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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법을 알고 참여해줬으면 해요”[생생인터뷰]대한의료법학회 이숭덕 회장
최미라 기자 | 승인2017.06.12 6:12

‘법의학(法醫學)’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상 문제되는 의학적ㆍ과학적 사항을 연구해 이를 해결함으로써 법 운영에 도움을 주고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이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죽음을 조사하는 의학적 중심에 법의학이 있으며, ‘공중 사회의학’의 필수적인 분야로 꼽힌다. 올해부터 대한의료법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숭덕 회장(54ㆍ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주임교수)은 30여 년간 경찰의 과학수사에 수시로 조언하며 숱한 강력사건의 해결을 도왔다. 이 회장은 의사들도 이제 법을 알고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이숭덕 회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먼저 학회 소개를 해주세요.

이숭덕 회장: 대한의료법학회는 1994년 의료법학에 관심이 있는 법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월례학술발표회ㆍ세미나ㆍ워크숍ㆍ학술대회 등을 통해 의료분쟁 및 의료제도를 비롯한 의료관련 법현상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순수 학술단체죠.

최미라 기자: 한국의료법학회도 있던데 차이점이 있나요?

이숭덕 회장: 창립멤버와 성향이 다소 다릅니다. 대한의료법학회는 법조계 쪽 구성원이 많고, 한국의료법학회는 의료계 쪽이 훨씬 많아요. 한국의료법학회는 과거 고려대의 의료법연구소가 전신이 돼 의과대학에 있었으니 의료계 색채가 강하죠. 대한의료법학회의 경우 법조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좀 더 공부를 하자며 창립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이 워낙 많지 않아 두 학회를 왔다갔다 하기도 합니다.

최미라 기자: 법의학을 전공한 특별한 계기는 뭔가요?

이숭덕 회장: 무의식적으로 가깝게 느꼈던 것 같아요. 국내 1호 법의학자인 문국진 선생님(92)과 인연이 있거든요. 자주 뵙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향도 받고, 이 분야가 다른 임상보다 재미있어서 법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최미라 기자: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자동개시 조항을 두고 의료계는 방어진료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숭덕 회장: 자동개시 조항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사회적 합의가 안 되고 여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도입된 측면이 있죠. 특히 자동개시법은 고 신해철 씨 사건과 전혀 상관 없는데, 일부에서 이상하게 고인을 이용해 띄워놓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주장했어요. 나중에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중재원도 자동개시를 강하게 원했던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최미라 기자: 제도가 나쁜 건 아니지만 도입시기가 일렀다는 거군요.

이숭덕 회장: 그렇죠. 의료계가 의분법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강제’라는 개념이 들어간 자동개시 조항 도입은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잖아요. 사실 조정에 응하면 의사도 좋아요. 조정의 가장 좋은 점은 서로 합의를 위해 길게 이야기하는 점이거든요. 조정을 하면 ‘벤틸레이션’ 하며 좋은 기억들로 가는게 많아요. 최악의 화해가 최선의 판결보다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 좀 더 시간이 흘러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고 여건이 성숙해졌을 때 자동개시가 도입됐으면 의료계의 저항도 낮고 순기능을 할 수 있을텐데 안타까워요.

최미라 기자: 자동개시 조항을 찬성하는 측은 의사들을 향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개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더라구요.

이숭덕 회장: 그런 식으로 자동개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꾸미지 말아야 해요. 차라리 사회에 필요하니 같이 가자고 설득해야지, 왜 자꾸 요건에 안 맞으면 자동개시 할 수 없다고 꾸미는지 모르겠어요. 자동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요건 중 의료가 사망이나 중상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건 감정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 아닙니까. 그런데 이 요건으로 자동개시를 막을 수 있다고 왜곡하고 포장하지 말라는 거죠. 오히려 악감정만 더 불리일으킬 겁니다.

최미라 기자: 하지만 조정이 활성화되면 의료계도 좋을 것이라는 입장이신거죠?

이숭덕 회장: 그렇습니다. 조정이 많이 활성화되면 의료계도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사실 환자단체 쪽은 중재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어서 긍정적인 효과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환자단체 측에서 많은 사람이 감정, 중재 과정에 참여하며 의료계에 대한 이해심이 높아진 면이 있거든요. 의료계도 의료중재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의사들이 주장했던 감정 관련 문제들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고 있거든요. 문제만 지적하고 참여는 안 하니까 자꾸 이상한 제도와 기구들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의사들은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의료중재원을 잘 도울 방법을 강구해야 해요. 자꾸 참여해서 순기능을 이끌어내면 의료환경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제도가 될 거에요. 잘못해서 의료중재원의 행정기관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되면 국가, 의료계, 환자단체 모두 손실이 클 겁니다.

최미라 기자: 최악의 화해가 최선의 판결보다 낫다는 말이 중요하겠네요.

이숭덕 회장: 한국소비자원은 조정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결론을 내고, 그걸 받아들일지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런데 사건의 20~30%는 소비자원이 정보만 제공해 주고 아무 행동을 안 하는데, 이건 의사의 잘못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이 수치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크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잘못도 없는데 다섯 중 하나는 ‘죽일놈’ 취급을 받는 거잖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다섯건 모두 사건을 확대하는 건 곤란하다는 거에요. 의사건 환자건 내가 다섯건 중 어디에 포함될진 모르지만, 진검승부할 것만 골라서 해야죠. 그러려면 의사들도 활동해야 하구요. 법원까지 가는 진검승부가 많아지면 서로 피를 봐야 하는데, 그 전에 눈싸움이라도 한 번 해 보자는 점에서 의료분쟁조정제도는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미라 기자: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설명의무법에 대해 알고 계시죠. 의료계는 모호한 법조항에 부담을 느끼며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어요.

이숭덕 회장: 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대상과 의사-환자 관계를 자꾸 제3자가 행정적으로 관여하는게 문제에요. 완벽한 설명의무란 불가능한데 자꾸 강조되는 것은 환자와 의사의 불신 때문이죠. 그걸 제거해야 설명의무를 염두에 안두고 편하게 의료행위를 할텐데, 설명의무를 강조하는 자체가 방어진료를 하라는 것 아니겠어요? 당연히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명찰을 달아야만 설명하나요? 너무 웃깁니다. 그런 나라가 어디 있나요.

최미라 기자: 윤리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모두 법제화하려다 보니 문제인 것 같아요.

이숭덕 회장: 맞습니다. 일정 부분 의사가 도덕적으로 제대로 규율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도 분명 있죠. 성형외과에서 횡행하는 유령수술이나 정형외과에서 PA가 수술하는 등의 사건은 말도 안 되는 부분이지만, 그건 따로 해결할 문제인데 명찰법, 설명의무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너 착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 ‘일 열심히 해라’를 법으로 규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최미라 기자: 우리나라 법의학의 수준은 어떤가요?

이숭덕 회장: 우리나라 법학의 수준을 묻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법의학은 정량화하기 어렵고 사회제도에 많이 영향을 받죠. 학문적 수준은 결코 뒤쳐지지 않는데, 전체적으로 사회제도가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적절하게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것 같진 않아요. 부검을 얼마나 잘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인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법의학의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거죠.

최미라 기자: 부검이나 검시 등 과학적 수준은 높지만 그게 제대로 활용이 될 수 없는 제도라는 거죠?

이숭덕 회장: 그렇습니다. 수사권이나 검시제도와도 연결되는 문제죠.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규율, 관리하냐는 관점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사법적으로만 하거든요. 실무적 일은 경찰과 의사도 많이 하는데 개입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많아요. 유병언 사건의 경우도 시신 발견 때부터 법의학자가 현장에 참여했다면 더 빨리 결과가 나오고 불신도 줄었을 텐데, 그런 면에서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미국은 ‘전담검시제도’가 있어서 검시에 대한 권한이 의사들에게 있어요. 여기에서 이상이 있으면 경찰이 개입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우리나라는 권한이 사법기관에 몰려 있는데 전문가 의견을 잘 안받아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안 돼서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법의학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전문가 육성과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거죠.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국내 법의학자는 몇 명이나 되죠?

이숭덕 회장: 70여 명 정도에 불과해요. 의대의 1/3 이하에만 법의학과가 있죠. 법의학자 월급은 누가 줘야 할까요? 교육제도는 크게 바뀌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어요. 과거에는 법과 교육, 의료가 모두 대륙법을 따랐지만, 해방 이후 의료는 미국 쪽으로 갔어요. 법은 아직까지 일본과 독일법을 따르고 있죠.  사회에서는 법의학이 필요한데, 중간에서 붕 떠서 몇 십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사회에서는 필요하지만 병원에선 쓸모없는 학문이라 대학에서 교육이 제대로 안 됐어요.

최미라 기자: 고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를 두고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진단서에 대한 교육도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숭덕 회장: 우리나라 환경이 그래요. 미국은 법의관이 사망을 관할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의 죽음에 신경을 덜 써도 되죠. 병사라고까지만 판단하고 법의관에게 넘기면 진단서를 어떻게 쓰라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데, 우리는 의사가 시체 검안부터 사망진단서 작성까지 다 해야 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백남기 사건에서 진단서를 잘 쓸 수가 없는 거죠. 법의학자들이야 매일 진단서를 보지만 임상에서 그런 진단서를 보는 경우가 많겠습니까? 사실 외상이 크게 원인이 돼서 사망한 경우는 지금도 진단서가 잘못된 경우가 많을 거에요.

최미라 기자: 진단서 작성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요.

이숭덕 회장: 진단서 문제는 제도와 교육, 사회 문제가 녹아있기 때문에 간단히 고칠수가 없을 겁니다. 백남기 씨 사건에 대해 임상에서는 아마 95%가 병사라고 쓸 거에요. 외인사라고 쓴 5%는 아마 법의학 친구에게 물어봐서 쓴 걸꺼구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병사냐 아니냐는 매우 규범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에요.

최미라 기자: 예를 든다면요?

이숭덕 회장: 만약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가 깨져 죽으면 교통사고 때문에 죽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머리가 깨진 건 치료가 될듯말듯 좋아질 것 같은데, 한 달 후 폐렴으로 죽는다면 교통사고 때문에 죽은 건가요?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질병 등 외부적 요인이 있으면 판단이 어려워 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백남기 씨의 경우는 1년까지 갔잖아요. 의사가 병사라고 했으면 부검을 하지 말고 장례를 치러야죠. 병사 진단서는 보호자가 좋아해야 하는데 싫다면서, 외인사랍니다. 그래놓고 부검은 안 하겠다고 하니 이상하죠. 병사인데 부검하겠다는 사람은 또 뭐구요. 학문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니까 문제에요. 특히 보험과 관련해서는 이런 부분의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중요합니다. 병사냐 외인사냐, 사망진단서를 쓴 교수가 나쁘다…이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최미라 기자: 진단서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죠?

이숭덕 회장: 오는 17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검찰 측과 함께 ‘전문가 의견의 법적 의미-진단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진단서 작성 실무의 고찰’ 세션에서 ▲임상에서 상해진단서 작성과 문제점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 동일 양식 사용의 문제점이, ‘진단서 관련 수사실무와 판례 동향’ 세션에서 ▲수사와 공소유지 단계에서 진단서 등의 활용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등의 발표가 진행됩니다.

최미라 기자: 마지막으로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숭덕 회장: 대한의료법학회장을 하며 바랐던 부분은 의사들도 법을 좀 알고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며, 법을 모르는게 좋았지만 이제는 사회 참여라는 관점에서 필요한 것 같아요. 다행인 건 과거보다 의사들 중에서도 법학박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고대법대에 의료법 대학원이 있는데 의사들이 꽤 많이 갑니다. 일반인들도 자꾸 법을 알고 공부하려고 하듯이 의사들도 법을 알고, 다른 사람들이나 법에서 의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 너무 방어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숭덕 회장: 감사합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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