니다. 재정 소요액이 1,000억원이 넘습니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특별조치로 도입된 진찰료 차등수가제를 폐지했고, 식대 수가 1.0%를 이끌어 냈습니다.

또, 2017년 7월 1일부터 제2차 상대가치가 전면개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3년 6개월에 걸쳐 4단계로 수술, 처치 기능검사 수가가 인상됩니다.

1회용 치료재료를 별도 보상하고, 내시경 세척ㆍ소독료도 신설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금 언급한 내용들은 시민단체로부터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죠?

추무진 후보: 그렇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인 행정처분 시효법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주세요.

추무진 후보: 사실 가장 의미있는 것이 의료인 행정처분 시효법 도입입니다. 그동안 의료인은 시효제한이 없어서 간단한 행정처분 통보를 받고도 마음 졸이고 답답해 했습니다. 시효가 지나면 처분이 안 된다는 결정이 됐을 때 회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죠. 회원들이 안정적으로 환자를 위한 진료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합니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전공의 특별법도 있습니다. 일선에서 어려움과 혼란도 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선제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런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시민단체와 국회를 설득했고, 의료계도 설득했습니다. 우리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수치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직접적으로는 전공의들의 근로와 적정수련, 근무 환경이 개선됐고, 그런 방향으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제 전공의들이 좀더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장영식 기자: 당선되면 1년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했죠? 어떤 의미인가요?

추무진 후보: 회장은 정관에 따라서 모든 회무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비대위에 줬습니다. 회장이 협회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대위에게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부여했는데, 의무는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비대위에 책임을 지울 수 있나요? 당선되면 투쟁과 협상 권한을 회장으로 일원화해 회무에 집중하고 일년 뒤 회원들에게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의미입니다.

장영식 기자: 문케어는 8월 9일 발표됐고, 비대위는 9월 16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문케어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부여받았습니다. 비대위는 9월 28일 첫 회의를 연 후, 현재까지 약 6개월간 문케어에 대응해 왔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투쟁을 한 것도 비대위고, 협상을 한 것도 비대위죠. 그런데 복지부는 예정대로 문케어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이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추무진 후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의료계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당선되면 임기 후에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추무진 후보: 의사협회가 회원의 권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 전문가단체로서 정책을 제안하고 수행할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의사협회가 정부와 대등한 관계가 되도록 노력했던 회장, 의사협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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