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이 상병내역, 진료내역, 처방내역 등이 포함된 민감한 진료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대량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심평원으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KB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 및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이 당사 위험률 개발과 보험상품연구 및 개발 등을 위해 요청한 ‘표본 데이터셋’을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2건(누적 약 6,420만명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보험사 등이 받아간 ‘표본 데이터셋’은 모집단의 특성을 잘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해 구성한 비식별화된 자료로 대상은 전체(140만명)ㆍ입원(110만명)ㆍ고령(100만명)ㆍ소아청소년(110만명) 환자로 구분되며, 성별과 연령 등을 담은 일반내역뿐 아니라 진료행위 등을 담은 상병내역과 주상병 등이 담긴 진료내역, 원외처방내역으로 구성돼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심평원은 표본데이터셋을 제공할 때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목적으로 사용이 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었지만, 민간보험사가 ‘당사 위험률 개발’과 같은 영리목적으로 표본데이터셋을 활용하겠다고 신청해도 1건당 30만원씩 수수료를 받고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심평원과 유사한 국민건강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민간보험사나 민간보험연구기관에 영리목적의 빅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2016년 3월 보험연구원이 요청한 노인코호트 자료에 대해 ‘정책ㆍ학술용으로만 자료를 제공하고 민간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 운영규정에 의거해 제공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에 대해 ‘공공데이터 이용 및 제공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민간보험사의 경우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환 유병자, 기왕력자 또는 위험요인 보유자에 대해 민간보험의 가입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건강권 및 권리보호자원에서 제공하지 않음’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불허하고 있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기본원칙) 제4항을 보면, ‘공공기관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또는 제28조 제1항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심평원은 이 규정에 의거해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기본원칙) 제4항의 예외규정인 ‘제28조 제1항’에 따라 제28조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공공데이터의 이용이 제3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국민의 건강권 및 권리보호’를 강조한 건보공단과 달리 심평원은 ‘이용권의 보편적 확대’를 강조해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했고, 민간보험사는 이 자료를 받아 보험상품 연구개발 및 보험료율ㆍ위험률 산출에 활용했다.

정춘숙 의원은 “심평원의 빅데이터가 아무리 비식별화된 자료라고 하더라도 민간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보험사의 보험상품개발과 민간보험 가입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수가 개발 등 건강보험을 포함한 보건의료정책 개발 업무를 수행ㆍ지원하기 만든 심평원이 공익목적이 아닌 민간보험사의 보험상품개발 등을 위해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평원은 민간보험사에 대한 빅데이터 제공을 즉각 중단하고 복지부, 건보공단과 함께 건강보험 정보의 공익성과 제3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공동기준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