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보건복지부는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서 생산한 혈액제제류 약품에 대해 보험 상한가 인상을 단행했다. 이들 기업이 생산한 혈액제제류가 퇴장방지의약품 생산원가 보전품목으로 신규 지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녹십자, SK플라즈마 등 2개 제약사 15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평균 14% 인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3일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성분혈장 원가 자료에 따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의 원료인 성분채혈혈장을 적십자사로부터 표준원가 대비 71%, 신선동결혈장은 70.3%, 동결혈장은 65.2% 수준으로 납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는 2015년에 성분채혈혈장은 16만 7,002원, 신선동결혈장은 16만 8,600원, 동결혈장은 17만 4,846원의 표준원가를 산출하고 혈액제제 협상에 응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수년간 이들 기업에게 특혜를 준 셈이 돼 버렸다.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11년부터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동결혈장, 신선동결혈장, 성분채혈혈장을 공급해 왔다.

적십자사는 2016년과 2017년 두 해에 걸쳐 녹십자에 2만 124리터, SK플라즈마에 1만 1,085리터 등, 총 3만 1,209리터의 동결혈장을 리터당 11만 4,000원에 판매했다. 이를 원가에 대비하면 18억 9,0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성분채혈혈장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리터당 10만 8,620원에 판매해 오다 2014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9.2% 인상된 금액인 리터당 11만 8,620원에 판매하고 있다.

원가가 확립된 2015년부터 녹십자에는 41만 6,088리터가 판매됐고, SK플라즈마에는 11만 5,129리터를 판매했다. 이를 원가에 대비하면 257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신선동결혈장의 경우 녹십자에는 2만 2,558리터가 판매됐고, SK플라즈마에는 2만 608리터가 판매됐다. 이를 원가에 대비하면 215억원의 차이가 난다.

결국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혈장을 팔아 적십자사는 2015년부터 원가 대비 490억 9,000만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이는 원가 개념이 도입된 이후의 계산이므로 원가 도입 이전의 판매액과 2015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적십자사는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지난 7년간 총 125만 6,815리터의 분획용 원료혈장을 판매했다. 적십자사는 7년간 이들에게 분획용 원료혈장을 공급하고 1,449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는 물가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보전 및 혈액안전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혈액사업의 인적, 물적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매년 원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두 제약사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제약사들은 약가 인상 없이 원료가 인상은 불가 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이들 제약사가 생산한 혈액제제 약품들에 대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적십자사는 기 의원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일본 후생성은 일본 적십자사의 사업 계획을 토대로 매년 혈장분획제제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각 혈장 분획제제사별 혈장 공급량, 완제의약품 수급계획, 혈장공급가 등을 책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혈장가격 구조를 매년 정부(보건복지부)가 고시하도록 개선해 수혈용 혈액과 마찬가지로 분획용 혈장 가격도 정부차원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혈액 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적십자사가 원가 보전의 책임을 다시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 의원은 “혈장을 원료로 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요한 필수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을 만드는 일에 국가, 국가의 헌혈 사업을 위탁받은 적십자사가 낮은 가격에 혈장을 공급해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도 수긍이 가지만, 국민은 자신들의 헌혈을 통해 모아진 혈장이 제약사에 판매되고, 그 약품이 다시 몇 배의 가격으로 국민에게 팔리는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헌혈로 생산한 혈장이 제약사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며, “적십자사가 채혈부터 검사, 공급 등 혈액사업 전반을 모두 관리하는 현행 제도가 합당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세계적인 추세는 결국 적십자사가 다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안되는 문제가 있다.”라며, “또, 적십자사가 제약사와 직접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 구조가 싫다. 혈액의 수가처럼 적십자사보다 복지부 등 국가기관이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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