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노만희) 현 집행부가 전임집행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일단락됐다.

대개협은 지난해 5월 3일 전임 집행부와 관련 업체를 상대로 총액 11억 395만원에 달하는 ‘부당이득 반환의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6월 9일 소 전부 각하판결을 내렸다. 평의원회에서 의결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소제기 자체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상임이사회는 소송을 이어가기 위해 ‘전임집행부의 재산부당 처리로 말미암은 협의회 재산 회복을 위한 민사소송 제기 건’을 서면결의 절차를 거쳐 24일 평의원회에 부의했다.

평의원회는 이 소송제기 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재석 30명중 찬성 14명, 반대 1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사전에 평의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공언한 노만희 회장은 의결 직후 이를 확인해줬다. 이로써 13개월 동안 이어진 전-현 집행부간 소송전은 마무리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법제이사의 발언은 또 다른 소송의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김선욱 법제이사는 소송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각하 판결에 대한 해석, 청구금액을 줄인 이유, 소송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 등 경과를 보고했다.

설명을 이어가던중 김 법제이사는 “이번 판결의 의미는 의사협회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서울시의사회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 이번 판결이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다.”라고 모호한 발언을 했다.

정인호 서울시평의원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다. 서울시의사회가 어떤 문제가 있길래 언급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서울시의사회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다.”라고 따졌다.

그러자 김 법제이사는 또 실언을 했다. 그는 “저도 풍문으로 서울시의사회 집행부에서 회계 관련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걸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정했다는 뜻의 이야기가 아니라, 절차 등 이런 것들이 각 의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번 판례로 정리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는 윤석완 서울시평의원이 “제가 서울시의사회 재무부회장이다. 풍문으로라도 도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 법제이사는 “평의원회에서 발언하기 곤란하다. 일단 제가 특정해서 예를 들었던 부분은 사과드린다. 따로 말씀드리겠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윤 평의원이 다시 “이곳에서 발언했으니 이곳에서 말해 달라. 마무리 지어 달라.”고 독촉하자 김 법제이사는 “따로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의사단체에서) 자문과 고문 등을 하고 있다. 비밀보호 의무가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대신 보고함에 있어서 특정 의사회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윤 평의원이 “서울시의사회 관련 발언은 취소하라. 풍문이야기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 법제이사는 “발언을 취소하고 회의록에서도 삭제하겠다. 죄송하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회의를 주재하던 노만희 회장도 “깜짝 놀랐다. 발언을 유념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서울시평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평의원들도 법제이사의 풍문으로 들었다는 표현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변호사의 실언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전임집행부의 입장을 설명하러 온 고한경 변호사의 무례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고 변호사는 “현 집행부가 손해배상이 아니라 부당이득으로 소송을 한 것은 손해배상을 할 청구원인이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불법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을 다시 제기해도 패소한다. 소송비용과 부담을 대개협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이어진 발언이 논란이 됐다. 고 변호사는 “소송비용을 짊어질 것인지 말 건지를 오늘 결정해야 한다. 변호사인 저는 소송비용을 더 받으니 좋다.”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더 받으니 좋다.”는 말을 웃음띤 얼굴로 말하자, 순식간에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격앙된 발언이 나왔다.

한 평의원은 “지금 변호사가 협박하는 거냐.”라고 반발했고, 다른 평의원은 “비용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한경 변호사가 “의견을 말한 것뿐이다.”라고 해명했지만, 평의원들로부터 “그게 의견이냐?”, “여기서 말할 게 아니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변호사들의 가벼움은 일년간 진행할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하는 엄숙한 평의원회에 상처를 남겼다.

특히 김선욱 법제이사의 발언은 향후 또다른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뒤늦게 김 법제이사의 발언을 전해들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회의석상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대개협 법제이사의 발언은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학술대회를 일반회계로 통합시켰다. 서울시의사회 회계는 투명하다.”라며, “상임이사회에서 대개협 법제이사를 고발할 지 여부를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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