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심야약국을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약계는 국민이 원하고 있다며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측 패널은 도입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재원 투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공심야약국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약계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을 일부 개선한 효과는 있지만, 판매자의 법규 미준수, 교육을 받지 않은 아르바이트 직원에 의한 판매, 품목 선정의 적정성 문제, 안전상비의약품에 대한 안전의식 부재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주장했다.

발제에 나선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4월 8일부터 5월 12일까지 심야약국 17개소를 방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심야약국 이용 실태 조사와 운영의 비용편익 분석’을 발표했다.

서 교수는 심야약국을 운영함으로 인해 환자, 보험자, 약국을 포함해 전체 사회에 미치는 비용편익 효과는 매우 크다며, 환자 일인당 비용편익은 2만 744원, 시간당 비용편익은 3만 9,864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약사들은 최소한 시간당 4만 5,000원의 지원금이 지급될 때 운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에서는 수령 의사금액(시간당 4만 5,000원) 이상의 지원금을 심야약국에 제공해 취약시간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11월부터 편의점 등에서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나, 의약품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환자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심야약국을 통해 전문적인 약사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야간 및 휴일의 진료 공백 현상 해소에 기여하고, 안전한 의약품 제공에 의한 국민 건강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또, “경증ㆍ비응급환자들이 심야약국을 이용하게 된다면 응급실 과밀화 완화에 기여한다. 중증ㆍ응급환자들이 보다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 국가 전체 의료자원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대원 대한약사회 의약품정책연구소장도 “공공심야약국은 소비자의 요구가 매우 높고, 현재 시행중인 경기도의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주민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 약국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적합하다.”라며, “재정지원을 전제로 한 공공심야약국 운영 방안은 몇몇 지자체의 운영사례를 바탕으로 도출한 것으로, 약국 접근성 개선을 위해 민간과 공공 부문이 함께 한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패널토의에서 부천에서 심야약국을 운영중인 김유곤 바른손약국 약사 역시 “심야약국은 국민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정책으로 실현해야 한다.”라며, “약사들도 금전적 보상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야간ㆍ휴일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보장을 위해 ▲공공심야약국 운영 제도화 ▲병ㆍ의원과 약국이 연계된 당번제도 도입 ▲보건소를 활용한 공중보건의료 시스템 확대 등, 3가지 형태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약계의 주장과 달리, 공적 재원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심야약국을 찾는 사람들이 약자라고 한다. 복지적 측면에서 공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등 공공의료 체계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며, 달빛병원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또, “심야약국 제도가 필요없다는건 아니지만, 정춘숙 의원 발의안의 재정추계를 보면 2018년 25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걸로 나온다.”라며, “공공심야약국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부담해서 적절하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사법을 통해 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만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제도를 어떻게 평등하게 할지는 다른 문제다.”라며, “지원 근거를 만드는데 동의는 하지만, 재정을 투입해서 전국적으로 똑같이 가져갈 것인가?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국민 입장에선 심야약국이 많이 있으면 당연히 좋겠다고 하겠지만 그걸 공적 재정으로 지원하고 내가 부담해야 할 문제와 연결시킨다면 다른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공공재정의 투입은 보건의료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들에 대해서도 이뤄져야 하고, 보건의료 부문에서도 심야약국만이 아니라 다른 긴요한 곳에서의 수요도 많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제한된 공공재정의 투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심야시간 약국을 찾는 환자의 수요를 좀 더 상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것의 필수성, 긴급성, 대체불가성 등에 대한 근거를 통해 공공재정 투입의 가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또, “수요 분석이 철저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심야약국의 운영사례가 필요하고, 심야약국을 찾지 않거나 찾지 못한 소비자의 수요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수요는 지역 내 다른 의료자원 분포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수요의 내용과 크기도 지역의 인구특성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즉, 공공재정 투입의 필요 정도는 지역마다 다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지자체를 통한 지원방식이 적절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심야시간 약국에서의 의약품 공급을 통한 지역주민의 건강권 보호는 전문가집단으로서 약사사회의 헌신과 기여가 요구되며, 공공에서의 자원 투입을 통한 책임성 있는 지원과 관리도 필요하다.”라며, .“전문가 사회와 공공의 협력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춘숙 의원은 지난 1일 공공심야약국 도입 및 지원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운영하는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하고,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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