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간호계의 숙원인 공중보건간호사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보건복지부와 병무청, 의료계가 모두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각각 지난 6월 12일과 6월 19일 ‘공중보건간호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률안은 지난 8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두 개정안은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정의를 ‘공중보건의료인’으로 변경하고, 공중보건의료인에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에 더해 간호사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복지부는 “현재 농어촌 의료취약지역 보건(지)소 간호인력 충원은 양호한 상태이며, 간호사에 대해 예외적 대체복무 제도를 신설할 경우 약사, 방사선사 등 타 분야에서의 요구 확산 우려가 있어 사회적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병무청도 “23년 이후 현역자원 부족에 따라 대체복무 감축ㆍ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간호사에 대한 예외적 대체복무 신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또, 간호인력의 경우 2017년 기준 여성 신규 자격 보유자가 1만 7,000명 이상 배출되는 상황에서, 대체복무 제도가 신설될 경우 여성 및 군복무를 마친 사람의 간호사 일자리를 잠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역시 공중보건간호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김철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취약지에 남자간호사를 공중보건간호사로 보내자는 법안인데, 그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의료취약지에 간호사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떤 지역에 어떤 문제 때문에 몇 명이 필요하다는 등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선행한 후 발의해야 하는데, 그런게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군 복무 단축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이고, 출산율이 떨어져 사병으로 입대할 사람이 1만 8,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병력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이 법안을 허가할지도 의문이라며, 국방부와 의견 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밀어 붙이는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유휴간호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지역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충분히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며, “그렇게 근무여건을 개선할 생각을 안하고, 군복무 해야 하는 남자들 강제로 밀어 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간호계는 농어촌 취약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남자 간호대생들의 경력 단절을 내세우며 공중보건간호사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김장언 대한남자간호사회장은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이 법안으로 남자간호사나 간호대학생이 군대를 안 가는 것이 아니다. 간호장교로 군대를 가는건데, 근무지가 농어촌 의료취약지인 것이다.”라며, “그 동안 언론에서 대체병역 등의 단어를 써서 많은 오해가 생겼는데, 간호장교는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의료취약지 근무를 강제할 수 있으며, 전시 등의 상황이 되면 당연히 전쟁터에도 나간다.”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제도가 정착되면 선순환이 이뤄져 지방의 의료인력 보충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공중보건간호사 도입으로 정부도 해결 못하는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수도권과 지방 병원 간 간호사 수급 불균형 현상과 간호ㆍ간병통합서비스 정착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공중보건간호사 제도의 필요성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석영환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농어촌 보건기관의 간호인력 배치 기준 및 현황을 보면 간호인력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상황으로, 공중보건간호사를 신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보건법령에 따른 보건소 및 보건지소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
지역보건법령에 따른 보건소 및 보건지소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

실제로 현재 ‘지역보건법’ 및 동법 하위법령 규정에 따른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간호사 인력 최소 배치 기준 및 실제 간호사 배치 현황을 보면, 최소배치기준에 비해 현원이 2,500명 이상 많아 배치기준 충족률이 136.2%에 달하며, 지방의료원 역시 지역별로 최소 82.9%에서 최대 112.8%의 높은 충원률을 보이고 있다.

보건소 및 보건지소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 대비 실제 배치 현황(2016년 말 기준)
보건소 및 보건지소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 대비 실제 배치 현황(2016년 말 기준)

이에 따라 공중보건간호사 제도를 신설할 경우, 오히려 간호사 충원 시 공중보건간호사가 여성 및 군 복무를 마친 남성 간호사의 일자리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료원 정원 대비 현원 현황(2015년 말 기준)
지방의료원 정원 대비 현원 현황(2015년 말 기준)

참고로 2017년 8월을 기준으로 간호사 면허보유자는 총 37만 4,935명으로, 이 중 연령기준 및 보충역기준 등을 충족해 공중보건간호사에 편입이 가능한 남성 간호사의 수는 939명, 공중보건간호사에 편입이 불가능한 전역 남성 또는 여성 간호사는 총 37만 3,996명이다.

지방의료원 정원 대비 현원 현황(2015년 말 기준)
지방의료원 정원 대비 현원 현황(2015년 말 기준)

또한, 타 보건의료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영환 전문위원은 “보건의료 분야에는 간호사 외에도 현재 약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남성 인력이 존재하는데, 간호사에 대해서만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하는 경우 타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공중보건의료인에 다른 보건의료인력을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취약지인 농어촌의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나, 현재 공중보건의료인이 주로 배치되는 보건기관 및 지방의료원의 간호 인력은 특별히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 병상 간호 인력 부족 문제 및 지역편중 현상은 지방에 있는 민간 병원의 근무여건 및 처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간호인력 수급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통해 유휴 간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의사 1인당 인구 수 현황(2014년 기준)
지역별 의사 1인당 인구 수 현황(2014년 기준)

한편,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지난 1978년 ‘국민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에 따라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1979년 이래 읍ㆍ면 보건지소, 병원선, 도서ㆍ벽지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 배치돼 왔다.

2014년을 기준으로 볼 때 농어촌의 비율이 높아 의사가 적은 지역(경북 등)과 서울 지역의 의사 1인당 인구 수 차이는 최대 436명으로, 지역 간 보건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중보건의사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 의사 1인당 인구 수 현황(2014년 기준)
지역별 의사 1인당 인구 수 현황(2014년 기준)

2017년 6월 기준 공중보건의사의 실제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보건기관(보건소 및 보건지소 등)에 3,138명으로 가장 많은 수가 배치되고 있으며, 국ㆍ공립병원(232명), 응급의료기관 등(114명), 국가보건기관(54명)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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