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R&D 과정을 거쳐 보건당국의 허가관문을 통과한 의약품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허들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 급여등재 절차다. 급여등재를 통해 환자에게 혁신 신약을 적기에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의 매출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한국의 의약품 가격결정 및 상환 정책)를 토대로 국내 급여등재 절차 및 관련 이슈를 살펴보고, 올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주요 신약을 조명했다.

▽네거티브리스트→포지티브리스트 전환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장제도(건강보험 및 의료급여)를 통해 국민이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적정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급여하는 의약품을 정하는 방식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1989년부터 2006년까지는 허가된 의약품 중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포함하는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임상적ㆍ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약품만 선택하는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리스트)’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약 2만 품목 정도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선별등재제도에서 신약 중 건강보험약가 목록에 등재되는 의약품을 선별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제약회사가 신청한 의약품이 요양급여 대상으로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약제급여 적정성 평가)하는 것으로,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시 고려하는 사항은 ▲임상적 유용성(대체 가능성, 질병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 등) ▲비용효과성(투약비용, 임상효과의 개선 정도, 경제성 평가 결과 등)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대상 환자 수, 예상사용량, 기존 약제나 치료법의 대체효과 등) ▲제외국의 등재여부, 등재가격, 급여기준 등) ▲제약회사가 이행할 조건(위험분담 조건)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신약 중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없으며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진료상 필수 의약품’으로 분류돼 만약 비용 효과성 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외국 여러 국가의 등재여부와 등재 가격, 보험 재정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선별할 수 있다.

▽정부, 급여등재 소요기간 단축 주력 
허가된 신약을 제약사가 건강보험에 등재 신청한 후 급여 적정성 평가와 약가협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목록에 등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절차상으로는 210일 정도다.

그러나, 자료보완이나 제출기한 연장 등으로 인해 실제 소요되는 시간은 항암제의 경우 300여 일에 이르는 등 제약사의 허가 신청부터 건강보험의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까지 240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 및 가격 결정 절차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 및 가격 결정 절차

항암제를 예로 들면, 제약사 신청부터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통보일까지 평균 224일, 건보공단의 약가 협상 60일, 복지부장관 고시 30일 내외 등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심평원은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지난 2014년 ‘허가-보험약가 평가 연계제도’를 마련해 환자에게 신속한 공급이 필요한 신약 등 복지부장관이 따로 공고하는 약제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과정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항암제에 대해서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ICER)’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요양급여 대상 약제로 선별된 사례가 있으며, 2014년부터 ‘위험분담제도’를 도입됐다.

단, 정부와 심평원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업계 등으로부터 경제성 평가 판단기준 개선 및 등재기간 단축과 관련된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 신약 건강보험 급여 적용 현황은?
제약사 입장에서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는 매출과 직결된다. 제약사들이 다양한 R&D 활동을 통해 확보된 에비던스를 바탕으로 신약의 급여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일례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는 2015년 의약품 수입실적 Top20 리스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2016년에는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소발디’ 수입액은 1억 2,152만 달러로 전년대비 27,620% 늘었으며, ‘하보니’ 수입액도7,140만 달러로 1,933%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제품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올해 주요 신약의 급여화 사례를 보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사상 약 5년(56.5개월)이라는 최장 기간의 전체생존기간(Overal Survival, OS)을 입증한 한국로슈의 ‘퍼제타’가 지난 6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퍼제타는 전이성 유방암에 대해 항 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유방암 환자에서 1차 치료요법으로 트라스투주맙 및 도세탁셀과 병용투여 시 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는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는 퍼제타를 제외하고 함께 투여하는 병용약제 트라스투주맙ㆍ도세탁셀과 플루오로우라실ㆍ에피루비신ㆍ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또는 카보플라틴에 급여가 적용된다.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신약 2종도 급여권에 들어왔다. 지난 4월 한국MSD의 ‘제파티어’에 이어 5월에는 한국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에 급여가 적용됐다.

국내 만성 C형간염 성인 환자 중 유전자형 1a형 및 1b형 환자에서 12주간 제파티어 단독 혹은 리바비린 병용으로, 유전자형 4형 감염 환자에서는 이전 치료 경험에 따라 12주간 제파티어 단독 혹은 16주간 리바비린 병용요법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비키라+엑스비라는 대상성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를 포함한 유전자형 1형 및 4형 만성 C형 간염 치료에 대해 급여가 적용된다.

한국다케다제약의 활성 중등도-중증의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치료제 ‘킨텔레스(성분명: 베돌리주맙)’도 8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대상 질환으로, 이번 보험급여를 통해 킨텔레스를 처방 받는 환자들은 전체 약값의 10%만 본인부담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킨텔레스는 TNF-α 억제제 치료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거나, 반응이 없어지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 환자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활성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의 치료제로 지난 2015년 6월 국내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한국로슈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항체-약물 접합체)’도 지난 3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이면서 이전에 치료요법으로 트라스투주맙과 탁산계 약물을 각각 또는 동시에 투여한 적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았거나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는 도중 또는 완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한 경우에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최초의 항체-약물 접합체로,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결합한 구조적 특징을 가졌다.

이 제품은 2014년 1월 국내 허가를 받았으며 NCCN, ESMO 등 국제적 진료 가이드라인 및 국내 유방암 치료가이드라인에서 HER2 양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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