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류 처장은 취임 초기부터 잇달아 발생한 살충제 달걀파동, 생리대 위해문제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오더니 이번엔 ‘빵셔틀’ 논란까지 나왔다. 또, 취임 첫 날 여름휴가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비판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는 ‘허위보도’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도 류 처장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한 종합편성채널은 류 처장이 특정 제과점의 빵을 유난히 좋아해 비서에게 매주 빵 심부름을 시켰다며, 이른바 ‘빵 셔틀’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류 처장의 비품 구입 담당 여직원이 처장의 법인카드를 식약처가 있는 충북 오송이 아닌 서울에서 4회 썼는데, 류 처장이 좋아하는 서울 여의도의 제과점에서 빵을 샀다고 보도했다.

류 처장 입맛에 맞는 빵을 사려고 강서구에 사는 직원이 휴일에도 10km 밖 여의도까지 가 빵을 사온 뒤 월요일 출근길 오송 식약처까지 배달했으며, 토요일에도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류 처장 간식용으로 망고, 파인애플 등 과일을 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14일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여직원은 전 처장 때부터 여비서로 근무하며 처장실 손님 접대용 빵 등의 다과를 사온 것으로, 현 처장 때 휴일에 직원 빵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여직원이 구입한 빵 등의 다과는 손님 등을 대접하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구입 할 때 사용한 카드는 처장 업무추진용 카드가 아니라 비서실 물품 구입에 사용하는 기관운영비 카드라는 설명이다.

또한, 해당 여직원은 서울에 거주하면서 월요일 새벽 오송으로 출근 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미리 빵 등을 구입한 것으로서 본인 개인의 편의에 따라서 구입한 것이지, ‘기관장의 갑질’로 특정장소 제품을 구입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류 처장은 부산에서 줄곧 살아왔기 때문에 여의도 지역을 잘 알지 못하며 빵도 즐겨 먹지 않는 편이라, 직원에게 특정 장소의 제품을 사도록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사실을 명백히 왜곡해 허위 보도한 것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같은 종합편성채널은 13일에는 류 처장이 취임 첫 날 가장 먼저 한 일이 여름 휴가 계획서 제출이었으며, 이 휴가 기간은 살충제 달걀 파동이 확산되던 때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류 처장은 8월 7일부터 이틀간 쉴 계획이라고 인사혁신처에 하계 휴가계획서를 제출했다.

제출 날짜는 지난 7월 13일, 식약처장으로 부임한 날이며, 3주 뒤인 7월 31일 류 처장은 돌연 휴가 계획을 하루 더 연장했다. 류 처장은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이 확산되던 8월 초 계획대로 휴가를 떠났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류영진 처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류 처장은 휴가가 끝난 다음날인 10일 오전 충북 오송의 식약처로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예정됐던 기자간담회 직전 서울에 도착했다.

류 처장이 “국내산 달걀을 모니터링 한 결과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안심하라.”고 발언할 당시 상황 파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류 처장은 휴가 당시 아이스크림 20만원 어치를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식약처가 제출한 법인카드 내역에는 류 처장의 수행비서 이 모 씨가 사용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씨는 당시 휴가여서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은 “기획재정부의 ‘정부구매카드 사용원칙’은 사용자의 직접 서명을 의무화하고 있다.”라며, “식약처가 국회에 거짓으로 보고한 게 아니라면, 법을 어긴 셈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14일 해명자료를 내고 “식약처장의 휴가계획 제출은 인사혁신처가 7월 12일까지 장차관급 하계 휴가계획을 제출하도록 일괄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며, 휴가계획을 단독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장은 휴가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업무 보고를 받는 등 현안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했으며, 국무총리가 7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하계휴가를 적극 사용할 것을 당부함에 따라 당초 2일이던 휴가를 하루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장이 휴가 후 본청이 아닌 서울로 출근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당일 오전 출입기자단 간담회 참석 일정과 국회 업무협의 등 서울에서 이뤄지는 현안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본청 사무실에 출근 후 출장을 떠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출장지로 직접 출근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휴가 당시 아이스크림 20만원 어치를 구매하고 법인카드 내역에 처장의 수행비서가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는 지적에는 “해당 구매 건은 부산식약청 직원들을 공무상 격려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며, 회계처리 부서가 카드사용 후 지출처리를 위해 평상 시 수행하는 수행비서의 이름을 기재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연일 류영진 처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류영진 식약처장을 향해 ‘살충제 달걀’ 사태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며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류 처장이 처음에는 국내산 달걀은 살충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있다고 말을 바꿨고,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총리가 짜증냈다고 표현하는 등 무책임하고 무능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도 이 총리의 질책을 짜증이라고 표현하는 등 국민을 무시했고 자신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등 언론관도 행정 수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또, 생리대 문제, 백수오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조용히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요구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류영진 식약처장은 “미흡한 부분은 사과를 드리고 의원님들의 말씀을 새겨서 열심히 일 하겠다.”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박인숙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ㆍ사회ㆍ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도 류 처장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류영진 처장은 지난 7월 임명 이후 몇 달간 국가적 보건위생 위기를 몇 차례 겪으면서 공직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못난 모습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살충제 달걀 사태 때는 대통령조차도 직접 사과하는 상황에서 자기 잘못을 직원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고, 자신과 부인의 약국 운영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휴가지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공사를 구분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라고 질책했다.

또한 임기 첫날부터 휴가계를 제출하는가 하면, 업무파악이 한창이어야 할 임기 초반에 휴가를 떠나 결국 살충제 달걀 사태 당시 초기판단 실패로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리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총리의 질책을 ‘짜증 냈다’고 받아들이거나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등 공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류 처장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면서도, 사회통념상 적정 시점까지 최대한 빨리 업무를 장악해 주기를 기다리겠다고 해 향후 거취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