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기관의 제증명 수수료 상한액 설정 고시안에 대해 의료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정부는 27일 제증명 수수료의 상한금액 설정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제증명 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번 행정예고안은 주요 제증명의 정의 및 상한금액과 제증명수수료의 운영기준에 대한 세부사항을 담고 있다.

환자가 일반진단서를 발급받고자 하는 경우 현재 의료기관별 자율 수수료는 최저 1,000원에서 최고 10만원으로 상한이 없지만, 제정안은 1만원 이내 범위에서 의료기관별 자율 수수료를 정하도록 했다.

MRI 등 진단기록영상을 CD로 발급받고자 하는 경우도 현재 최저 1,000원에서 최고 5만원까지 의료기관별 자율 수수료로 상한이 없는 것을 1만원 이내 범위에서 의료기관 자율로 수수료를 정하도록 했다.

입ㆍ퇴원확인서를 발급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현재 무료에서 최고 2만원까지 받고 있는 것을 1,000원 이내로 수수료를 정하도록 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양식이 아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로서 증명서 발급 이후 의사에게 법적 책임까지도 뒤따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단순한 서류로 치부한 낮은 수수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복합질환 및 다발성 장기손상 등은 다양한 문헌 및 진료기록부를 검토하고 이에 맞는 진단기준에 부합하도록 진단서 작성에 의사의 각고의 노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획일적인 진단서 가격 책정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의협은 진단서 등의 발급수수료는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비급여 사항으로서 국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인 점을 고려할 때 가격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는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하는 것은 비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오히려 지난 1995년 복지부에서 각종 진단서별 수수료 상한 기준을 정한 이후 장기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기준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수수료 상한기준 제정에 있어서도 범위가 적은 조사대상의 최빈값 혹은 중앙값만을 근거로 한 불합리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증명서의 성격 및 특수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며 충분한 논의 및 협의 없이 진행한 금번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제정 행정예고를 전면 재검토 하라.”며, “향후 비급여 관리 부문에 대한 의료계의 합리적 의견을 적극 수렴한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도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에서 “진단서에는 의사의 진단뿐 아니라 향후 치료에 대한 계획과 예측되는 예후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포함되고, 그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며, “진단서는 제증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2005년 서울시의사회가 회원들에게 진단서 등 발급서류의 기준표를 제시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고발을 당해 5억원의 벌금을 맞았다. 이후 법원은 최종 1억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라고 소개하고, “당시 공정위와 법원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진단서 발급비용을 서울시의사회에서 일률적으로 제시한 것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고 판단했다.”라고 꼬집었다.

노 전 회장은 “그랬던 정부가 거꾸로 오는 9월부터 진단서 발급비용을 1만원 이하로 법으로 규정하겠다고 나섰다.”라며,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을 협회가 관여해서 일괄 올리는 것은 자율성 침해이고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부가 강제로 내리는 것은 자율성침해가 아니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따졌다.

노 전 회장은 “이번 고시 제정안 추진은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사의 편익을 위한 것이다.”라며, “정부의 조치는 의료의 비진료영역이자 비보험영역에 대해 정부가 법을 이용해 비용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중대한 일이다.”라고 깅조했다.

그는 “정부의 이러한 발상은 초헌법적인 것이고, 자칫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의사협회는 시급히 진단서 양식 번경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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