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의료계-한의계-정부 협의체(의한정협의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김명연 의원과 인재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이 의ㆍ한ㆍ정협의체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권 차관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건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함께 숙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의료계와 한의계가 참여한 기존 협의체를 다시 구성해서 논의한 뒤 다뤄줄 것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권 차관은 의협도 협의체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말했고, 소위는 이를 받아들여 법안 논의를 보류했다.

지난 29일 추무진 의협회장은 기자브리핑에서 협의체 논의 경로와 참여여부를 묻는 질문에 “비대위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라며 논의 과정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28일 복지부로부터 받은 ‘협의체 참여 요청 공문’을 29일 비대위에 건넸다.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공문을 받기 전까지 복지부와 단 한 차례도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ㆍ한ㆍ정협의체도 23일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추무진 회장은 답변을 피했고, 이필수 위원장은 복지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복지부에 참여의사를 건넨 쪽은 어느 쪽일까? 설마 권덕철 차관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걸까?

또,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일단, 협의체 참여 여부를 비대위와 함께 결정하겠다는 추 회장의 입장은 논리적 모순이다.

의협은 지난 24일자 보도자료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위해 시기를 한정해 강행하려는 의ㆍ한ㆍ정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면서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위한 의료체계 개선이라는 대승적 목표 실현을 위한 장기적 논의를 추진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즉, 한의사 현대의료기기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의료현안을 논의할 때만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국한한 협의체라면 비대위의 몫이지만, 장기적으로 의료체계 개선을 논의하는 협의체라면 집행부가 맡아야 한다.

이는 의협이 지난달 22일 참여하려다 불참한 의ㆍ병ㆍ정 협의체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집행부는 비대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의 급여화만 다루는 협의체면 모를까, 의료전달체계 등 보험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의ㆍ병ㆍ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참여하려 했다.

의ㆍ한ㆍ정협의체와 의ㆍ병ㆍ정협의체에 대한 집행부의 참여 논리가 상충되는 것이다.

추 회장의 행보는 이번 법안소위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법안을 막는데 급급한 행보라는 점에서 아쉽다.

법안소위 간사인 인재근 의원은 2015년처럼 협의체에서 결론이 나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법안은 내년 2월 또는 4월 임시국회 회기중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공산이 크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논의할 시간을 줬다는 명분을 내세워 공세를 펼 것이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1월 회장선거를 끝내고 새회장이 전열을 정비할 때고, 의사협회는 회장선거중이거나 새회장이 인수인계를 받을 시점이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와, 참석여부를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조차 혼란스런 의ㆍ한ㆍ정협의체 카드가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른걸까.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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