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부터 28일까지 18일 동안 진행된 서울 지역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모두 끝났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반회원의 참여가 저조했다. 현장을 채운 참석자는 대부분 원로나 전ㆍ현직 임원이었다. 상당수 의사회가 지난해보다 감액한 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의사회 살림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구의사회 회원수 변화와 총회 참석자수, 예산 변동사항, 시의사회 건의안을 통해 지역의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①회원수 부익부 빈익빈 지속
②강남의사 76만원ㆍ용산의사 98만원
③“회장님 뜻대로 하소서…”
④예산 빠듯 ‘올해도 허리띠 조였다’
⑤희망사항 1위, 노인환자 본부 인상
⑥구의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구의사회는 지역 의사들을 이어주는 의사모임이다. 구의사회는 인근 지역 단위로 묶인 ‘반’ 모임으로 구성된다.

구의사회는 상위단체와 일반회원 사이의 가교역할을 담당한다. 중앙회의 공식 문서를 회원들에게 알리고, 회원들의 의견을 중앙회에 전달한다.

변경된 법령과 고시를 알리고, 등산ㆍ바둑ㆍ그림 등 다양한 취미 모임을 운영해 회원들의 친목을 도모한다. 또,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함께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회원간 경조사를 챙긴다.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구의사회만큼 민초의사 개개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모임도 없다. 하지만 다수 구의사회가 회원 참여율 감소와 그로 인한 예산 편성의 어려움 등으로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구의사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구의사회 활성화를 입에 달고 산다. 언제부터 구의사회가 의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까. 구의사회 관계자들은 의약분업 이후 회원의 참여가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요즘은 회무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사람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러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 구의사회 정기총회 현장이다.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정기총회는 구의사회의 가장 큰 행사이다. 이 자리에서 전년도 살림을 제대로 꾸렸는지 돌아보고, 새로 진행할 사업계획과 예산 규모를 승인한다. 또, 회칙을 의결하고, 상위 단체에 건의사항을 채택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정기총회 참석자가 줄고 있다. 특히 젊은 회원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참석자<위임자
올해 25개 구의사회 정기총회에 참가한 회원수를 파악해 봤다. 올해 정총에 직접 참석한 회원은 평균 18%에 불과했다.

▲올해 정기총회 기준, 관악구는 가입비 및 회관기금(120만원)을 납부한 경우 의결권 부여
▲올해 정기총회 기준, 관악구는 가입비 및 회관기금(120만원)을 납부한 경우 의결권 부여

가장 높은 참석률을 보인 구의사회는 단연 구로구이다. 구로구의사회는 전체회원 204명 중 92명이 참석해 45%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구로구에 이어 금천구(37%ㆍ42명), 강북구(35%ㆍ65명), 성동구(35%ㆍ52명), 동작구(28%ㆍ57명) 순으로 높은 참석율을 보였다.

반면 강남구는 회원 869명 중 46명이 참여해 참석율 5.29%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25개구 중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가장 적은 회비를 내는 지역임에도 가장 적은 정총 참석자를 기록했으니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강남구에 이어 강동구(7.2%ㆍ18명), 송파구(8.0%ㆍ26명)도 한자리수 참석율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서대문구와 성북구도 10% 초반의 낮은 참석율을 기록했다.

25개 구의사회의 총회 직접 참석자는 모두 1,112명, 위임자는 2,531명이었다. 참석자보다 위임자가 두 배 이상 많은 셈이다. 특히 강남구와 강동구는 참석자보다 위임자가 무려 10배 이상 많았다.

▽성원 포함되지만 의결권 없는 ‘위임자’
정기총회는 참석자와 위임자를 합한 수가 재적회원의 과반수를 넘으면 성립된다.

위임장을 보자. “0000년 00월 00일에 개최되는 00구의사회 정기총회에 대한 모든 의결권을 회장에게 위임합니다”는 내용에 회원이 서명날인을 하도록 돼 있다.

말그대로 ‘회장님 뜻대로 하소서’다.

위임자는 성원에는 포함되지만 의결권은 없다. 때문에 참석자가 적고 위임자가 많으면 회장의 입김이 강해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회장이 총회 안건에 대해 상임이사회와 전체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했으니 박수로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면 별다른 논의없이 의결되는 모습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정총 참석자 상당수가 현직 임원이다. 정총 참석자와 이사회 참석자가 대부분 겹치므로 ‘박수로 통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할 의미가 있을까.

▽모범사례…의원실서 연락오는 구로구의사회
무관심한 회원을 탓하는 것은 침체된 구의사회를 위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임원이 회원을 먼저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구로구의사회의 높은 참석율을 주의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구로구는 가장 많은 참석자와 가장 높은 참석율을 기록했다. 구로구가 놀라운 점은 직접 참석자가 위임자보다 37명이나 많다는 것이다. 25개구 중 참석자가 위임자보다 많은 구는 4개구에 불과하다.

정기총회가 흥(?)하다 보니 구로구 소속 국회의원이 모두 현장을 방문했다.

구로구 의사회원들의 이 같은 참여 열기는 김교웅 회장의 역할이 컷다고 한다. 김 회장은 부산ㆍ대구까지 회원의 애경사를 챙겼고, 미가입 회원은 직접 찾아가 인사를 나누는 가 하면, 지역 유관기관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시간을 할애 했다고 한다. 또,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회원들과 자주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최근 이례적으로 구로구 A 의원이 의사회에 연락해 4월중 대화를 갖자는 제의를 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구의사회마다 회원들의 참여가 적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외면하는 회원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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