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인사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보건의료계에서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의 임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하고 현재 17개 정부부처 중 장관 인사가 발표되지 않은 곳은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뿐이다.

초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는 애초에 김용익 전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인사 발표가 계속 지연되며 현직 국회의원 임명설, 여성할당론, 정치인 배제론, 의외의 인물 발탁설 등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의사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을 총괄하며 순조롭게 복지부장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장관 지명 발표 때마다 복지부장관은 제외되자 김 전 원장이 5대 인사원칙 중 일부에 걸렸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또한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복지부장관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혼선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같은 당 김상희ㆍ전혜숙 의원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장관 30% 공약 이행 달성과 현직의원 청문회 불패설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복지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자 의료계는 사실상 김 전 원장에 대한 지지표명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기동훈)는 지난 21일 입장 발표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최고 기구인 보건복지부를 보건의료전문가가 이끌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2015년 5월 20일만에 2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메르스와 그 형제 격인 2003년 대한민국을 위협했던 사스를 예로 들며, 둘 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태생 된 질병이지만, 사스 때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모범 예방국’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메르스때는 ‘KORS’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보건체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03년에 비해 2015년의 의료시스템과 기술은 확연히 발전했음에도 이러한 차이가 벌어진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며, “2003년에 보건복지부를 지휘했던 장관은 보건의료 전문인이었던 반면, 2015년 복지부장관은 경제 전문인이었다. 분초를 다투는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현장경험과 관련 지식이 없는 수장에게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다시 메르스가 창궐하고 있다. 과거 결핵을 비롯해, 새로운 신종전염병 역시 언제든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질병 및 의료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수장이 보건의료전문가가 아니라면 메르스의 악몽은 언제고 반복될 것이다.”라고 우려하며, “이러한 시국에 보건의료의 전문가가 복지부를 이끄는 것은 상식이다. 비전문가의 정책 추진으로 어지러웠던 지난 정권의 과오가 현정권에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강청희 소장(전 의사협회 상근부회장)도 김용익 전 원장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전공의특별법을 주도하며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제도개선에 힘 써왔으며, 메르스 사태에서 의료현장의 애로사항은 물론 제대로된 방역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정치권 전체의 노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 적임자다.”라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허용 논란은 물론 재벌중심의 규제완화를 통한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박근혜 정부의 의료영리화를 막기 위해 의료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의 강력한 연대를 이끌어냈던 인물이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도 조속히 복지부장관을 임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2일 “환자안전과 국민건강,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보장되는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돈벌이의료가 아니라 의료공공성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보건의료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라며,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최순실-박근혜 의료농단으로 드러난 의료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보건의료 개혁전문가가 보건복지부장관을 맡아 보건의료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이해관계와 요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급자가 소비자,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노조와 시민사회를 다 아우르는 소통과 협치 능력 또한 새 장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한다.”라며, “개혁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전문적 역량과 정책 검증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조속히 임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복지부와 산자부 장관 후보자 인사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출발(28일) 전에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명 ‘안경환 쇼크’가 워낙 컸던데다, 내주부터 시작될 ‘인사청문회 3라운드’에 대한 기류를 살피기 위해 인선이 한동안 지연될 수도 있어 추가 인선이 미국 순방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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