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한방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보건당국은 품질과 안전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한의학회, 대한예방한의학회는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의학을 활용한 생애주기별 질환관리와 보장성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한의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한약 급여화, 생애주기별 질환관리 등 한방 보장성 강화를 내세웠다.

임병묵 대한예방한의학회 부회장(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과 한의약 급여확대’에 대한 발제를 통해 “현재 보험한약 급여는 56 처방에 불과하고, 질 높은 복합한약제제와 첩약은 비급여이다.”라며, 한약급여가 제한적이고 진료수가도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 8월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서 한방 관련 내용은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 확대’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임 부회장은 생애주기별 특화 서비스 급여확대안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적정 상병에 대한 치료용 한약(첩약) 급여화 ▲모성: 임신전ㆍ산후조리 지원사업/난임부부 지원사업 ▲소아: 6세 미만 소아 대표상병(상기도감염, 비염, 허약 등) ▲취약계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대상 한의사 주치의제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한의 진료의 특성을 반영하고, 진료의 자율성 증대 및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한의행위의 수가구조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래진료의 경우 시술정액제 또는 묶음수가 도입을 검토하고, 입원진료는 시술정액제와 행위별수가를 혼합하는 식이다.

송호섭 대한한의학회 부회장(가천대학교길한방병원장)은 ‘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대비한 첩약 건강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를 통해 “정부의 치매지원정책에서 한의계가 소외됐으며, 난임시술 급여화에도 한의계가 배제됐다.”라고 지적했다.

송 부회장은 “지자체 한방난임치료를 통해 20~30%의 임신성공률이 나타났고, 월경상태가 개선됐다는 비율도 80% 가까이 돼 확실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한방난임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만성질환 유병률과 한방의료 이용 선호도가 높으나, 고가의 진료비에 대한 부담이 높기 상황이다. 한의약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은 급여범위가 침, 뜸, 부황 등의 시술 중심으로 구성돼 질환의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편중됐기 때문이다.”라며,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첩약 보험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부회장은 “첩약은 모든 연령층에 적용이 가능한 높은 접근성을 갖고 있으며, 특히 소아에도 적용 가능한 치료법이다.”라며, “첩약 시범사업 추진이 시도된 경험이 있고,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 생애주기별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이므로, 첩약의 보험급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첩약이 보험급여화되면 고령화 저출산시대에 생애주기별 보장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장애요인인 높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한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모든 연령층의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고,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한약(첩약) 관리로 약가의 동등성 및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가 용이해진다고 역설했다.

패널 토의에 나선 이병순 대한노인회 선임이사도 “한의학은 5,000년 역사를 갖고 발전해 온 하나의 의학이며, 서양에서도 의학과 함께 나란히 존중받는 추세다.”라며,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의 정착을 위해서는 이미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치료 목적의 한방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선임이사는 다만, 한방의 효과를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해외의 한방 적용사례 같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하며, 국가 재정 문제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많은 고령자는 한의를 이용하고 싶어하는데 필드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정부는 소비자의 의료선택권 확보를 위해 필드를 공정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한방 보장성 강화에 앞서 안전성과 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장은 “한방 보장성 강화와 급여확대에 있어 식약처의 역할은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한의계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면 생애주기별 질환관리와 급여확대 당위성에 공감한다.”라고 운을 뗐다.

김 과장은 “다만, 지금까지 보면 임상적 유효성이 있어서 급여화가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품질이나 안전성 자료가 미흡해서 급여화가 좌절된 경우가 있다.”라며, “더구나 보건복지부에서는 품질과 안전성 자료가 없이 급여화가 된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식약처는 한의계가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며, 한약 분야에 축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남점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지난해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64조 6,000억원 중 한방진료비는 3.7%인 2조 4,000억원, 건강보험 전체 약품비 15조 4,000억원 중 한방약품비는 0.2%인 316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런걸 보면 2만 3,000 한의사들이 어떻게 살고있을지 너무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부임한 남 과장은 “우리국 전체 예산이 지난해 365억원에 불과하더라. 내가 있는 동안 500억원은 넘기고 가겠다고 해서 이번에 국회에 580억원을 보내놨는데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라며, “저는 한의사를 위해 뛰는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남 과장은 또, 의료계와의 협진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의계가 처음부터 의료계와 손을 잡고 함께 했으면 오늘날처럼 이상한 과정을 밟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 과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의한협진 시범사업이 2단계 진행중이다.”라며, “안면마비(구안와사)의 경우 협진하면 치료에 45일이 걸리는데, 협진을 안 하면 100일 넘게 걸린다. 협진하며 그만큼 의미있는 치료를 하는게 한의학이다. 치료의학에서 한의학을 얼마나 가지고 가느냐에 대한 한의계와 정부, 국회가 힘을 합쳐서 뭔가 해야할 때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의도 의미있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통계로 가능하긴 하지만, 한의사들이 현장에서 그만큼 노력해줘야 한다.”라며, “정부도 한의계 의견을 수렴해서 3차 육성계획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남 과장은 또,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의 급여화’란 비급여 목록에 있는걸 예비급여화한 후 급여화하는 것인데 3,800개 비급여 중 한의는 16개에 불과하다면서, “12개 한의과대학과 협회, 학회가 머리 싸매고 모여 비급여목록에라도 올리는 작업을 빨리 해야 한다. 아직 최종 보장성 강화안이 발표된 게 아니니 어떻게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필건 전 회장의 탄핵 등 혼란스러운 한의협 사정을 의식한 듯, “내부 문제가 중요한게 아니다. 정치보다 부지런히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틈만 나면 계속 말하고 있다.”라고 당부했다.

남 과장은 이외에도 난임치료, 국가치매책임제 등과 관련해서도 한방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돼 한의약을 육성하고 한방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법체계가 마련돼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의약의 표준화와 과학화, 세계화는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이제부터라도 세계 전통의약ㆍ보완대체의학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시장개발과 세계화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보다 체계적인 육성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의약을 고부가가치 국가전략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정부는 개정 ‘모자보건법’에 따라 난임치료에 대한 의학적 기준 뿐만 아니라, 한의학적 기준을 정해 고시해야 한다.”라며, “2017년 현재 전국 3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방난임치료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2018년 정부예산에 한의약난임치료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성과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표준한의약난임치료사업지침을 개발ㆍ보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