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8호와 29호 국산신약이 연이어 시판허가를 획득하고 다수의 혁신 신약이 급여등재 관문을 통과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의 R&D 성과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혁신 신약 기대주(신약후보물질)가 허가검토 단계에 진입하고, 다양한 유망약물이 국책과제에 선정되는 등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R&D에 속도가 붙고 있다. 또, 국내 개발약물의 글로벌 임상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올 한 해 R&D 성과가 주목되는 국산신약 기대주를 살펴봤다.

▽올해 30호 국산신약 탄생할까?
1999년 7월 15일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국산신약 1호로 허가된 지 18년 만인 지난해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동종세포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국산신약 29호로 식품의약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29호 국산신약의 탄생으로 30호 국산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지난해 9월 CJ헬스케어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신약 ‘테고프라잔(코드명: CJ-12420)’가 허가단계에 진입해 눈길을 끈다.

테고프라잔은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라는 새로운 계열의 위산 분비 억제제로, 현재 역류성 식도염 1차 치료제인 PPI(Proton Pump Inhibitor)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전망이다.

CJ헬스케어에 따르면, 테고프라잔은 빠른 약효발현과 지속적인 위산 분비 억제, 식사여부와 상관없는 복용 편의성, 낮은 약물상호작용 및 약효변동성 등의 장점을 가졌다.

CJ헬스케어가 정부 지원을 통해 개발 중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신약의 R&D 행보도 눈길을 끈다. 자가면역 염증질환 치료 신약 과제 ‘CJ-15314’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신약개발 비임상ㆍ임상시험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이 신약후보물질은 세포 내 염증성 신호전달물질인 Kinase를 높은 선택성으로 저해해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대비 효과 및 안전성을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하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확보한 물질로, 향후 적응증 확대에도 유리할 전망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 ‘HL036’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기대주는 지난해 9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2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획득하는 등 긍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HL036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해 안전성과 내약성 등을 확인했으며, 이번 임상 2상 승인으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HL036의 기본 물질인 항TNF 항체는 전 세계적으로 약 3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엔브렐이 대표 품목이다.

HL036은 이 항TNF 항체를 분자 개량한 바이오베터로 기존 항TNF 항체에 비해 높은 조직분포율과 증가된 안정성 및 활성을 나타내도록 개량했기 때문에 안구건조증 치료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의 안과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협력해 오는 2018년 8월까지 임상 2상 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신약 기대주 다수 임상단계 진입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기대주 중에서는 JW크레아젠(JW신약 자회사)이 개발하고 있는 교모세포종 치료 신약 ‘CreaVax-BC’의 R&D 성과가 주목된다.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CreaVax-BC’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 등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수지상세포에 암항원을 주입시켜 ‘킬러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를 유도, 암줄기세포를 포함한 뇌종양세포를 공격하도록 함으로써 암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치료제다.

앞서, 지난 2016년 종료된 연구자 주도 임상 결과에서 ‘CreaVax-BC’ 치료 시 일반적으로 보고된 교모세포종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6개월), 전체 생존기간(15개월)에 비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JW크레아젠은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에서 약 60여 명의 교모세포종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수행해 ‘CreaVax-BC’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JW크레아젠 관계자는 “교모세포종 치료를 위한 기존의 항암요법은 독성이 강하고 내성 발생에 대한 문제가 있다.”라며, “안전성이 확보된 자가 면역세포치료제인 수지상세포 치료제 개발로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약물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IDX-1197은 암의 생성과 관련 깊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효소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PARP 저해 기전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DX-1197은 암세포에서만 발생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 및 결핍을 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을 억제한다.”라며, “특히 항암 치료 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 효용가치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동제약은 보건복지부 지정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함께 ‘IDX-1197’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앞선 비임상시험에서 유사 기전을 가진 기존의 대표적 약물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 등과 비교해 항암력과 표적선택성이 우수한 것을 확인했다.

일동제약은 임상연구 결과 등에 따라 제품화는 물론, 라이선스 아웃과 같은 다양한 상용화 전략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뒤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에 기술 이전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4일 당뇨병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이 시작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매일 맞던 주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시킨 바이오신약이다.

이 약물에는 한미약품의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 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ㆍ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 연장)’가 적용됐으며,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에 기술 수출됐다.

▽국산 신약후보물질 연구 데이터 해외도 주목
지난해 해외 학회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 데이터가 다수 공개돼 향후 R&D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 제53회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 학술대회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및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LAPSTriple Agonist’와 희귀질환인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LAPSGlucagon Analog’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SK케미칼도 지난해 9월 이탈리아 피렌체 열린 국제요실금학회 학술대회(ICS 2017)에서 항무스카린제의 부작용을 개선한 과민성방광치료복합제 신약 기대주 ‘THVD-201’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발표해 주목 받았다.

THVD-201은 기존 과민성방광치료제가 복용 시 입마름 현상을 유발해 물 섭취가 필요해지고 다시 소변량을 증가시켜 환자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에 착안, 과민성방광증후군과 입마름 현상을 동시에 치료하는 복합제로 개발됐다.

대웅제약은 심장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Prolyl-tRNA Synthetase(PRS) 저해제 ‘DWN12088’의 긍정적인 전임상시험 결과를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First-in-Class 약물인 ‘DWN12088’은 심근경색 후 발생하는 심장섬유화와 과도한 염증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구용 심장섬유화 치료물질로 향후 R&D 행보가 주목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최적의 후보물질로 도출된 DWN12088의 임상시험을 올 상반기 중 개시해 오는 2021년 섬유증치료제 승인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JW중외제약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혁신(First-in-class) 항암신약 기대주의 R&D 행보도 돋보인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59차 미국혈액학회(ASH)에서 Wnt 표적항암제로 개발 중인 ‘CWP291’의 재발ㆍ불응성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임상 1a상과 1b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CWP291은 국내에서 혁신적 신약(First-in-class)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후보물질로, 암세포의 성장과 암 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인 Wnt/β-catenin 기전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JW중외제약은 2015년 10월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재발ㆍ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CWP291’ 단독 시험인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용량을 단계별로 늘려 나가면서 유효성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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