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한 의사가 면허취소 위기에 놓여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아버지와 함께 비뇨기과 의원을 운영하는 A 의사는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각각 면허취소와 1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들인 A 의사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혹스러움을 토로했다. A 의사는 결석 환자에게 실수로 유통기한이 3개월 가량 지난 마약성진통제인 ‘페치딘’을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A 의사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진 않았지만, 마약류 관리장부를 통해 적발됐다.”라며, “처음에 보건소의 마약류 관리 담당자가 크게 문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마약류 사용 정지나 하루 3만원씩 90만원의 벌금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했고, 면허 취소나 정지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A 의사는 “이후 경찰서에 가 조서를 꾸밀 때도 경찰이 별 일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검찰에 기소가 됐는데 처음엔 약식명령으로 각각 300만원과 500만원의 벌금이 나와 고지서를 기다렸는데, 고지서는 안오고 정식재판에 회부됐다며 재판을 받으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 때 아버지가 고령이라 선임된 국선변호사 역시 면허취소나 정지 얘긴 없고, 벌금만 내면 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재판에서 아버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저는 벌금 500만원과 약값에 대한 추가부담금이 나왔다.”라며, “그 때도 그게 면허취소나 정지 사유가 되는지도 몰랐다. 국선 변호사는 판결일에 나오지도 않았고, 결과에 대해 연락이나 설명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판결일 이후 2주 정도 지나니 검찰에서 DNA 검사를 하라고 연락이 와서 “우리는 마약류 관리자인데 왜 마약사범 취급을 하느냐.”고 문의했고, 검찰에서 다시 해당되지 않는다며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A 의사는 “재판 결과 집행유예가 나오면 면허취소가 되는줄 몰랐다. 2심에 갔으면 좀 경감됐을텐데 그것도 잘 몰라서 항소기간 2주가 지나버렸다.”라며, “법원 판결 6개월 정도 지나고 지난주 복지부에서 면허취소와 면허정지 처분서가 나와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조만간 소명도 하겠지만, 복지부 관계자가 아버지의 면허취소는 거의 확정이라고 했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건소와 경찰, 국선 변호사 모두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면허취소나 먹어라 하는 꼴이 됐다.”라고 토로했다.

실수로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사용한 의사에게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처벌을 한 재판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문적인 면허관리기구 없이 단순히 법으로 일괄 재단하려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노 전 회장은 “선진국은 전문적인 면허관리국을 두고 면허유지에 관한 모든 것을 개별사안으로 심도있게 다뤄 결론을 내리지만, 우리나라는 법만능주의 사고에 입각해 의료인 면허에 대해 일률처벌주의를 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것은 다 선진국을 따르면서 의사의 목줄 잡기에는 정치인들과 시민이 합세해 인권유린의 법을 만드는데 찬성하고 있다. 의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