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의료계는) 정부가 총액계약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대만총액계약제의 경험과 교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총액계약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총액계약제는 일정기간 동안 제공될 의사, 병원 등의 의료서비스 총액을 사전에 겨렁해 지급하고 결정된 총액 범위 내에서 진료가 이뤄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독일, 대만,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부분 및 전면 시행되고 있다.

정통령 과장은 “재정 리스크를 지불제도에 따라 가입자 쪽에 두거나 공급자 쪽에 둔다. 제도마다 특성이 있지만 제도 자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따라서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총액계약제라고 통칭하는데 계약제와 관리제는 뉘앙스가 다르다. 순수하게 가입자와 공급자 간 계약을 하는 체제를 총액계약제라고 이야기하는 지, 아니면 일정 정도 정부 개입을 강화하면서 총액 관리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를 각각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독일도 차이가 있다며 같은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나라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총액계약을 하더라도 그 내에서 의료수요를 적절하게 조달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라며, “독일은 주치의 제도 정립돼 있는 상태에서 나름 조절이 가능하다. 실제 운영되는 행태들이 같은 이름을 써도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다른 부분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의료계의 총액계약제 추진 우려를 일축했다.

정 과장은 “의협에서는 복지부가 시급하게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국회에서 도입을 요청했으니 현실적인 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복지부는 당장 도입할 상황도 아니고 도입 계획도 없다.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만약 총액계약제를 한다면 전체에 도입할 지 특정 분야에만 도입할 지 고려해야 있고, 의ㆍ치ㆍ한ㆍ약 각 직역마다 재원 배분을 어떻게 할 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 지역마다 재원 배분도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의료계와 전체 총액만 계약하고, 의료계 내에서 배분하는 제도로 간다면 정부는 총량만 고민하면 되지만 적절한 관리까지 정부가 담당하면, 할당된 범위를 초과했을 때 어떻게 할 지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도입할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의료계는 굳이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종의 가상의 적을 만들어 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걱정할 필요가 전혀없다.”라고 재차 말했다.

정 과장은 “총액계약과 관련해 이미 여러 연구 사례가 있다. 공공병원에서 해당 기관에 대해 기관 단위의 총액예산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했었다.”라며, “감염병 전문병원은 병상을 항상 비워놓고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검토를 요청했기 때문이다.”라고 예를 말했다.

정 과장은 “산부인과의 경우 환자수가 줄어드니까 총액을 맞춰놓고 환자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단가를 올려서 유지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또, “최근 상대가치 개편을 하다보니 기본 진찰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원급은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정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정 과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여러가지 총액 개념이 제시됐다.”라며,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묶진 않겠지만 다양하게 검토하면서 추진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의협에서 생각하는 의료비 통제수단으로서의 총액계약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과장은 “다만,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불제도를 고민할 필요는 있다. 의협도 경계하지 말고 편안하게 함께 이야기하자.”라고 제안했다.

Yilien Liu 대만의사회 사무부총장
Yilien Liu 대만의사회 사무부총장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대만의사회 이리엔-리우(yilien Liu) 사무부총장은 대만의 보건의료체계를 설명하고, 국내 의사들에게 총액계약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리엔-리우(yilien Liu) 부총장은 “대만은 1995년 정부주도의 단일보험자가 관리하는 전민건강보험제도(NHI)를 도입했다.”라며, “지불제도는 총액계약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불제도로 운영되며, 의사 중 93%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리엔-리우 부총장은 “수가 총액과 배분은 국가건강위원회가 결정한다. 소비자와 의료공급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을 하는데 결렬되면 복지부장관이 결정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리엔-리우 부총장은 “대만 보건의료체계는 게이트 키퍼도 없고, 환자를 선별해 내는 시스템도 없어서 환자들은 의원이나 병원에 원하는 대로 갈수 있으며 병원 방문 비율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리엔-리우 부총장은 “의료서비스가 적시에 큰 대기시간없이 제공되고 있다.”라며, “외래방문 횟수는 한 사람당 1년에 15회로, OECD 국가보다 높다.”라고 말했다.

이리엔-리우 부총장은 “건강보험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국민 만족도는 85.8%로 높았고, 의사 만족도는 30.2%로 낮았다.”라며, “소비자들은 적게 내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반면, 수가를 90%만 보장하고, 진료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의 만족도는 낮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경우, “합리적인 수가를 보장받아야 하고, 총액계약제와 별개의 신의료기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제공자가 협상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가능하면 한국에서 총액계약제를 늦게 도입하도록 지연시킬 것을 권장한다.”라며, “무엇보다 총액계약제에 동의하기 전에 더 많은 사전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협의까지 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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