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총회에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볼거리 내용도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의 향연이었다. 오래 전 TV에서 상영하던 주말의 명화의 장면처럼 말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대의원들은 강청희 이사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대의원들은 해임 여부를 대의원 표결로 결정해 달라는 강 이사장의 제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을 걸고 받아들였다. 당시 한 대의원은 박영부 이사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올해 총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명장면을 확인해 보자.

▽정관과 충돌하는 이사회 운영규정 의결
공제조합 정관 25조는 대의원총회의 의결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4항은 정관 변경 및 공제규정을 포함한 제규정의 제정ㆍ개정에 관한 사항을, 5항은 임원의 선출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는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사회운영규정 3조3항 ‘이사회에 1인의 간사를 두고, 간사는 이사장이 지명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선출된 자가 조합원, 협회 임원 등의 자격을 상실하거나 그 자격이 변경된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없이 이사의 자격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안이다.

김영완 감사가 28일 정기총회에서 감사보고를 하는 모습
김영완 감사가 28일 정기총회에서 감사보고를 하는 모습

이철호 대의원은 “정관 25조 따르면, 제규정의 제ㆍ개정 사항과, 임원의 선출 및 해임은 총회 의결사안이므로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개정(안)에서 ‘별도의 조치없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이사 자격을 상실하되 총회에서 인준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김해영 법제이사는 “총회에서 결정해 주면 이사회 규정이 똑같은 효력을 발생할수 있다.”라며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호 대의원의 수정안은 제청이 없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대의원들은 이사회운영규정 개정(안)을 재석대의원 24명 중 21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현장에서 양재수 전 경기도의사회 의장은 법제이사가 규정을 교묘하게 곡해해서 발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법제이사가 정관에 위배되는 조항을 이사회운영규정에 넣어도 된다고 주장한 발언 원문을 소개한다. 

정관을 헌법으로 생각하는데 헌법은 아니고 사단법인 규정이다.

사단법인 규정은 사원총회에서 결정하면 다 고쳐지는 특징이 있다.

사원총회를 할 수 없어서 대의원회에서 할 수 있고, 대의원회에서 결정하면 다 된다.

규정개정 관련해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냐면 대의원총회에만 의결사항을 넣고 다른 곳에는 넣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인원이 많지 않으니까 그럴 수 있다.

직원평가규정도 맨 부칙에 보면 이사회 의결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다.

이사회 규정도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의사회 결정으로 마음대로 하면 전횡의 여지가 있으니까 그것도 통제해야 한다는 의사가 있다고 봐서 총회에서 그 부분에 대해 의결을 새로 받는 것이다. 임원 선출 관련해서도 임원의 선출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이 들어가 있고, 총회 의결사항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하는 것은 이것이 보면 자격요건 밑에서 당연직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협회 임원 자격을 상실하면 당연히 상실하게 돼 있는데 당연히 상실한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냐면 인준과정을 거치는 게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사회운영규정에 넣는 것은 자의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해주면 이사회 규정으로 유지되고 존속된다.

정관에 위배됐다는 개념이라기 보다 정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총회에서 똑같이 결정해 주면 이사회 규정이 똑같은 효력을 발생할수 있겠다는 것이고, 부칙에 이사회 의결로부터 시행한다는 것은 시행시기와 관련해서 그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사회 규정에 대해 총회에서 한다는 것은 사실 문제성이 있다. 그러나 총회를 존중해서 규정에 넣어놓고 여러분이 이사회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규정 발효시기와 관리해서 어떤 부분이 있을 수 있느냐면 간단한 자구수정도 있을 수 있고 공백기를 갖다가 일년동안 놔둘 수는 없다.

저희 마음대로 한다는 게 아니라 총회에서 결정해 주면 그것이 그대로 정관과 같은 정족수의 의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점은 없다고 본다.


▽규정에 없는 특별위원회서 안건 심의?
대의원들은 본회의에서 ▲2016 회계연도 이익잉여금 처분의 건 ▲2016 회계연도 결산(안)의 건 ▲2017 회계연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의 건 ▲제규정 개정(안)의 건 ▲임원 보궐선출의 건 등 5건을 의결했다.

대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철호) ▲조합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박양동) ▲정관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유영구)로 나뉘어 안건을 심의했다.

본회의에서는 각 분과 특별위원장이 사전 심의 내용을 설명한 후 의결했다. 단, 조합발전특위는 박양동 위원장의 건강이상으로 고광송 대의원이 대신 발표했다.

유영구 위원장이 정관개정특위 심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를 요구해 문제가 불거졌다.

유영구 위원장은 “3개 특별위원회는 정관에 없고, 총회에서도 구성을 의결한 적이 없다.”라며, “예산결산위원회, 조합발전위원회, 정관및규정개정위원회를 결의해 줄 것과, 3개 위원회 규정은 대의원회 운영규정으로 만들 것을 결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선문 의장이 “지난해에 결의했다.”라고 말하자 유영구 위원장은 “지난해 결의하지 않았다. 말만 했지 결의한 바 없다. 의장이 의견만 밝혔지 결의한 적 없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3개 위원회 구성과 운영규정 마련안은 재석대의원 24명 중 22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유영구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정관에도 없고 구성을 결의한 적 없는 특별위원회가 안건을 사전 심의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심의ㆍ의결한 셈이 된다.

하지만 모 대의원은 지난해 속기록을 보면,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며, 회의록에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대의원은 자신이 3개 위원회 중 어느 위원회 소속인지 통보를 받지 못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사회 운영규정, 엉뚱한 부칙 신설 의결
이사회운영규정 중 부칙 신설도 논란이 됐다.

이사회는 운영규정 개정(안) 대비표에 시행일과 관련해 ‘이 규정은 이사회가 의결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의 부칙 1조를 신설했다고 명시했다.

이사회는 부칙 신설과 관련해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하고 이사회 자율성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감사의 지적에 따라 제규정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 의결 시 즉시 효력이 발생하 수 있도록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철호 대의원은 “부칙 개정 설명에서 제규정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을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정관에 위배되므로 부칙조항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선문 의장이 부칙 개정에 대해 표결하려 하자 유영구 대의원은 “창립 총회 때부터 모든 제규정은 이사회에서 의결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했다. 뒤집어선 안 된다.”라며 표결을 반대했다.

장선문 의장은 표결을 강행했고, 재석대의원 24명 중 16명이 찬성해 의결됐다.

2013년 12월 30일 제정한 이사회 운영규정의 부칙(상)과, 지난 28일 정기총회에서 신설을 의결한 부칙(하)
2013년 12월 30일 제정한 이사회 운영규정의 부칙(상)과, 지난 28일 정기총회에서 신설을 의결한 부칙(하)

그런데 본지가 조합 창립 당시 확보해 둔 이사회운영규정에는 2013년 12월 30일자로 시행일에 대한 부칙(이 규정은 이사회가 의결한 날부터 시행한다)이 명시돼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부칙을 운영규정 개정(안)에 신설 조항으로 포함시켜 심의ㆍ의결을 진행한 셈이다.

그런데도 의장을 비롯한 대의원, 이사장 및 이사회 임원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유영구 대의원이 창립 때부터 규정했다며 반대했지만 대의원들은 외면했다.

▽김록권 이사장 법인카드 내역은 ‘쉿’

김록권 조합이사장(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김록권 조합이사장(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총회 직후, 복수의 대의원이 김록권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 대의원은 “김록권 이사장이 업무와 관계없이 (법인카드를) 써서 나중에 원상복구했다’라고 말했다.”라면서, “조합원들이 알면 문제가 되니까 총회에서는 문제삼지 말고 앞으로 제대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A 대의원은 “일요일에 업무와 관계없는 곳에서 썼다가 추궁을 받으니까 뱉어냈다.”라며, “돌려준 것 자체가 업무활동비를 업무에 사용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B 대의원은 “김록권 이사장이 백화점에서 법인카드로 수 십 만원 상당의 의류를 두 건 구입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업무추진비를 급여 명목으로 생각한 것 같다. 업무추진비는 의사결정과 업무 추진에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록권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사가 지적한 사항이니 감사에게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고, 김영완 감사는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감사는 감사보고서에서 ‘법인카드 사용은 조합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만 지적했다.

조합이사장이 업무활동 용도로 사용해야 하는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옷을 샀다는 사실이 조합원에게 숨겨야할 사안일까?

▽이사장ㆍ이사 등 임원 추진비 대폭 인상
대의원들은 임원들의 추진비를 대폭 인상해줘 눈길을 끌었다. 김록권 이사장의 업무추진비를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포함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에는 상임이사 5명의 업무추진비도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업무추진비 인상률은 이사장의 경우 1,200만원에서 1,440만원으로 20%, 상임이사의 경우 600만원에서 840만원으로 40% 증액된 것이다.

예산편성 현황 중 세부 예산(안) 편성기준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인상은 의사결정 및 업무추진에 따른 법률적ㆍ경제적 책임을 고려해 증액됐다.

▽복지부 조합인가 조건 이행은 ‘나중에...’ 
의협은 1981년 11월 의료사고로부터 회원을 보호하고 합리적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공제회를 설립했지만 2011년 4월 의료법 및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공제조합으로 법인전환을 시도했다.

의협은 2013년 3월 11일 복지부에 의료배상공제조합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3월 20일 조합 정관의 주요내용이 법인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의협의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의협은 약 7개월간 복지부와 협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협은 같은 해 10월 23일 복지부에 설립인가 허가를 재요청했다.

의협은 5일 뒤인 10월 28일 조합은 법인허가 전의 보상 등에는 책임이 없으며, 법인허가 전에 발생한 사건의 추가 배상 및 보상에 대해서는 협회가 책임진다는 내용과, 회계ㆍ인사ㆍ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협회와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법인설립인가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또, 11월 15일 조합은 복지부가 권고한 ▲임원구성 및 상근이사의 겸직금지 ▲임원선출 구성비 ▲보궐임원 선출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명시 ▲공제조합 사업적용 시기 명확화를 위한 부칙 등에 대한 검토의견을 점직적으로 반영하겠다며 법인허가를 재촉했다.

결국, 11월 21일 복지부는 조합으로부터 협회와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법인 설립인가를 통보했다.

조합의 독자성을 담보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조건부 인가를 해준 것이다.

하지만 조합은 설립 5년째인 올해도 복지부의 검토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관개정위원회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유영구 위원장은 “이사회에서 정관개정에 대한 제안이 없었다.”라며, “다만, 복지부의 요구에 타당성을 인정해 향후 정개특위에서 면밀히 검토해 반영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새정권 출범 후 인선에 관심이 집중된 시점이지만, 인선이 완료되고 공제조합에 눈을 돌려 감사가 진행된다면, 설립인가 조건 불이행으로 간섭과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조합 대의원들이 올해 총회에서 한 일은, 정관에 위배되는 이사회운영규정을 통과시키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특별위원회에서 심의한 안건을 본회의에서 의결했으며, 현재 존재하는 부칙조항을 신설했다며 의결하는가 하면,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숨기고, 임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인상했다.

한 대의원은 “공제조합이 아직 설립 초기단계라 회원이 급증하고 있어서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다.”라며, “하지만 시간이 흘러 조합이 자리를 잡고 회원수가 정체기에 들어서면 재정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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