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에서 일반진단서를 발급할 경우, 최고 1만원 범위에서 비용을 받도록 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과거 복지부가 일반진단서의 경우 최저 1,000원에서 최고 10만원으로 상한 기준을 정했고, 현재까지 시행돼 왔다.

고시가 예고대로 시행되면, 상한금액이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90% 줄어들게 되니 의사들의 속이 끓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의사들의 속이 타는 이유가 단지 수입이 줄어서일까? 10여년전 서울시의사회가 증명서 발급수수료 인상을 담함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을 들여다 보자.

서울시의사회는 2005년 3월 59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금천구의사회가 건의한 증명서 발급수수료 인상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후, 한 달 뒤인 4월 상임이사회에서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현행보다 2배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5월과 6월 두차례 각 구의사회장 및 병원장에게 증명서 인상 안내문을 발송해 발급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의협에도 공문을 보내 수수료 인상이 전국에서 동일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2006년 3월 서울시의사회가 구성원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5억원의 과징금을 3억 500만원으로 감경 조치했다.

이는 서울시의사회 한 해 예산의 30%를 적용한 후, 부과능력 등을 고려해 다시 절반을 감액한 것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법원에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서울시의사회 집행부가 수수료 가격을 인상하고 회원들에게 통보한 행위는 느슨하게나마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사업자의 의도대로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경쟁제한성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서울시의사회의 행위에 심각한 부당성이 없었다며 과징금을 3억 500만원에서 1억 100만원으로 낮췄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고시에 따르면, 중대성이 약한 위법행위의 경우 연간 예산액의 10%, 중대한 위반행위의 경우 예산액의 30%를 부과한다.

10년이 지난 과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같은 사안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정부의 이중잣대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당시 공정위는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진단서 발급비용을 서울시의사회에서 일률적으로 제시해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올해 복지부는 진단서 발급수수료를 1만원으로 묶는 고시를 내놓았다.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을 협회가 주도하면 자율성 침해이고, 정부가 주도하면 침해가 아니란 말인가?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양식이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다.

특히, 증명서 발급 이후 의사에게 법적 책임도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종이 한장으로 가치를 판단해선 안 된다.

아직은 행정예고기간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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