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동수 확인을 소홀히 해 자궁 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은 산부인과의사 사건이 새국면을 맞게 됐다.

인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오연정)는 지난 9일 오후 3시 15분 319호 법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로 1심에서 금고 8월을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 A 씨의 2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A 의사는 지난 2014년 11월 25일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독일인 산모 B 씨의 분만을 돕던 중 태아가 심정지로 사망하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결국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A 의사가 당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태아의 심박동수가 다섯 차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오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태아의 심음청취를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항소심에서 재판장은 심음검사와 태아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 검사에게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했다.

재판장은 “1심 판결문은 ‘즉시 제왕절개 실시 가능성이 높았고, 이렇게 했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건지 그런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제대로 검사를 했어도 이 아이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 점을 검사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자궁 내 태아사망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선진국에서도 태아 2,000명중 1명이 자궁 안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라며,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은 일반인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의사의 주의 정도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심음청취를 하지 않은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자궁 내 태아 사망이 발생했다면, 그 사이에 두 번 체크를 했더라도 살릴 수 있었겠느냐를 따져야 한다. 물론 가능성은 있었겠지만 엄격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개인병원의 경우, 마취과의사를 섭외하는 등 제왕절개 수술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며, “제왕절개수술을 준비하는데 50분 가량 소요된다고 인정한 판례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태아의 사망과 의사의 과실의 인과관계를 지적한 반면, 피고의 추가 감정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측 변호인은 “민사소송에서도 복수의 기관에 감정을 의뢰한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만 두차례 태아 사망에 대한 감정이 이뤄졌는데, 의사협회나 산부인과학회에 감정을 의뢰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중재원에도 산부인과전문의가 있다. 의협 등의 감정신청은 1심에서 중재원이 한 감정과 같은 내용이면 의미가 없고, 다른 내용으로 온다면 어떤 걸로 판단을 해야 할 것인지 곤란해진다.”라며, “중재원에서 한 감정 내용이 모순되거나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감정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사실조회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공판 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재판장이 검사에게 인과관계 입증을 요구했다. 1시간 반 사이에 어느 순간 태아의 이상을 감지해서 제왕절개를 했다면 아이를 살릴 수 있었겠느냐를 입증해야 한다.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2차 공판은 오는 7월 21일 오후 2시 45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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