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하 원장
강석하 원장

한의계와 일부 국회의원이 우리나라 한의학의 활성화를 주장하며 자주 근거로 삼는 미국 한의학의 활용 실태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하 과의연, 원장 강석하)은 최근 미국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과의연은 “한의계에서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중의학이 아니라 한의학이라고 읽는데, 한의학은 중의학의 아류이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왜곡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의계 언론의 2013년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엠디앤더슨, 캘리포니아 얼바인 의대 등에 ‘한방과’가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과의연은 “실제로 해당 기관들에는 ‘한방과’가 아닌, ‘Integrative Medicine(통합의학)’이 있는 것이다.”라며, “이를 한방과로 둔갑시켰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의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엠디앤더슨 암센터 역시 ‘한방과’가 아닌 ‘Integrative Medicine Center(통합의학센터)’가 있다는 설명이다.

엠디앤더슨 홈페이지, 침술사 2명을 확인할 수 있다
엠디앤더슨 홈페이지, 침술사 2명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엠디앤더슨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Integrative Medicine Center(통합의학센터)’에 소속된 대체요법사들은 침술사 2명, 마사지사 4명, 음악치료사 1명, 명상 지도사 1명이고, 그 외에 임상심리사와 물리치료사도 있다.

미국의 다른 대형병원들도 비슷하다.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는 ‘Integrative Medicine&Digestive Center’가 있는데, 여기에도 침술사는 2명으로 마사지사 4명보다 적다.

과의연은 “이외에도 의료기관에 따라 요가나 태극권 등을 지도해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한의학은 침술 정도만 그 중 일부로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의연은 “우리나라는 한의사들이 암을 비롯해 온갖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언론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한의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찬밥신세라는 황당한 왜곡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여러 가지 보조치료 중의 하나로 침 치료를 하는 사람이 대형의료기관에 두 명 정도 있을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대형병원에서 침술사 등의 대체요법사들을 데리고 있는 이유는 임상시험 등 연구에 활용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 과의연의 주장이다.

과의연은 “미국의 의료기관에서 대체의학 파트를 맡고 있는 의사들이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암환자들을 등쳐먹는 모습을 보면 기겁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을 운운하며 한의학을 더 널리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까지 보면 얼마나 황당할까.”라고 반문했다.

존스홉킨스 홈페이지
존스홉킨스 홈페이지

특히 과의연은 한의계 뿐 아니라 일부 국회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암과 관련된 치료에 양ㆍ한방 협진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립암센터에 한의진료과가 없는 것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을 외면한 비인도적 처사다.”라며, 국립암센터와 일산병원에 한의진료과를 설치해 양ㆍ한방 협진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과의연은 “한의계와 언론은 해외의 현실을 왜곡하고, 정치인들은 사실관계는 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라며, “한의사들에게 우리나라도 딱 미국만큼만 한의학을 활용하게 하자고 하면 반기기는커녕 막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게 뻔하다. 한의사협회장에게 ‘우리나라도 선진국인 미국에서 한의학이 활용되는 정도로 비슷하게 맞추자’라고 하면 그 때는 진심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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