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포커스뉴스 칼럼/김동희 변호사>

진료실 내 CCTV 설치는 병ㆍ의원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러나 CCTV는 병원에서 원한다고 해서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료실 내에 CCTV 설치 및 녹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보건복지부의 2015년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최근 가족의 팔에 옻이 올라 한 피부과를 방문했다. 피부과 안내데스크에는 CCTV 설치 운영 안내판이 놓여있었다.

CCTV를 설치한 경우 ①설치 목적 ②설치 장소 ③관리책임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안내판을 부착해 환자들이 CCTV 운영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시판에는 필요한 내용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설치 장소에 진료실과 피부 관리실이 있었다.

진료실과 피부관리실은 모두 공개된 장소가 아니므로 CCTV를 녹화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그 병원은 환자에게 CCTV 녹화 사실을 구두로 알리지 않고 별도의 동의도 받지 않고 진료실로 안내했다.

만약 환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CCTV로 진료상황을 녹화했는데 환자가 그 사실을 지적한다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진다.

환자 요청에 따라 CCTV 영상을 삭제해준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환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도 있으며, 허락되지 않은 장소에의 CCTV 설치와 녹화를 이유로 강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CCTV는 영상정보처리기기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개된 장소에만 설치할 수 있다. 공개된 장소란 길처럼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만약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예외적으로 범죄예방목적이나 시설안전, 화재예방 등의 특별한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

비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면 사생활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생활침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범죄 예방 같은 더 큰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인정될 때에만 CCTV 설치가 허용되는 것이다.

진료실은 환자가 허락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렇지만 진료실 내에 CCTV를 설치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검토한 후 의료기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진료실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는다면 CCTV 설치와 녹화가 가능하다.

다만,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녹음은 허용하지 않는다. 복지부가 밝힌 ‘동의가 필요한 장소’로는 진료실 외에도 처치실, 행정실, 기록보관실 등 환자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는 곳이 모두 포함된다.

한편, 동의 없이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병ㆍ의원의 안내데스크, 복도와 같이 환자가 별다른 제약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진료실이나 처치실에 CCTV를 설치하고 녹화하기 위해서는 초진기록지를 작성할 때 뒤에 CCTV 녹화 동의서를 첨부해 환자에게 동의를 받고, 보호자가 같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보호자로부터도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매번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다. 녹화를 거부하는 환자의 진료를 볼 때는 CCTV 잠시 꺼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에서 CCTV설치를 원하는 이유는 예상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빈번히 뉴스에 나오는 의료인 폭행사건, 청진기 진료 후 의사를 성추행으로 고소하는 무고사건까지 여러 이유에서 최소한의 방어조치로 CCTV 설치를 원한다.

CCTV의 설치는 실제로 범죄예방의 효과가 상당한데다 사후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CCTV의 설치가 반드시 의료인만을 위한 조치라고도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의료인이 성실히 진료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려되는 사생활 침해의 문제는 진료실, 처치실, 수술실 등 각 장소마다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CCTV 설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진료실에의 CCTV 설치를 입법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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