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환자단체가 신속한 급여화를 위해 경제성평가 면제를 주장했지만, 보건당국은 해당제도를 대체할만한 수단이 없으며, 국민적 동의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이하 암보협)’은 지난 1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 제10차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과 해석’ 세션을 개최하고, 문재인 케어를 통한 환자 중심의 암치료 보장성 강화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영혁 암보협 대표(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는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발표됨에 따라, 향후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고 치료 보장성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약제 급여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제도 개선안은 부재한 상황으로, 오랜 기간 소요되는 약제의 보험 등재 속도로 인해 환자들이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암보협은 약제 보장성 속도 향상을 위해 ▲신속한 급여를 통해 비급여 항암신약으로 인한 암환자 메디컬푸어 문제 해결 ▲혁신신약 등재방안 마련(2022년, 문재인 정부 5년차) 기간 단축 ▲등재비급여 등재 방안, 경평면제ž위험분담제 연계방안 등 세부정책 마련 및 시행을 주장했다.

또, 신규 약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2018년 상반기 선별급여 적용 시스템 보완 시 다양한 약가제도 도입 ▲신규 등재약제 접근성 강화를 위해 다양화되는 약제 특성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환자, 의료진,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인 ‘암 보장성 강화 국민참여 협의체(가칭)’를 설립해 OECD 수준의 암환자 보장성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보협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등 환자단체도 약제 보장성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암환자는 비급여 항암신약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메디컬푸어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약제 급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발생할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 5년차인 2022년에 혁신신약 등재방안이 마련되면 암환자 메디컬푸어 문제를 현 정권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약제 보장성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특히 백민환 회장은 “경제성평가에서 떨어지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동안 많은 환자가 사망한다.”라며, “2022년 새로운 혁신신약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라도 위험분담제 만큼은 경제성 평가를 배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항암제 건보재정 투자현황*출처: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2017년 11월 1일 기준)*건보재정 항암제투자 자료: 2008~2014, 국회예산처 발표자료, 2015/2015~2017
항암제 건보재정 투자현황*출처: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2017년 11월 1일 기준)*건보재정 항암제투자 자료: 2008~2014, 국회예산처 발표자료, 2015/2015~2017

하지만 보건당국은 경제성평가의 불가피함을 역설하며, 정부 정책에 공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약, 특히 신약은 다른 의료행위와 달리 독점적 시장이라 기업은 이러한 성격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라며, “복지부는 공적재원을 위임 받아 쓰는 입장에서 최대한 적정수준의 가격을 지급하려고 노력하며, 그 대표적 수단이 경제성평가다.”라고 강조했다.

곽 과장은 “경제성평가는 사회가 지불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스템이다.”라며, ‘많은 제약사가 경제성평가를 불편해하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수단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사회가 지불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짐으로써 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한 국민의 동의절차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곽 과장은 “평가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여러 요인이 있다.”면서, “정부가 공적인 입장, 국민을 대리하는 입장에서 일한다는 걸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상대방인 제약사 또한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압력을 느껴야 한다면서, 양자 간 의사 합치가 빨리 이뤄져야 급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과장은 항암제 및 희귀난치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먼저 등재작업을 거칠 예정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말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션에서는 국민 안전과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제에 대해서는 허가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등재를 신청하도록 하는 ‘선등재 후평가 제도’도 제시됐다.

이병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2007년 이전까지 시행된 ‘네거티브 시스템’에서는 허가 후 30일 이내 등재를 의무화했는데, 지금은 항암제의 경우 허가 후 등재신청까지 361일이나 걸린다.”라며, “국민 안전과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제는 허가 후 어느정도 기간 이내에 등재를 의무화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급여가 결정되면 허가범위 외 사용은 불허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급여로 등재된 항암제는 허가범위를 초과해 쓰면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제한하며 특정 요양기관(71개)만 심평원의 사전승인 하에 쓰게 하는데, 국민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급여등재 이전에는 허가 여부를 불문하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다가 해당약제가 급여화되면 갑자기 허가범위 외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문제다.”라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허가범위 초과약제 개선협의체’를 만들어 운영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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