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의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더 좋은 생활습관을 갖도록 건강증진서비스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시ㆍ군ㆍ구별로 실시되고 있는 통합건강증진사업은 보편적인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의 강도를 ‘필요’에 비례하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진 부연구위원
김동진 부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행한 ‘이슈앤포커스’에서 김동진 보건의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소득ㆍ교육 수준에 따른 나쁜 생활습관의 격차와 함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생활습관의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나쁜 생활습관’ 지표를 현재 흡연, 고위험(문제) 음주, 근력운동 미실천, 식품 미보장의 4가지로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소득ㆍ교육 수준별 인구집단 간 격차를 비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유럽 사회에서 전개됐던 건강불평등 담론의 확장과 쇠퇴의 과정 사례 연구 결과는 나라마다 건강불평등에 대응하는 방법과 결과는 달랐으나, 건강불평등 대응의 스펙트럼에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대부분 현상에 대한 측정이었음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적 현황을 드러내는 것이 건강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불평등 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사회경제적 지위별 나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 비율의 격차를 살펴본 결과 소득 수준, 교육 수준 별로 불평등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생활습관의 불평등은 소득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ㆍ소득 수준에 따른 계층별 경사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생활습관의 불평등은 소득 수준보다 교육 수준별 격차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개인적 선택으로 보이는 생활습관에는 개인을 넘어서는 원인, 즉 사회적 원인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여건 의 격차는 생활습관의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건강불평등을 유발한다.“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사회적결정요인위원회(World Health Organization Commission on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는 지난 2008년 발간한 ‘한 세대 안에 격차 줄이기(Closing the gap in a generation)’ 보고서에서 ‘일상생활 조건의 개선’을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첫 번째 권고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생활습관의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더 좋은 생활습관을 갖도록 건강 증진서비스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ㆍ군ㆍ구별로 실시되고 있는 통합건강증진사업은 보편적인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의 강도를 ‘필요’에 비례하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인구집단이 더 많은 건강증진서비스에 노출될 수 있도록 ‘비례적 보편주의’에 입각 한 사업 수행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건강불평등은 그 자체로 불공평하고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노력에 따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건강불평등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건강불평등 현황과 추이를 모니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워싱턴대학의 건강계측ㆍ평가연구소(IHM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의 전 세계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식이, 음주, 흡연은 한국인 질병 부담의 위험 요인 1, 2,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으며, 신체비활동도 8위에 해당한다.

금연, 절주, 신체활동, 영양 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건소 통합건강증진사업이며, 관련 사업 지표는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제4차 Health Plan 2020, 이하 제4차 HP 2020)’의 ‘건강 생활실천’ 사업 분야에 속해 있는 지표이자 대표 지표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이 4개 사업의 소득 수준 간 격차는 제4차 HP 2020의 건강형평성 지표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제4차 HP 2020의 건강형평성 지표는 사회경제적 지위 지표 중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만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최하위와 최상위 간 차이만 모니터하도록 목표치가 설정돼 있어 ‘건강의 사회계층적 경사면(social gradient in health)’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전반적인 불평등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position)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대체로 잘사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실제로 지난 수 백년 동안 건강이 사회경제적 지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 방법으로 입증됐으며, 수많은 연구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상병과 사망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는 역학연구에서 매우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결과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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