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료인의 취업제한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아청법)’이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 주목된다.

수정된 아청법 개정안은 지난 5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93건의 법안 중 71항으로 상정됐으나, 이날 54항까지만 의결하고 산회하는 바람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11일부터 23일까지 다시 12월 임시국회가 소집돼 통과 가능성이 생겼지만, 자유한국당의 법사위 보이콧으로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시국회 중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린다면 아청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오는 22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다.

여당은 한국당의 법사위 보이콧 사태를 비판하며, 임시국회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가 변호사 특권을 내려놓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지난 본회의에 직상정해 처리한 것을 놓고 의도적으로 보이콧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가 22일 본회의에서 과연 몇 건의 법안을 처리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보다 치열하게 상임위 법안심사에 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017년 마지막 임시국회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국민을 위해 간극을 좁히며 뜻을 모은다면, 산적한 민생입법과 개혁과제를 처리하기 충분한 시간이다.”라며, “오는 22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그간 미뤄왔던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해주길 야당에 요청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아청법 제56조를 말하는 것으로, 2006년 도입됐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받아 확정된 사람은 10년간 유치원과 병ㆍ의원 등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현행 아청법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 취업제한 기간을 일률적으로 최고 10년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취업제한 제도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률적으로 10년간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범죄행위의 유형이나 구체적 태양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정부(여성가족부)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해 위헌소지를 없애고자 했지만, 성범죄 의사의 취업제한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돼 의료계가 반발할 뿐 아니라 법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지난 2016년 11월 11일 제출한 개정안은 성범죄 의료인 취업제한 기간을 ▲3년 초과 징역 또는 금고형의 경우 30년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는 15년 ▲벌금형 6년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죄의 경중 및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남인순)는 올해 2월 23일 정부안을 골자로 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같은 달 2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에 적합하는지, 법체계에 문제는 없는지 등이 지적되며 아청법 개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소위로 회부된지 9개월만인 지난 11월 30일 법사위 제2소위에서 수정된 내용이 반영돼 의결됐고, 아청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사위 제2소위에서 의결된 아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취업제한 기간을 최대 30년까지 확대하려던 정부안 대신 기존 법률에서 정했던 10년의 기간을 상한선으로 해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취업제한 기간을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당초 여성가족부는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의 상한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법사위는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세분화할 경우 ‘절벽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법관의 재량에 맡기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등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취업 제한 명령 예외를 두도록 했다. 이 조항은 여가위에서 삭제됐는데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부활했다.

위헌 판결 이전에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사람들에도 소급 적용된다. 기존의 형 확정자들의 소급 적용을 위해서는 아동 청소년 성범죄 혐의로 3년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은 5년, 3년 이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년,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년간 취업 제한을 하도록 했다.

취업이 제한되는 곳은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 대학교, 학원, 교습소, 체육시설을 비롯해 청소년노래연습장, 대중문화예술 기획업소,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의료기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청소년 쉼터, 가정방문 학습지교사, 공동주택관리사무소 경비업무 등 기존의 규정에서 몇 곳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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