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 수가 정상화 없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반대한다. 이번 기회에 기필코 적정 수가를 받아내겠다.”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국회는 올해 안에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을 만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믿어주면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들에게 반드시 승리를 가져 오겠다.”

추무진 회장이 자신의 불신임을 다룰 임시총회장으로 들어가는 대의원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추무진 회장이 자신의 불신임을 다룰 임시총회장으로 들어가는 대의원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추무진 의협회장은 지난 9월 16일 자신의 불신임안이 상정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 시간에 이 같이 호소했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포함한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참석 대의원 181명 중 74명(40.88%)으로부터 지지(불신임 반대)를 얻어 회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회장 불신임 요건은 재석대의원 3분의 2의 출석, 출석대의원 3분의 2 찬성(67%)이다.

그의 불신임에 찬성한 대의원이 60%에 육박하는 106명이었으니 불신임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셈이다.

이날 임총에서 대의원들은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비대위에는 정부와 투쟁 및 협상에 관한 전권을 부여했으며, 집행부에는 비대위 활동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추무진 회장도 “보장성 강화 정책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비대위를 구성한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감사하다.”라고 말한 뒤, “비대위 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추 회장은 자신의 약속을 뒷받침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먼저, 비대위 첫회의까지 집행부 몫 추천인사 3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어, 추 회장은 비대위 발대식에 불참했다. 비대위에 비협조적인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발대식은 단체가 일정한 조직을 갖추고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 모임이다. 어느 단체에서나 발대식은 큰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비대위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 저지를 위해 구성됐다.

추 회장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천막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가 비대위 구성을 빌미로 슬그머니 중단한 전력이 있다.

특히, 추 회장은 임총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려는 대의원회에, 사전협의없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저지를 위한 비대위 구성을 요청하는 딴지를 놓기도 했다.

게다가 추 회장이 비대위 발대식 대신 참석한 곳은 의협 보험위원회 연석회의였다. 

추 회장은 인사말만 하고 개원내과의사회 학술대회로 이동했다곤 하지만, 현장에는 정통령 보험급여과장, 손영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TF(문케어) 팀장 등 다수 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사전에 약속한 행사에 참석하느라 추 회장이 비대위 발대식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험위원회 연석회의와 개원내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이촌동 의협회관의 지근거리에서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추 회장의 비대위 외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인사는 “비대위가 못마땅하다고 해도 의협수장으로서 발대식에 불참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인사는 “자신이 의협회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옹졸한 처사다. 스스로 체면을 깎았다.”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이 개별적인 하소연에 그치지 않을 공산도 있다. 일부 대의원이 추 회장의 자진 사퇴와 불신임 재추진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의원은 “비대위 발대식에 불참하고, 복지부 공무원을 만난 것은 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법안에 대해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비대위에 부여한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무시한 행위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라면서, “추 회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 회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불신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대의원도 “문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법안은 의료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비대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추 회장의 비대위 발대식 불참은 심각한 사안이다.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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