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보궐회장까지 포함해 임기 4년 만에 나온 첫 불출마 발언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발언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하다. 일각에선 불출마 선언이 아니라 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추 회장이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추 회장은 현재 논의중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내과계와 외과계 의사들이 합의하면 불출마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는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상호경쟁하는 기형적 구조가 계속돼 왔고, 동네의원은 고사 위기에 처했고 대형병원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추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이 시행되면 의원급 입원실이 전면 철폐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집행부 독단으로 정부와 합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후배들에게 올바른 의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고, 과도한 경쟁과 과도한 시설투자 없이도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 회장의 출불마 선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먼저,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회원을 죽이는 안’이라며 일관되게 반대해 온 외과계 의사들이 입장을 바꿔 개선안에 찬성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출마 선언이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확정하는 회의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것도 의아하다.

외과계로 분류되는 과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하다. 외과계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내과계와 외과계가 합의하더라도 의료계가 원하는 결과여야 한다. 추 회장이 ‘내과계와 외과계가 합의해 의료계가 원하는 결과를 이룬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직역으로 나뉘어 있는 의사들 입장에서 ‘의료계가 원하는 결과’만큼 모호한 표현도 없다.

일부 직역에서 불만을 표출하거나 반발하면 의료계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무진 회장이 불가능한 불출마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추 회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앞두고 차기 선거와 엮어서 회원들을 선동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내부 목소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또, ‘의료전달체계를 바르게 정립해 죽어가는 회원들이 살아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즉, 불출마 선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회원들을 선동하는 사람이고, 죽어가는 회원을 외면하는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씌운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끝까지 반대하고 분열을 책동하면 굴복하지 않고 능력과 힘을 다해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전문과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 회장의 조건부 불출마 발언을 전해 들은 한 회원은 이렇게 말했다.

“추무진 회장님, 그냥 출마 선언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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