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기다리던 황금연휴가 다가오면서, 미리 성묘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추석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벌초에 나섰다가 말벌에 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곤 한다.

9월은 말벌의 활동이 활발한 계절이고, 평균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10월까지 말벌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고 주의하지 않는다면 말벌에게 공격당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나무에 집을 짓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땅속에도 집을 짓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서식하는 말벌 중 가장 크기가 크고 강력한 독을 가진 장수말벌은 주로 땅속의 나무뿌리나 구덩이 속 폐쇄공간에 집을 만들기 때문에 성묘나 산행 시에 특히나 주의를 요한다.

말벌의 집은 특히 산소 주변에 많은데, 예초기와 같은 기계를 이용해 벌초를 할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리에 말벌들이 자극을 받기 쉽다.

벌집에 인위적인 진동이 가해지면 벌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사람을 공격하는데, 말벌들은 주로 머리를 공격하며, 어두운 색을 띈 물체를 공격한다.

곤충학자에 따르면 말벌의 천적은 곰과 오소리 같은 포유류밖에 없었는데, 이들의 검은 털이 사람의 머리카락과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주로 사람의 머리를 공격한다.

보통 벌과는 달리 말벌의 독은 치명적이다. 말벌 독은 히스타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포스포리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같은 효소로 이뤄져 있다. 물린 부위가 붓고 가렵고 아픈 건 히스타민, 세로토닌 같은 물질 때문이다.

하지만 말벌에 쏘였을 때 무서운 것은, 일부 사람들에서 독성분에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나필락시스’라고 부르는데 심할 경우 온 구강 점막이나 입술, 혀가 붓는 혈관부종이 생길 수 있고, 기관지의 경련과 수축을 유발하여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기도가 막혀 질식해 사망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말벌에 쏘였을 때 온 몸이 가려운 것은 물론, 특히 혈관부종이나 호흡이 가빠오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에피네프린이나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벌초를 갈 때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한다. 말벌들은 주로 검은색 같은 어두운 색을 띈 물체에 강한 공격성을 띄기 때문에 어두운 색 옷을 피하고 모자를 착용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긴 막대기를 지참해 산소 주위를 땅을 찔러보며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말벌 집을 발견했을 시에는 본인이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를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 방법이다.

김양현 교수는 “평소 알레르기가 있고 벌레 물림에 민감하다면 비상용으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벌초 시에 상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며, “그러나 이것만 믿고 예방과 치료를 소홀히 하면 자칫 심각한 문제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말벌에 물렸을 경우에는 우선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도움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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