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발표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꺼내든 ‘신포괄수가제 적용 확대’ 카드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시행 8년을 맞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 신포괄수가제 적용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사항 등을 살펴봤다.

▽정부, 신포괄수가제로 새로운 비급여 차단 방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미용ㆍ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화하되, 다소 비용ㆍ효과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본인부담을 차등 적용하는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ㆍ관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기존의 비급여 해소와 함께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정 수가 보전과 비급여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으로 절감된 비용을 의료기관에 보상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항목이 새로운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급여 또는 예비급여로 편입되도록 하고, 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실시 의료 기관을 제한해 실시할 계획이다.

신포괄지불제도는 행위별수가제와 전통적인 포괄수가제 모형에 기반을 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괄수가제에 행위별수가제적인 성격을 반영한 혼합(hybrid) 모형 지불제도다.

포괄수가제는 비교적 단순한 질병을 대상으로 한 건당 포괄방식으로 지불방식에 있어 유연성이 낮아 진료내역의 편차가 큰 질병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 상태에 따른 진료비 변이가 상환의 차이로 반영돼 진료비 지불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대안으로 신포괄수가제가 제안됐다.

2009년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건강보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됐으며, 2011년 7월부터는 지역거점 공공병원(부산의료원, 대구의료원, 남원의료원) 건강보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확대 실시됐다.

또한, 2012년 7월부터 의료급여를 포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39개 기관)으로 확대 시행됐고, 2015년 8월부터는 국립중앙의료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확대됐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심평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윤 교수)에 의뢰해 진행한 ‘신포괄수가 유형별 조정계수 산출 연구’ 결과보고서(2016년 12월)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된 문제는 ▲지불정확성 확보 필요 ▲의료서비스 제공 효율성 증대 미미 ▲질 향상 유도 기전 필요 등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불정확성 확보 필요성에 대해 “기존에는 일산병원의 데이터를 토대로 기본수가를 산출했으나, 지불정확성 측면에서 기본수가 산출기관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이에 따라 2016년부터는 일산병원뿐 아니라 서울의료원과 부산의료원의 3년치 자료를 반영해 산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불제도 개편에 따른 병원의 수익 변화에 대한 조정기능을 위해 조정계수를 도입했으나, 병원별로 다른 질병군 및 중증도 구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라고 지적했다.

신포괄수가 모형개선 전후 수가범주별 원가보존율 현황(단위: 백만원, %, 신포괄 진료비는 인센티브를 제거한 금액)
신포괄수가 모형개선 전후 수가범주별 원가보존율 현황(단위: 백만원, %, 신포괄 진료비는 인센티브를 제거한 금액)

의료서비스 제공 효율성 증대 미미에 대해서는 “재원일수 및 진료비 감소 등의 효율성 증대는 포괄수가제 도입의 가장 중요한 기대효과다.”라며, “입원환자 재원일수는 외과계 일부 질병군에서 감소하긴 했지만 일관성 있는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제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신포괄지불제도의 모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개선이 있었으나, 여전히 재원일수가 길고 비효율적인 병원에 대해 불공평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문제와 부적절한 진료량 증가로 인한 조정계수의 지속적 상승이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또, “신포괄지불제도에서 정책가산은 시범사업 도입 시부터 적용돼 왔으며 적용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했으나, 실효성 및 지표 타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산이 주로 공공성 역할 수행에 대한 보상 중심이고 질 향상 유도 기전이 부족하며, 불필요한 진료량 관리의 유인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포괄수가제 산정모형에 대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원가보존율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포괄 모형의 지불정확도 제고를 위해 지난 2016년 1월 행위ㆍ약제ㆍ치료재료 부문의 비포괄 부분이 재설정됐다.

그러나 일산병원 연구소가 올해 초 공개한 보고서(신포괄수가 시범사업 평가 및 모형개선에 따른 지불정확도 변화 연구)에 따르면, 산정모형 개선에도 원가보존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원가보존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며, 수가항목별 원가보존율의 변이가 커 수가항목간에 원가보존율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고, 원가를 기반으로 수가를 산출해 지불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행위는 비용 감축요인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비포괄화 해 보상해야 하며, 의사가 일련의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마취는 수술환자의 안전을 위해 비포괄화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취행위는 질병군 내 처방유형의 변이가 크지 않지만 원가보존율이 50% 내외고, 마취료의 하위 항목인 신경차단술과 신경파괴술은 산정모형 개선 이후에 비포괄 항목으로 분류됐지만 기본마취료는 여전히 포괄항목이다.”라며,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의료계, 신포괄수가 확대 시 과소진료 등 우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신포괄수가제는 잠재적인 과잉진료를 막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반대인 과소진료에 대한 유혹이 크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은 정해져 있으니 의사가 치료원가를 덜 들일수록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노 전 회장은 또, “의료진이 ‘저질의료’를 할수록 의료기관은 금전적인 이익을 본다.”라면서,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할 때도 비싼 실을 쓰지 않고 값싼 실을 쓸수록 이익이다. 환자는 뱃속에 어떤 실이 들어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검사도 적게 할수록 의료기관에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의사들이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제도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정부는 밀어붙였다.”라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특히, “신포괄수가제가 전면 도입된 대표적인 국가인 대만의 의사협회 부회장에게 병원의 주인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싸구려 의료를 원하겠지만 병원에 고용돼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봉직의사는 좋은 치료를 하려고 할 텐데 이와 같은 두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라며, “병원의 오너가 고용된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었다. 즉,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봉직의사가 더 값싼 진료를 해 병원에 이익이 더 많이 생기면 서로 나눠먹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만 의사협회 부회장은 신포괄수가제가 최악이라면서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라며, “의사의 목표는 환자의 회복이고 보험자의 목표는 결국 의료비 절감이다.”라고 꼬집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허구에 기반하고 있으며, 국민의 의료혜택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바로 신포괄수가제의 전면 확대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2010년 12월 보고된 ‘신포괄수가제도 시범사업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시행돼야 하는 진료행위도 퇴원 후로 미루는 등 필수 서비스의 제공감소, 조기퇴원, 합병증 및 사망률 증가 가능성도 있고, 10만원 이상 고가서비스의 비용도 80%만 보상해 최소진료를 유도하는 문제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신포괄지불제도에 참여하는 의사와의 면담에서 ‘시범사업은 포괄수가가 행위별 수입을 그대로 보전해 준다는 입증의 차원에서 포괄지불에 대한 의료계ㆍ병원계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한 우선 목적이 있으며, 따라서 의사들에게 처방변화를 특별히 유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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