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4월 23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한의사 연수강좌 및 한의대에 출강하는 의사 현황을 분기별로 대의원회에 보고하고, 1년에 한 번 정기총회에 보고하는 안을 의결했다. 의협 집행부는 5월 10일 상임이사회에서 상임이사별 수임사항을 정리하면서 정책이사에게 관련 사항을 배정했다.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의사들,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 왜 막을까
지난 4월 정기총회가 마무리될 무렵 한 대의원이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을 문제삼았다.

이승찬 경기대의원은 “2015년도에 의사들의 한방사 강의 출강 거부하자는 결의문이 채택됐는데, 이후 대의원회 결의가 실행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의원은 “집행부가 의사들이 한방사 대상으로 연수강좌에 출강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라며, “분기별로 대의원회에 보고하고, 일년에 한번 총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의원의 요구는 안건으로 채택돼 재석대의원 152명 중 147명 찬성(96.71%)으로 가결됐다.

이 같은 결정은 ‘한의사가 부수적으로 배운 현대의학으로 의사를 흉내내려고 하기 때문에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이 발생한다’는 의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의사는 과학에 바탕을 둔 현대의학을 배우고 한의사는 음양오행에 바탕을 둔 한의학을 배우면 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대의원들도 의사가 한의사에게 현대의학을 가르치는 것은 한의사의 의사 흉내내기를 돕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 저지 결의 처음 아니다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의 저지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2013년 4월 65차 정기총회에서 의과대학 교수의 한의대 출강금지와 한의사 대상 연수강좌 금지를 의결했다.

대의원회는 지난 2015년 4월 67차 정기총회에서도 ‘의사의 한의사 교육 금지 결의안’과 ‘의과대학 교수의 한의대 강의 중단 권고안’도 통과시켰다.

특히 ‘의사의 한의사 교육 금지 결의안’은 당시 긴급 동의안으로 상정돼 대의원 127명 중 찬성 111명(87.40%), 반대 16명으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대의원회는 같은 해 9월 운영위원회 워크숍에서 다시 한번 한의사 대상 강의 금지 결의와 의과대학 교수의 한의과 대학 강의 교육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문을 확정해 전체 중앙대의원에게 보고했다.

당시 임수흠 대의원의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인데도, 의대 교수의 한의대 수업과 한의사 대상 강의가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이를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임 의장은 “권고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회 회부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경고하고, 집행부에도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의협, 모니터링 방안마련중…9월중 첫 보고 목표
대의원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을 저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의대 교수의 현황 파악도 쉽지 않을뿐더러, 법적인 문제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동희 경기도의사회 법률대응팀 변호사는 “의사가 한의사 강좌나 한의대 출강을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출강을 제지하는 것이 더 문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적 문제에 대해 헌법과 민법, 양측면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과 관련해선, 의사가 출강할 자유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해당하는데 이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민법과 관련해선, 의협이 의료법 28조에 의해 설립된 중앙회이고, 28조4항에 따라 민법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기 때문에, 법인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하는 여러 규정이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또, “법감정상 비난가능성이 상당한 것도 부담이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묘안을 짜내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회에서 결정된 수임사항을 소관부서별로 분류한 상태다. 대선으로 한동안 미뤄졌는데 곧 의사의 한의사 교육 금지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과거 의과대학 학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라며, “이번에는 의대생 및 전공의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담직원을 두고 한의사 관련 홈페이지와 한의계 신문을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소관이사인 이성우 정책이사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대 교수의 한의사 대상 강연을 막기는 쉽지 않다.”라며, “현황파악도 쉽지 않고, 법적인 문제도 있다.”라고 현실을 언급했다.

이성우 이사는 “대의원회의 수임사항인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라며, “오는 9월경 진행 경과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의사의 한의사 대상 강연과 관련해, 한의사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5년 윤용선 대의원과 함께 의대 교수의 한의대 강의 중단을 요구했던 이제혁 경기대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의대생이 의학쪽 강의를 듣는다고 이야기 하는 자체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의원은 “영문학과면 전공은 영문학이다. 당연히 영문학 관련 강의를 가장 많이 들어야 한다.”라며, “한의사의 행태는 교양으로 수학 강의를 이수했다는 이유로 수학강사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말이 안 된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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