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을 할 때는 협상이 수반돼야 한다. 보여주기식의 협상이 아니라 투쟁 로드맵에 따라 압박해야 한다.”

“투쟁을 할 때는 목표가 명확해야 회원을 설득할 수 있다. 투쟁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의 소통과 화합의 한 목소리로 정부ㆍ국회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주변에서 내가 회장에 재선되면 아주 힘찬 회장이 될 거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20일 치러진 39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기호 2번 추무진 후보의 발언이다.

추무진 후보는 대정부 투쟁과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전략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자신을 준비된 후보라고 소개했다. 결국 승리자는 추무진 후보였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해 2월 범의료계 토론회에서 정부에 강하게 대응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같은 회원들의 요구는 임기동안 반복됐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해 2월 범의료계 토론회에서 정부에 강하게 대응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같은 회원들의 요구는 임기동안 반복됐다.

추 회장의 임기가 2년 4개월째 접어들었다. 내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온전히 회장직을 수행할 임기는 6개월 남짓 만이 남았다.

최근 제증명 수수료 고시(안) 논란과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 권고에 대한 대응 등에서 기대 이하의 회무를 선보인 추 회장에게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악재가 코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선별급여 적용항목 확대 및 신포괄수가 확대 등을 추진해 비급여 풍선효과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지난달 24일 취임사에서 “비급여를 해소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지난달 26일 국민의료비의 획기적 경감을 위해 ‘비급여 해소 및 발생차단’과 ‘개인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8월 9일로 미뤘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로 정책 조정을 위해 발표 시기를 미뤘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기 위해 미뤘다고 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보장성 확대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수가 현실화와 실손보험을 판매해 온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국민에게 어떻게 돌려줄지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이대로라면 재앙을 낳는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면 실손보험사에 수 십조원의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고, 의사의 치료 선택권과 환자의 선택권은 제한받게 될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온힘을 집중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면 전국의사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7일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비급여 비상회의)를 구성했다.

이 조직에는 대한흉부외과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분만병원협의회, 대한평의사회가 참여했다.

현장의 의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재정을 감당할 수 없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정책 실패를 의사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파업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특히, 의협이 강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질타하는 회원도 많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강한 대응보다는 정부와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원들과 일부 임의단체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협회에서 숙지하고 있으며,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의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막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최대한 협회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 정부와 대화를 통해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협의 이 같은 입장은 새로울 것이 없다.

추무진 집행부가 투쟁로드맵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투쟁 가능성을 언급했던 비상대책위원회도 추무진 회장이 단독 위원장을 맡은 지 10개월 만에 해체됐다.

비급여의 급여화 방안 발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추 회장의 선택은 두가지다.

협의란 미명하에 정부에 끌려갈 것인가, 실력행사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인가 말이다. 선거 당시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회원을 설득해 투쟁 준비를 하겠다는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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