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전국의사총연합 회원 10여명이 의협을 방문해 제증명 수수료 상한 고시에 협조한 책임을 지고 추무진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회원들은 제증명 수수료 건 뿐만 아니라 추무진 회장의 회무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회원들이 점점 더 상황이 나빠졌다고 지적하자 추 회장은 나빠진 게 뭐가 있느냐며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일을 봐 달라고 반박했다. 추 회장의 자평과 회원들의 평가는 왜 다를까? 이는 최근 회무 사례에서 쉽게 드러난다.

▽제증명 수수료 고시(안) 대응
제증명 수수료 고시는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혜숙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조사ㆍ분석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7월 8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 45조의3항은 ‘복지부장관은 현황조사ㆍ분석의 결과를 고려해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16년 11월 7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대안가결된 뒤, 법사위를 거쳐 12월 1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어, 12월 8일 정부로 이송된 후 20일 공포됐으며, 시행예정일은 2017년 9월 21일로 발표됐다.

의협 집행부는 올해 6월 1일과 6월 22일 두차례 논의한 게 전부여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관련 법이 공포된 후 반년 가까이 시간이 있었다.

그사이 복지부의 동향을 파악해 물밑협의에 나서야 했다.

게다가 6월 1일 간담회 후, 고시가 행정예고된 날짜는 27일이어서 약 4주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의협은 이 기간에 공식 의견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의협은 7월 5일 상임이사회에서 제증명 수수료 대책 TF를 구성했으며, 12일 복지부에 정식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추무진 회장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회원들에게 “고시가 확정됐나? 시행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발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노력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다행히 복지부는 행정예고 기간이 끝난 현재, 접수된 의견을 취합해 수정안을 제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회원 수백여명이 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홈페이지에 의견을 올리지 않았다면 복지부가 제증명 수수료 고시안을 재검토했을지 의문이다.

자신을 찾아온 회원들에게 고시가 확정된 것도 아니라는 대답을 하는 추무진 회장을 보면서 회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 권고 대응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5월 17일 보건소장 임용 시 보건 관련 전문 인력에 비해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로 판단된다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관련근거인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제1항 개정을 권고했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제1항은 ‘보건소에 보건소장(보건의료원은 원장) 1명을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별표 1에 따른 보건ㆍ식품위생ㆍ의료기술ㆍ의무ㆍ약무ㆍ간호ㆍ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의사 우선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복지부는 보건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곧이어 나온 청와대의 인권위 위상강화 방안에 밀려 인권위 권고 관련 간담회를 마련했다.

인권위 권고 후 두 달이라는 기간이 있었지만 의협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의협은 간담회가 열린 24일 간담회 장소와 복지부 앞에서 각각 1인 시위를 벌였다.

‘회원들은 회장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을 받은 추무진 회장이 “그 판단은 다음 선거에서 하라”고 말하는 모습
‘회원들은 회장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을 받은 추무진 회장이 “그 판단은 다음 선거에서 하라”고 말하는 모습

앞서, 추무진 회장은 전의총 회원들이 의료현안에 힘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시위를 해서 되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시위로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찾아온 회원들에게 시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 12일 만에 그는 시위에 나섰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안내문 대응
우체국금융개발원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올해 상반기 동안, 병원과 설계사를 직접 만나 과잉진료를 부추기거나 안내한 정황이 있으니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대상은 우체국보험으로 실손보험 청구가 들어온 사례를 분석해 보험금 지급액 상위 병ㆍ의원 306곳과, 보험금 지급액 상위 1%인 설계사 283명이었다.

모니터링 강화소식을 통보한 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병원에 지급한 금액은 약 10%, 설계사가 관리하는 환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약 33%가 감소했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나왔다.

의사협회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본지 확인 결과, 의협은 지난 5월 31일 ‘민간보험사(실손의료보험) 의료기관 면담 요청 관련 안내문’을 제목으로한 공문을 16개 시도의사회장과 개원의협의회장, 각과 개원의협의회장에게 보냈다.

안내문은 ‘일부 민간보험사에서 실손의료보험 의료비와 관련해 의료기관에 방문(면담) 협조를 요청하는 안내문이 발송되고 있다’며, “보험사의 방문 요청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응할 이유가 없다고 소속 의료기관에 안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민감보험사가 일선 병ㆍ의원에 실손보험 지급 문제로 면담을 요청할 경우, 무턱대고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의협의 대응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한 것이 전부다.

이 안내문은 회원에게 ‘알아서 대응하라’는 것 외에 의미가 있을까.

이렇듯 불과 두 달 사이에도 회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사안에 대해 의협은 수동적으로 대응했다.

의사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나 정책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의협은 각 단계마다 다른 전략을 마련해 대응해야 하며, 무엇보다 모든 부서가 정보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추무진 회장의 남은 임기는 9개월이지만 내년 3월 의협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정상적인 회무를 수행할 기간은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그는 회원들을 향해 자신의 회무를 다음 선거에서 판단해 달라고 스스로 말했다. 남은 임기동안은 수동적인 회무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회무를 수행해야 떳떳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