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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에 임상외 의약품 사용 길 열리나박인숙 의원 약사법 개정안에 식약처 긍정적 반응 내놔
최미라 기자 | 승인2018.02.13 6:8

희귀질환자들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임상시험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중인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놔 주목된다. 다만, ‘1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의 개념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해 12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보건복지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현행법은 임상시험을 위해 제조되거나 수입된 의약품등(이하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기암ㆍ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질환을 가진 환자나 응급환자 등의 경우에는 치료 등 임상시험 외의 용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전성ㆍ선천성 희귀질환 환자의 경우는 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활용이 제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전성ㆍ선천성 희귀질환의 경우 그 특성상 환자 수 자체가 매우 부족해 1상에서 3상에 이르는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어렵고, 이로 인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장기간이 소요돼 희귀질환자에 대한 치료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줄기세포치료제 등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 정식 허가를 받아 사용되기까지는 통상 10년∼15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개발이 좌초되는 경우도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인숙 의원은 “‘희귀질환관리법’에 지정한 희귀질환 및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으로서 대체치료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환자들에게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임상시험등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줘 희귀난치성 환자들의 치료에 기여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전했다.

개정안은 임상시험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기준을 ‘1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으로 하고,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한 희귀질환을 가진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해당 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정수용 입장이다. 임상시험용의약품을 임상시험 목적 외에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희귀질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해 치료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다만, 식약처는 ‘1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이라는 표현의 사용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것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도 “1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대한 기준,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에 대한 기준 등이 불명확하다.”면서, 기준을 명확화할 것을 주문했다.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신중검토’ 의견을 통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한 희귀질환으로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의 치료목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1상시험을 통과한 물질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ㆍ유효성을 검증하지 않은 신약후보물질에 불과한 것이므로, 치료목적으로 1상시험을 통과한 물질을 희귀질환자 등에게 사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라는 입장이다.

현행과 개정안의 비교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희귀질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라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일부 모호한 의미 때문에 법 해석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 제34조제4항 단서에 따르면, 임상시험 용도 외로 사용할 수 있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요건과 관련해 ‘1상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일지라도’ 허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제1상에서 제3상에 이르는 임상시험의 단계별 정의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통과’했다는 의미가 단순히 1상시험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1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의미인지 등이 모호해 법 해석상 어려움이 따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 제34조제4항제2호는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한 희귀질환을 가진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말기암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 또는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응급환자’에 한해 허용했던 현행 규정에 비해 개정안은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허용함으로써 치료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으나, 실제 환자에 대한 안전성ㆍ유효성 평가 없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1상시험’ 자료만으로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 일반적ㆍ포괄적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입장도 있다는 것이다.

석 전문위원은 또, “총리령으로의 위임규정이 삭제돼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허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참고로 ‘희귀질환관리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희귀질환’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희귀질환의 종류나 범위가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석 전문위원은 “‘희귀질환관리법’ 상 ‘희귀의약품’과 ‘약사법’ 상 ‘희귀의약품’이 일부 상이하므로 법체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상시험이란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藥動), 약력(藥力), 약리,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는 시험이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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