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안아키’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돼 국회에서 이를 막는 법안이 추진중인 가운데, 해외에서는 백신접종 거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은 지난 9월 7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의 부모 등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 등에게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국가예방접종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홍역 등 감염병의 유행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7년 학교와 국공립 보육시설 및 프리스쿨 입학 시 예방접종을 의무화(0~6세 아동의 12개 접종)하고, 위반 부모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양심적 거부도 불인정한다.

호주의 경우 ‘No Jab No Pay(예방접종 없이 보조금도 없다)’ 정책으로 20세 이하 자녀의 모든 예방접종 미완료 시 각종 세제혜택 및 양육수당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신념에 의한 예외도 불인정한다.

미국은 연방법 상에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나, 지방정부법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 예방접종증명서를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주별로 의무접종 대상 백신 및 의학적 금기사유, 종교적 및 개인적 신념 사유의 인정 여부 기준은 상이하다.

독일은 올해 육아시설 책임자가 예방접종 거부 부모를 신고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국가예방접종을 권장하는 수준으로, 초등학교 입학시 별도 예방접종증명서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개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개요

한편, 우리나라는 법 제24조의 규정 등에 따라 결핵, 홍역, 풍진, 수두 등의 감염병에 대해 어린이, 노인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서는 보건소 또는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예방접종제도는 각종 감염병의 발생을 감소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최근 예방접종의 부작용과 제약회사와 의료계의 커넥션에 대한 우려, 가볍게 앓고 넘어갈 질병이나 위생적으로 발병가능성이 낮은 질병까지 예방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 등에 근거해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항생제, 예방접종 백신과 같은 약품을 거부하고 ‘수두파티’와 같은 극단적인 자연치유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질병 발생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아동학대 논란 등이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예방접종을 끝내지 못한 영유아, 학생 등이 있으면 자치단체장은 그 영유아 또는 학생 등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의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인숙 의원은 “안아키와 같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연치유법은 백신이 발견되기 이전인 1800년대에 유행했던 치료법과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며,“수두는 전염성이 강하고 세균감염, 폐렴, 뇌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질병이며, 예방접종을 안 하는 사람이 늘면 퇴치에 성공한 감염병이 다시 대유행 할 수 있다.”라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예방접종이나 진료를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의 행위는 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의 건강은 물론 같은 어린이집 등에서 생활하는 다른 아동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염병으로부터 아동과 공동체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한다.”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의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행정적 제재조치의 적절성과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부모가 극단적인 자연치유법에 대한 오해나 종교적 신념에 근거해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자녀의 건강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한편, 지역사회 전체의 ‘집단면역’ 획득을 저해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에 대해 일정한 제재수단을 마련해 불확실한 정보 등에 근거한 예방접종의 거부행위의 확산을 차단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석 전문위원은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행위가 아동인권이나 공중보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과태료와 같은 행정적 제재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리고 이를 통해 자녀의 예방접종 거부를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신빙성이 부족한 정보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예방접종의 효과와 부작용, 국가피해보상제도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에도 최근 벌금을 도입한 이탈리아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입학과정에서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거나, 보육시설 책임자에게 예방접종 거부 부모를 신고하도록 하는 정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석 전문위원은 또,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과태료 부과가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개인적 소신이나 종교적 신념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당초 입법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에 대해 예방접종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예방접종을 지원ㆍ권장하고 있을 뿐, 이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개정안과 같이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경우, 법률 체계상 아동의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함께 신설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석 전문위원은 전했다.

이 경우 현재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지원제도를 통해 지원되고 있는 총 17종의 백신 중에는 반드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건강증진 차원에서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수준의 백신도 일부 포함돼 있으므로, 어느 범위까지를 의무접종대상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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